특수관계자를 포함한 유료방송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전체 시장의 3분의 1(33.33%)로 제한하는 합산규제 재도입을 둘러싼 업계의 입장이 동상다몽(同床多夢) 형국이다.

각 사 로고. / 각 사 제공
각 사 로고. / 각 사 제공
1월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소속 정보통신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법안소위) 당시에는 합산규제 재도입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현실성과 타당성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면서 후속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거세게 나온다. 합산규제 관련 논의는 25일 열릴 법안소위에서 또다시 이뤄질 예정이다.

◇ 케이블업계 "구글세, 망대가 이슈는 합산규제와 상관없어"

케이블 업계는 합산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규제가 사라져야 글로벌 미디어와 역차별을 줄이고 공룡 사업자와 경쟁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다른 유료방송 업계의 주장도 부정한다.

케이블 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세, 망대가 이슈, 글로벌사와 국내 방송간 역차별 문제 등은 합산규제 재도입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항이다"며 "국내 유료방송 시장을 위축시키고 해외 글로벌 미디어와 경쟁할 수 있는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한 원인은 오히려 현금경품 등과 같은 내수시장의 출혈 경쟁으로 질서가 깨진 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사업자의 힘을 키워 글로벌 미디어에 대응하는 것 보다, 공정경쟁 환경을 만들어 국내 방송시장의 질서와 선순환구조를 찾는 것이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사업자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며 "넷플릭스와 구글은 콘텐츠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에 지금의 위치에 온 것이지 단순히 가입자 확보나 인수합병으로 경쟁력을 키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KT가 글로벌 사업자와 경쟁하기 위해 합산규제 재도입이 안 된다는 얘기는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로고./ 김형원 기자
넷플릭스 로고./ 김형원 기자
케이블 업계는 방송법상 위성사업자 관련 규제가 없는 KT가 케이블TV를 인수할 경우 IPTV, 위성 외에 케이블TV까지 섭렵하는 초대형 독과점 사업자가 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합산규제가 없는 현 상황이 바로 불공정 및 특혜 라고 주장한다.

합병 이후 독과점 사업자 규제 방안이 사실상 전무하고, 케이블TV의 지역성과 미디어 다양성 등 공공성 측면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자본력이 부족한 케이블TV가 공정경쟁을 가능케 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며 "특정 사업자의 시장 독식을 막고, 플랫폼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재도입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합산규제가 케이블 방송 업계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합산규제가 재도입되더라도 케이블 업계가 이득을 보긴 어려워 보인다"며 "시청자들이 케이블 TV를 택하기보다는 휴대전화와 결합할인이 가능한 IPTV 쪽으로 돌아선다면 결국 큰 이득을 보는 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일 것이다"고 말했다.

◇ 곤란한 KT, 딜라이브…조용한 SKT, LGU+

딜라이브의 경우 케이블TV 유성방송사업자(SO)지만 온도차가 있다. 인수를 간절히 바라는 처지기 때문이다. 딜라이브는 합산규제 도입으로 M&A 논의가 지연될 경우 7월 말 도래하는 차입금 상환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딜라이브는 8일 합산규제 재도입을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따로 밝히기까지 했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종합유선방송사(SO)들은 M&A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시점에서 합산규제 재도입은 M&A 활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며 "합산규제를 단순하게 특정 기업의 독점으로 볼 것 아니라, 소비자들의 선택권과 편의성 제고 측면에서 바라봐야 하며 사실상 미디어 장벽이 사라진 상황에서 점유율 제한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딜라이브와 마찬가지로 합산규제를 반기지 않는 사업자는 딜라이브의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KT다. 합산규제가 도입되면 점유율 제한으로 M&A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2018년 상반기 기준 KT(20.67%)와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10.19%) 합산 점유율은 30.86%다. 만약 6.45%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딜라이브를 인수하게 되면 점유율 합계가 37%를 넘어선다. 합산규제에서 제한하는 점유율 33.33%를 넘기게 된다.

국회 과방위에서도 유료방송 독과점과 KT스카이라이프 공공성 훼손 우려 등과 관련한 지적이 있었다. KT는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한 케이블TV 인수를 잠정 중단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공공성 확보 방안을 과방위 여야 간사에게 11일 제출했다.

KT 스카이라이프 한 관계자는 "공공성 확산 방안 등 여러 논의가 오가고 있기 때문에 우선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며 "하지만 해외에서는 이 같은 사전 점유율 규제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과연 필요한 제도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1월 2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9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는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왼쪽),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 이광영 기자
1월 2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9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는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왼쪽),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 이광영 기자
KT가 곤란한 입장에 처해있는 반면 경쟁사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다른 분위기를 보인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합산규제 재도입 반대하지도 찬성하지도 않는 중립적 견해를 밝혔다. 마찬가지로 LG유플러스도 합산규제가 다시 도입되더라도 CJ헬로 인수 추진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중립적인 태도를 보인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를 인수하게 되면 점유율이 24.43%로 올라, SK텔레콤을 제치고 2위 사업자가 된다. 규제합산으로 경쟁사 KT가 외연확장에 제동이 걸리게 되면 2위 자리를 지킬 수 있어 반사이익을 얻는 셈이다.

하지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역시 향후 M&A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으므로 합산규제를 마냥 반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SK텔레콤 측은 케이블TV M&A와 관련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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