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동차 시장은 SUV 전성시대입니다. 판매량이 과거에 비해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옛날에는 SUV를 험로주행 목적으로 만들었다면, 최근에는 도심 속 편안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뼈대를 바꿔 감성을 더하고, 여기에 특유의 실용성을 더해 소비자를 끌어 당깁니다.

수소전기차 넥쏘. / 현대차 제공
수소전기차 넥쏘. / 현대차 제공
이미 세단의 인기는 넘어선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회사에서 신차가 나왔다 하면 형태는 십중팔구 SUV 입니다. 다양한 크기의 SUV가 시장에 나오며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립니다.

시장이 SUV 위주로 흐르다 보니, 기존 내연기관 외 동력계를 얹은 차들도 SUV의 인기가 높습니다. 지난해에만 하더라도 우니라나에는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기아차 니로 EV 등 전기 SUV 두 대가 선을 보였고, 재규어 I-페이스, 아우디 e-트론 등 SUV의 탈을 쓴 전기차가 관심을 모았습니다. 전기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쉐보레 볼트 EV도 전통 SUV는 아니지만, 크로스오버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궁극의 친환경차라고 불리는 수소전기차의 대표선수도 SUV입니다. 현대차 넥쏘는 미래지향적인 SUV 디자인에 최신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얹었습니다.

수소전기차를 SUV로 만들었으니, 최근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합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공간’ 입니다.

수소전기차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통해 물이 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전기를 이용해 전기모터를 돌리는 게 기본 구조입니다. 따라서 수소를 모아둘 탱크가 필요한데 이게 바로 일반 자동차의 연료탱크 역할을 합니다. 연료탱크가 크면 저장 가능한 연료가 늘고, 연료가 늘면 더 많은 거리를 달릴 수 있는 것처럼 수소탱크의 크기 역시 일정 수준 이상인 것이 좋습니다.

수소 탱크의 크기를 그대로 두고, 주행거리만 늘리고 싶다면 탱크 압력을 높이면 됩니다. 그러나 해외 각국의 수소충전소의 충전압력도 대부분 700바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탱크 압력을 조절할 경우 글로벌 표준과 어긋납니다. 넥쏘가 수소탱크 압력을 700바로 유지하는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간혹 국내 일부 수소충전소 중 350바 압력인 곳에서 충전 효율이 떨어지는 단점도 발견됩니다.

승용형 수소전기차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도요타의 미라이가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미라이는 넥쏘에 비해 수소 탱크도 작고, 주행거리가 짧습니다. 미라이의 경우 5㎏의 수소탱크 용량으로 502㎞를 달립니다. 넥쏘는 6.33㎏의 탱크 용량으로 595㎞의 주행거리를 확보했습니다.

수소 충전 중인 넥쏘. / 현대차 제공
수소 충전 중인 넥쏘. / 현대차 제공
물론 다양한 형태의 수소전기차가 필요합니다. 본격적인 수소 시대를 위해서는 말이죠. 하지만 그럴려면 이런 공간의 제약을 해결해야 합니다. 탱크 크기가 작더라도 더 많은 거리를 주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최근 수소전기차를 개발하는 회사는 연료전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고 합니다. 연료전지 효율이 높아지면 차량 형태와 관계없이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SUV는 자율주행 개발에도 도움이 됩니다. 과거 승용형 자동차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던 때는 각종 레이더와 센서들을 차 지붕에 얹었는데, 이는 레이더와 센서의 장착 높이를 높여 넓은 범위를 탐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SUV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차고가 높아 센서 장착 등에 유리합니다. 이와 관련 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자는 "SUV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할 경우 레이더와 라이더, 카메라의 가시성이 높아져 보다 넓은 범위의 모니터링이 가능하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