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상용화를 앞두고 통신사마다 홍보가 한창이다. 하지만, 5G 네트워크 관제 심장부 역할을 하는 KT과천관제센터의 통신재난 대비가 미흡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보에 앞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5G 현장점검을 위해 KT 과천관제센터를 찾은 정부부처 관계자 및 KT 관계자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5G 현장점검을 위해 KT 과천관제센터를 찾은 정부부처 관계자 및 KT 관계자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18년 11월 말 KT 아현국사 통신구과 화재로 불타며 서울 서대문구, 마포구 일태 통신이 단절되는 통신재난 사태가 일어났다. KT와 정부는 통신재난 대비가 허술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부랴부랴 실태조사 후 통신재난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심의 의결하는 등 통신재난 재발방지책 마련에 나섰다.

◇ 첫 5G 쏘아 올린 곳인데 이래도 되나

KT는 화재를 수습하느라 5G 홍보를 마음껏 하지 못한 채, 경쟁 통신사들보다 뒤늦은 2월 20일에서야 5G 현장 점검을 했다.

KT가 5G 현장 점검을 한 KT과천관제센터는 첫 5G 상용 전파를 송출한 곳이다. 인터넷, 모바일, 전송, 전원, 전화망을 포함하는 모든 통신 네트워크를 관제하는 네트워크 관제센터와 보안, 사물인터넷(IoT), 에너지 서비스 운용 및 관제를 수행하는 INS 운용센터로 구성돼 있다.

24시간 종합적인 관제 시스템을 끊김 없이 안정적으로 가동해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시설임에도 통신재난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과기정통부가 수립한 ‘2019년 방송통신재난관리 기본 계획’에서 2018년 9월 기준 78개 중요 통신시설 가운데 30개(38%)가 ‘한전수전 이원화·이중화’를 완료되지 않았다.

한전수전 이원화 구성도. /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실
한전수전 이원화 구성도. /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실
한전수전 이원화란 두 개의 변전소에서 전기를 공급받게 하는 시스템이며, 이중화는 지리적 조건 등으로 별도의 변전소에서 전력공급선을 확보하기 어려운 통신국사의 경우 한 변전소에서 전력공급선을 이중으로 연결하는 것을 말한다.

2018년 11월 기준 ‘한전수전 이원화·이중화’가 이행되지 않은 중요 통신시설은 모두 26개로, KT가 10개로 가장 많고 LG유플러스가 6개, SK브로드밴드 5개 등이다.

문제는 30개 ‘한전수전 이원화·이중화’가 미반영된 시설 가운데 국가기반시설에 해당되는 과천시 소재 KT네트워크 관제센터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KT 과천네트워크센터는 2016년부터 중요통신시설 A급으로 지정·관리돼 온 곳임에도 KT는 3년째 한전 측과 협의 중이다.

◇ 3년째 협의 중...문제는 결국 돈?

중요통신시설 중 한전수전 이원화·이중화를 미이행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KT는 6개 시설은 ‘한전측과 협의 중’에 있으며, 4개 시설은 ‘한전 측 불가’로 ‘축전지 및 비상발전기 활용’이라고 과기정통부에 답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협의가 지연되는 이유는 결국 ‘비용’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박선숙 의원도 통신사업자가 단순한 비용 문제로 이원화·이중화를 하지 않고 과기정통부에 협의 중이라거나 한전 측이 불가하다고 통보한 것은 아닌지 허위자료 제출 여부 조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전 한 관계자는 "보통 통신 사업자가 (수전을)신청하면 비용을 협의한 후 웬만해서는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단 지리적 위치나 기타 다른 조건들이 맞지 않으면 협의가 늦어지는 경우도 있긴 하다"라고 설명했다.

KT 관계자는 "한전 측과 협의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2018년 실태조사 당시 예비전력(출전기, 비상발전기) 확보에 대한 부분은 확인을 했다"며 "KT과천관제센터의 (한전수전)이원화·이중화 협의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한 번 확인을 해보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