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우리가 자체 개발해 따면 되지."
- 제품 기획상 필요한 기술이 있어 타사 특허의 매입을 요청하자, 들은 핀잔(삼성전자 DS부문 A연구원)
"이 특허, 개발자 누구야?"
- 서비스 주기상 용도 폐기된 보유 특허의 매도를 건의하자, 돌아온 책임 추궁(삼성전자 IM부문 B연구원)
위 두 사례는 삼성전자 내 IP조직 문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삼성의 IP 거버넌스는 복잡다단하고 경직돼 있기로 악명 높다. 그런 삼성이 변했다. 수천억 수업료를 치른 결과다.
◇ IP 거래에 유연 대처
미국 특허청(USPTO)에 따르면 1월 삼성전자는 '노키아'와 '티보'에 각각 85건과 19건의 US특허를 대량 양도했다. 최근 특허관리전문업체(NPE)로 변신중인 노키아엔 무선통신 특허를 주로 넘겼다. 2015년 삼성전자와 특허소송까지 갔던 미국 DVR업체 티보엔 광학기기와 디지털 이미징 관련 특허를 매각했다. 또 삼성전자는 IBM이 2018년 8월 등록한 반도체 구조물 관련 최신 특허 1건도 전격 매입했다.
2017년 10월 삼성전자는 미 스타트업 퀵시의 특허 487건을 무더기 양수받은 바 있다. 해당 특허 대부분이 '앱 검색' 관련 특허였다. '검색기능 강화'라는 삼성의 차세대 전략이 읽히는 대목이다. 삼성전자의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인 빅스비는 스마트폰 작동 기능은 우수하지만 정보검색 능력은 구글 어시스턴트 등 경쟁 제품 대비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16년 삼성전자가 인수한 비브랩스에 퀵시 출신 엔지니어가 다수 포진됐다는 것도 이같은 추론을 뒷받침한다.
최근 삼성전자의 고탄성 IP포트폴리오. 그 정점에는 구글 어시스턴트의 유일 대항마 '빅스비'와 AI 스피커 ‘갤럭시홈’이 있다. 모두 애플과의 특허소송전 이후 삼성전자가 지불한 수업료의 결과물인 셈이다.
◇ 특허, 유지냐 포기냐
삼성전자의 특허 소멸율이 높은 것을 두고 최근 논쟁이 벌어진 바 있다. 거절결정불복심판을 거치면서까지 어렵사리 취득한 특허를 포기한다는 것은 삼성의 IP전략 부재라는 게 일부 언론의 지적이었다.
거절결정불복심판이란 특허청의 거절결정 심사에 불복해 특허심판원에 재심을 요청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를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삼성전자의 특허 유연성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아무리 어렵게 딴 특허라 해도 이후 효용가치가 없다 판단되면 하루라도 빨리 버리는 게 낫다. 특허는 보유기간이 길어질수록 유지비(연차료)가 늘어나는 구조다. 삼성전자가 USPTO에 납부하는 연차료만 매년 1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특허가 해외출원중이라면, 삼성전자는 국내심판청구에 적극 나서는 편이다. 외국 특허청이 국내 사례를 인용할 수 있어서다. 이후 삼성전자는 해외 건만 유지한 채 국내 특허는 소멸시킨 사례도 적잖다. 따라서 단순히 불복심판건에 대한 포기 건수만 세는 건 하수다. 등록 특허가 제품·서비스로 실제 연결됐는지 등을 따져보는 이른바 ‘연계 분석’이 유연해진 삼성 IP전략을 평가하는데 보다 효과적이다.
유경동 위원은 전자신문 기자와 지식재산 전문 매체 IP노믹스의 편집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현재 SERICEO에서 ‘특허로 보는 미래’를 진행중입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 ▲ICT코리아 30년, 감동의 순간 100 ▲ICT 시사상식 등이 있습니다. 미디어와 집필·강연 활동 등을 통한 대한민국 IP대중화 공헌을 인정받아, 세계적인 특허전문 저널인 영국 IAM이 선정한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에 꼽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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