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는 2월 25일 쿠팡에서 자전거 페달을 로켓배송으로 주문했다. 다른 곳보다 조금 비싸지만 무게는 훨씬 가벼운 168g이라는 상품정보 때문이었다. 정작 제품을 받아 저울에 재보니 222g이었다. A씨는 쿠팡에 168g짜리 제품으로 다시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쿠팡이 다시 보내온 제품은 여전히 222g이었다.

쿠팡 고객센터에선 재고가 없다며 환불과 쿠팡캐시 5000점 지급을 제안했지만 A씨는 거절했다. A씨는 "판매 정보와 다른 상품을 보내놓고 소비자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정확히 설명도 없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 B씨도 2월 말 쿠팡에서 그래픽카드 ‘ROG STRIX 지포스 RTX 2080 OC’를 128만8000원에 구매했다. 택배 기사가 다녀간지 10분도 채 안돼 문 앞에 놓인 배송 박스를 받아들었지만, 외부 박스 포장이 일부 뜯어져 있었다. 내부 박스도 훼손돼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컴퓨터에 연결하니 제품도 애초 주문한 RTX 2080이 아닌, GTX1060라는 제품 정보가 떴다.

B씨는 "이들 제품을 공급하는 유통사도 다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제품이 섞여서 배송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리퍼제품이나 환불 제품이 새로 포장돼 배송되는 일이 쿠팡에서도 발생한 것인지 이유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 C씨는 2월 4일 쿠팡에서 마이크로 SD카드 256기가바이트(GB) 제품을 주문했다. 그러나 이후 확인한 주문 내역에는 64GB 상품을 주문한 것으로 바뀌어있었다. C씨는 "이용자가 주문한 내역이 고정되지 않고 쿠팡에서 마음대로 주문 내역을 바꾼 것이냐"며 비판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 배송을 둘러싸고 고객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구매할 때 확인했던 상품 정보와는 다른 상품을 배송받았다는 ‘허위광고’ 사례다. 고객센터의 응대도 늦어 피해 보상도 더디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로켓배송을 주축으로 쿠팡이 배송 서비스 물량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배송 서비스로 고객 피해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A씨가 쿠팡에서 주문한 자전거 패달. 상품 정보에는 168g이라고 적혀있지만, A씨가 실제로 재본 무게는 222g이었다. / A씨 제공
A씨가 쿠팡에서 주문한 자전거 패달. 상품 정보에는 168g이라고 적혀있지만, A씨가 실제로 재본 무게는 222g이었다. / A씨 제공
A씨와 B씨가 구매한 상품은 쿠팡이 직매입해 판매하는 로켓배송 상품으로 3월 5일 기준으로 쿠팡 고객센터를 통해 후속 조치가 진행 중이다. C씨가 구매한 상품은 개별 판매자가 쿠팡에 입점해 판매한 제품으로 환불조치됐다.

쿠팡은 약 10% 정도의 상품만 오픈마켓 형태로 판매한다. 나머지 90%의 상품을 직매입해 판매한다. 개별 판매자가 판매한 상품에 대해서 쿠팡은 판매 중개자로,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판매로 발생하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C씨가 구매한 상품이 해당된다.

쿠팡 측은 C씨가 구매한 상품에 대해 "판매자의 물건 사진과 판매정보가 잘못 매칭돼 발생한 사례"라며 "고객들에게 환불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쿠팡과 이마트몰 등을 통해 유통된 이베리코 흑돼지 제품 일부가 ‘가짜’인 것으로 드러난 사례도 C씨의 경우와 마찬가지다.

쿠팡의 허위광고로 인한 피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쿠팡은 이미 2012년 11월 판매 상품을 허위광고한 사실이 드러나 과태료 처분을 받기도 했다. 당시 쿠팡은 호주산 소갈비를 판매하면서 ‘특S급 호주 청정우 갈비세트'라고 광고했으나 실제로는 기름이 많고 질긴 42개월령 고기를 판매한 것. 공정위는 이에 과태료 800만원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같은해 쿠팡은 등산용 배낭을 판매하며 허위광고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경고조치를 받기도 했다.

B씨가 쿠팡 고객센터와 주고 받은 연락 내역. 2월 22일 구매했으나 10여일이 지난 3월 5일 시점에서도 조치가 진행 중이다.
B씨가 쿠팡 고객센터와 주고 받은 연락 내역. 2월 22일 구매했으나 10여일이 지난 3월 5일 시점에서도 조치가 진행 중이다.
특히 A씨와 B씨가 주문한 상품은 쿠팡이 직매입해 판매한 로켓배송 상품이라는 점에서 판매 당사자인 쿠팡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쿠팡 측은 "사례로 제시된 해당 상품의 판매 경위를 파악하고 있으며 고객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