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차코리아가 크로스컨트리(V60)의 국내 출시를 알렸다. 세단과 SUV의 장점을 결합한 CUV(Crossover Utility Vehicle) 성격이 짙다. 회사는 안락함과 실용성, 주행성능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크로스컨트리는 볼보차의 왜건 제품 V60을 기반으로 최저지상고(지면에서 차체 바닥까지의 높이)를 높였다. 때문에 왜건 특유의 높은 적재능력을 보유했다. 왜건은 세단의 트렁크 부분이 확장된 모습으로 옆에서 보면 차체와 트렁크가 길게 빠진 것이 특징이다.

이 왜건을 기초로 SUV의 특성인 최저지상고를 높여 도로 환경 적응력을 키웠다. 승차감 등에서 세단과 차이가 없는 왜건에 SUV의 다목적성을 더한 것이다. 볼보차의 고향인 스웨덴의 척박한 환경은 물론이고, 다양한 도로에서 평균 이상의 능력 지닌 것으로 평가 받는다.

크로스컨트리와 홍보대사 배우 정해인. / 볼보차 제공
크로스컨트리와 홍보대사 배우 정해인. / 볼보차 제공
정통파 SUV로는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에게는 생소한 개념이었으나, 최근 SUV 흐름에 따라 ‘왜건’ 기반이라는 말이 완전히 빠졌다. 대신 세단과 SUV 장점을 부각해 소비자에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게 볼보차코리아의 의도다. 덕분에 올해 준비한 1000대중 80% 이상이 사전계약을 통해 소화됐다.

◇ 잘 팔릴까?…SUV 흐름에 올라탄 돌연변이

크로스컨트리의 최대 장점은 역시 SUV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부분이다. 국내 비인기 차종의 대명사로 꼽히는 왜건을 마케팅 수사에서 완전히 빼버린 이유다. 차량이 길쭉한 왜건은 우리 소비자가 느끼기에 ‘비정상’인 비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크로스컨트리는 최저지상고를 높인 덕분에 비율 자체가 SUV에 가깝다. 기반이 된 V60에서 최저지상고를 71㎜ 올렸다. 이는 XC60의 최저지상고에 버금가는 치수로, 볼보차코리아가 크로스컨트리를 SUV로 부르는 배경이다.

현재 다양한 SUV가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수의 크로스오버도 속속 등장 중이다. 볼보차 크로스컨트리는 이들 가운데 가장 SUV에 가깝다. 국내 출시 전차종에 스웨덴 할덱스사의 천단 모듈형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붙인 배경도 SUV 역할을 강조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단, SUV는 상대적으로 승차감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부여한 성격이 바로 ‘세단’이다.

동력계는 최고출력 254마력, 최대토크 35.7㎏·m의 직렬 4기통 T5 가솔린 터보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린다. 연비는 복합 기준으로 10.1㎞/L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68g/㎞에 이른다. 유럽에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도 판매하나, 국내 판매는 하지 않는다. 디젤 엔진 역시 편성하지 않았다.

가격은 기본형 기준으로 5280만원이다. 이는 전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수준이라는 게 볼보차코리아의 설명이다. 이윤모 볼보차코리아 대표는 출시행사 현장에서 "기존 V60의 출시 계획이 현재까지는 없기 때문에 크로스컨트리의 가격을 V60에 최대한 가깝게 설정했다"며 "전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가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비슷한 급의 차를 스웨덴에서는 5890만원에 판매한다. 영국에서는 6890만원, 독일에서는 7630만원이다. 국내 가격 정책이 매우 전략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안 팔릴까?…왜건은 왜건

걸림돌은 왜건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부정해도 DNA까지는 속일 수 없다.

국내에서 왜건이 인기없는 이유는 ‘이상하게 생겨서’라는 게 중론이다. 그만큼 왜건 비율에 대한 소비자 반감이 적지 않다. 최저지상고 상승으로 단점을 상쇄했다고 해도 옆에서 보면 영락없이 왜건이다.

생산 공장도 계속에서 거론되고 있다. 볼보차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중국 생산 제품을 수입하는 회사다. 플래그십 세단 S90이 바로 중국에서 만들어 진다. 이와 관련 이만식 볼보차코리아 상무는 "S90은 전세계에서 중국에서만 생산하기 때문에 그렇다"며 "제품력에 차이는 없다"는 설명이다.

이윤모 볼보차코리아 대표. / 볼보차 제공
이윤모 볼보차코리아 대표. / 볼보차 제공
그러나 국내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불안은 적지 않다. 출시행사장에서도 계속해서 ‘중국산’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소비자 심리를 반영했다고 보여진다. 스웨덴에서 전량 생산되는 크로스컨트리도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다.

또 물량 문제가 있다. XC60의 경우 신차 구매시 출고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극심한 적체현상을 빚었다. 인기를 반영했다고도 할 수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출고 대기가 길어지는 것이 마냥 좋을리는 없다. 이는 볼보의 글로벌 생산량이 경쟁 브랜드에 비해 적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XC60이 글로벌 전략 차종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국내 배정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이런 관점에서 크로스컨트리도 초반 인기몰이는 성공했으나, 어디까지나 틈새 제품이라는 점에서 국내 배정이 1000대에 불과하다. 올해 1만대 판매를 계획하고 있는 볼보차의 10% 수준이다. 요즘 인기라는 SUV 성격을 강조한 것에 비해서는 비중이 적다. 볼보차코리아는 하반기 물량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전략이나, 성공할지는 전례를 살펴봤을 때 쉽지 않다는 계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