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일렉트로닉아츠(EA), 컴캐스트 등 미국 거대 기술 및 미디어콘텐츠 기업들까지 뛰어든 것으로 알려지면서 넥슨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경쟁 양상으로 흐를 전망이다. 넥슨 매각 금액은 높아지고 합종연횡 가능성에 한·중·미 3국의 자존심 대결까지 겹쳐 2019년 초대형 글로벌 인수합병(M&A) 이벤트로 커질 조짐이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 / 넥슨 제공
김정주 넥슨 창업자. / 넥슨 제공
◇ 판 커진 넥슨 인수전...인수 금액 상승 합종연횡 가능성 높아져

미국 기업들의 참여 여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게 아니다. 하지만 거론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판을 키우는 양상이다. ‘선수’가 많아지면 넥슨 매각 판도도 더욱 예측하기 어렵게 된다. 기존 판도는 국내 기업인 넷마블과 카카오, 글로벌사모투자펀드(PEF) 등 그런대로 단순했다. 국내기업 배후에 있는 중국 텐센트 정도를 추가하는 정도다. 그런데 아마존, 컴캐스트, EA가 참여한다며 상황은 확 달라진다. 국내기업보다 외국 기업으로 인수전 주도권이 옮겨갈 전망이다.

더욱이 미국기업들은 자금 동원력이 우세하다. 베팅이 커지면서 최종 인수금액이 뛰어오르기 마련이다. 당초 김정주 넥슨 창업자와 그의 부인 유정현 감사가 보유한 NXC 지분 98.64%로, 매각 금액만 최소 10조원에서 최대 13조원까지 이를 것으로 업계는 예측했다. 이 금액이 껑충 뛸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자금력이 있는 기업이라도 혼자 인수하기엔 부담스러운 상황까지 갈 수 있다. 당장 자금력이 약한 한국기업을 시작으로 다양한 합종연횡을 모색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외국기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넥슨 판교 사옥. / 넥슨 제공
넥슨 판교 사옥. / 넥슨 제공
이 때문에 예비입찰에는 따로 들어갔지만, 4~5월경 드러날 본입찰에서는 인수 후보들끼리 손을 잡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는 인수전에 뛰어든 아마존·컴캐스트 등 글로벌 IT업체, 넷마블·카카오 등 토종 IT업체, KKR·베인캐피털·MBK파트너스 등 글로벌 사모펀드 간 다양한 합종연횡 움직임을 주목했다.

◇ 사실상 중국-미국간 대결 구도로

미국 기업 참가로 넥슨 인수전은 국내외 기업간 5파전 양상을 그린다. 그런데 실질적인 인수 움직임에는 자금력을 갖춘 중국과 미국간의 중미 대결이 그려질 것이라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국내 게임 기업들의 넥슨 인수 방향은 중국 텐센트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 이유로는 넥슨 인수 자금을 확보하고 움직이는데 텐센트의 도움이 절실하고, 텐센트가 주요 주주라는 점 역시 텐센트에 입김이 작용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텐센트는 넥슨 인수전에 뛰어든 국내 기업 넷마블과 카카오의 지분을 보유했다. 각각 17.7%, 6.7%로 3대, 2대 주주이다. 이 때문에 투자은행(IB)업계와 산업계는 넥슨 인수전의 최대 변수로 중국 텐센트를 꼽아왔다.

미국 대형 IT 기업들이 넥슨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경쟁 구도는 중국과 미국간의 대결로 그려지는 모습이다. 미국 기업들은 막강한 자금력을 갖추며 중국 텐센트에 의존하던 국내 게임 기업을 압도한다.

넥슨 인수전에 뛰어든 아마존은 한때 애플을 제치고 세계 시가총액 1위를 차지했던 기업이다. 자금력은 어느 기업보다 뒤처지지 않아 넥슨을 인수하는데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업계 전문가들은 아마존이 넥슨 인수로 다양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보인다. 아마존이 갖춘 세계 최대 클라우드를 통해 게임을 기반으로 한 스트리밍 게이밍 클라우드 사업 전개가 이어질 가능성을 주목했다.

미국 게임 기업 EA 역시 넥슨 매각 초기때부터 거론됐다. EA 역시 막강한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고, 넥슨과의 연결 사업도 진행돼 왔다. EA와 넥슨은 피파온라인 등 여러 장르의 게임을 서비스하며 서로 협력도 해봤다.

미국 최대 통신방송융합사업자 컴캐스트 역시 자금력면에서 남부럽잖다. 시가총액만 174조원 규모의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연매출만 110조원에 달하는 세계 2위 케이블TV·방송회사다. 컴캐스트는 자회사 유니버설을 통해 넥슨 인수전에 참여했다. 규모만 보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컴캐스트가 한국의 게임인프라에 보인 관심도 새삼스럽다. 지난 25일 SK텔레콤과 e스포츠·게임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협업을 맺고 T1구단과 조인트벤처(JV)를 결성했다.

◇ 온라인 게임 종주국 해외 기업에...넥슨 직원들 "답답해"

넥슨 인수전을 해외 기업들이 주도하는 양상이 보이자 우려도 커졌다. 온라인게임 종주국으로 불리며 성장한 대한민국의 게임 산업이 해외에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자칫 그 화살이 정부를 향할 수 있다. 정부가 그간 각종 규제로 게임산업을 옭맸다는 비판이 덩달아 커질 전망이다.

넥슨 직원들은 더욱 불안하다. 매각에 따른 구조조정 문제가 이슈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넥슨은 한국에서만 6000여명을 고용한다.

물론 고용 승계를 매각 조건으로 포함할 수 있지만 어수선한 분위기에 동요된 직원들의 이탈과 불안감이 게임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 벌써부터 나온다.

고용 승계와 관련해 이미 넥슨 노조는 매각에 따른 고용 안정 의사를 전달했다. 매각 진행 과정에서 집단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

넥슨 노조 ‘스타팅 포인트’는 "(집단행동은) 아직 확정된 것은 없고 의도 역시 뚜렷하지 않으나 확실한 점은 그 이슈로 수많은 넥슨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라며 "넥슨 노조는 그 어떤 갈림길 위에서도 오로지 고용 안정을 위해 앞장설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 역시 넥슨 매각 움직임을 주의깊게 본다. 매각이후 콘텐츠 수출이나 일자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매각과 관련한 정보를 다양하게 수집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 직원들은 확실한 ‘팩트'없이 나도는 매각 정보에 답답해 하는 상황이다. 한 직원은 "이미 넥슨 매각 보도가 나간 이후 회사 내부에서 대표작 게임을 서비스하고 맡아왔던 주요 임원들이 줄줄이 퇴사하고 있다"며 "고위 임원들 역시 넥슨 매각 정보를 하나도 공유 받지 못해 답답한 마음으로 뉴스를 접하는 지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