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CES, 스페인의 MWC처럼 서울모터쇼가 좋은 기술을 최초로 소개하는 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2019 서울모터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정만기 서울모터쇼 조직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 / 서울모터쇼조직위원회 제공
2019 서울모터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정만기 서울모터쇼 조직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 / 서울모터쇼조직위원회 제공
4일 서울모터쇼 기자간담회에서 정만기 조직위원장은 "서울모터쇼에 신차가 적다는 지적은 깊이 통감한다. 가전 전시회에도 월드 프리미어가 나오는데 모터쇼 참가업체가 점차 줄어든다. 그만큼 서울모터쇼가 경쟁력이 없다는 점 인정한다"며 체질개선을 약속했다.

그는 참가업체와 방문객수 등 규모에 집착하는 모습에서 벗어나 미래 자동차 시장을 조망할 수 있는 통찰력을 전면에 내세우고, 가전 전시회로 쏠린 무게중심을 다시 모터쇼로 돌려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올해초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정만기 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을 신임 협회장으로 선임했다. 정만기 협회장은 올해 서울모터쇼 조직위원장도 맡았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정만기 협회장은 올해 서울모터쇼의 주제로 지속가능성, 연결성, 이동성(모빌리티) 등을 내세웠다. 완성차 중심의 모터쇼로는 앞으로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 자동차를 둘러싼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청사진을 보여주는 전시회로 경쟁력 확보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세 가지 주제는 임기 내 열리는 모터쇼 동안 바꾸지 않고 쭉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9 서울모터쇼는 개최 전부터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참가하는 완성차 브랜드는 국산 6개, 수입 14개 등이다. 2017년 참가했던 캐딜락과 인피니티, 링컨, 메르세데스-AMG 등은 올해 참가를 포기했다. 경영 정상화와 신차 부족 및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아우디, 폭스바겐, 볼보, 지프(JEEP), 페라리 등 수입 브랜드들은 몇년 째 서울모터쇼 참가를 고사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등을 위시한 타이어업계, 최근 세를 불리고 있는 수입 상용차 브랜드들의 미참가도 서울모터쇼가 ‘반쪽짜리 모터쇼’란 비판을 받는 이유다.

모터쇼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신차 라인업 부족도 서울모터쇼의 아킬레스건이다. 올해 서울모터쇼를 찾는 세계 최초 공개(월드 프리미어)는 잠정 2종(콘셉트카 1종 포함), 아시아 최초 공개 10종(콘셉트카 4종 포함), 한국 최초 공개 10종 등에 불과하다.

‘서울모터쇼 위축설’에 대해 정만기 조직위원장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공통적인 고민으로, 비단 서울모터쇼만의 문제는 아니다"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성공적인 국제 전시회들을 분석, 벤치마킹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자동차 업체들이 모터쇼를 외면하고 가전 박람회를 찾는 건 그만큼 (서울모터쇼를 비롯한 전통적인 모터쇼의) 경쟁력이 없다는 증거"라며 "연초 자동차 업체들의 신기술이 쏟아지는 미국 CES, 산업 기반도 역사도 부족하지만 전세계 관심이 주목되는 스페인 MWC 등의 성공사례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래지향적 모터쇼를 선언한 서울모터쇼에 미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의 참가는 고무적이다. 테슬라가 국내 모터쇼에 참가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 정 위원장은 "이전까지 국내 전기차 시장의 규모나 충전 인프라 등을 고려했을 때 테슬라가 모터쇼에 참가해 얻을 실익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던 것 같다"며 "그러나 올해 참가를 결정한 배경에는 우리 전기차 시장의 전망을 좋게 본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중소 전시회의 난립도 서울모터터쇼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분석했다. 그는 "세계 전시회의 추세, 국내 자동차 시장의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한국 자동차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서울모터쇼로 역량이 집중될 필요가 있다"며 "전국에 퍼져 있는 여러 전시장 등의 운영을 위해 지역별 소규모 전문 전시회들이 운영되는 건 기업 입장에서도 마케팅 역량 소모와 해외 바이어들의 집중을 분산시키는 요인일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서울모터쇼가 타이어와 상용차 등을 아우르지 못하는 점은 ‘시장이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정 위원장은 "여러 차례 타이어 업계 등에 손을 내밀었지만 여러 이유를 들어 참가를 거절하고 있다"며 "생각해보면 완성차 중심의 모터쇼에 타이어 업체들이 참가했을 때 관람객과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참가 비용이 과도해 업체들이 참여를 주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서울모터쇼는 부스 배정 시 하루에 제곱미터(㎡)당 2만원 수준의 비용을 요구하는데, 해외 모터쇼 등과 비교해보면 합리적인 수준이라 생각한다"며 "해외 가전박람회에 참가하고 관람하는 이들이 비용 문제에 부담을 가지는 것 같진 않다. 결국 우리 모터쇼가 경쟁력을 확보하면 자연스럽게 참가문의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