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이 2020년 3월 두 번째 임기를 마친 후 내부에서 후계자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사를 재차 밝혔다. ICT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6년쯤이 적당하다는 것이디. 황 회장은 역대 KT CEO 중 연임 후 임기를 마친 첫 회장이 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주요 20개국 재계 대표 회의인 ‘B20 서밋’ 참석차 도쿄를 찾은 황창규 회장은 15일 도쿄 주재 한국 특파원과 가진 간담회에서 "ICT 기업은 역동적이라 (CEO 임기는) 6년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며 "내부에서 CEO 발탁이 가능하도록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후임 결정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사회를 통해 진행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15일 일본 도쿄 경제단체연합회관에서 황창규 KT 회장(왼쪽)이 무라트 손메즈 세계경제포럼(WEF) 4차산업혁명센터장을 만나 5G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 KT 제공
15일 일본 도쿄 경제단체연합회관에서 황창규 KT 회장(왼쪽)이 무라트 손메즈 세계경제포럼(WEF) 4차산업혁명센터장을 만나 5G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 KT 제공
황 회장은 1월 다보스 포럼 행사장에서 연임 의사를 묻는 질문에 "2020년 3월로 예정된 임기까지 마치고 퇴진하겠다"며 "유능한 인재가 KT를 이끌 수 있도록 사장단과 부사장단을 대상으로 1년 동안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2014년 1월 KT 회장에 취임해 2017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 황창규 회장 "CEO 임기 6년이 적당…내부서 후계자 양성"

황 회장은 KT가 플랫폼 회사로 세계를 주도할 수 있도록 남은 임기 동안 5G 서비스를 안착시키겠다는 목표를 나타냈다.

그는 "이제 저의 역할은 5G를 안착시키는 것이다"라며 "5G가 8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그동안 준비해온 하나하나의 에너지를 2019년에 폭발시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KT는 매출 규모가 삼성전자 대비 수십분의 1에 불과하지만 국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KT가 플랫폼 회사로 세계를 주도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4월 한국서 상용화 될 5G 서비스의 의미와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5년간 가장 중심에 두고 추진한 과제가 5G 플랫폼이었고, 5G가 KT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것으로 자신했다.

그는 "KT는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커넥티드 버스 운행, 360도 VR 등 5G를 이용한 서비스를 완벽하게 시연했다"며 "이를 계기로 국제 무대서 주요국 CEO가 나를 찾아와 인사를 할 정도로 KT의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5G를 활용해 어려움을 극복한 구체적 사례로 현대중공업을 들었다.

황 회장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1년 전부터 5G를 활용해 생산성이 개선되고 업무능률도 높아졌다. 현대중공업은 여의도 2.4배 면적의 조선소가 동시다발적으로 일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인텔리전트한 장소로 변했다.

황 회장은 한국이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하지만 일본도 정부, 지자체, 통신사업자가 협력해 5G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황 회장은 "일본이 이번 B20의 주제로 내세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소사이어티 5.0’은 5G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며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에서 5G 상용화를 통해 건강, 에너지, 먹거리 등 산업 분야에서 새 도약의 발판을 만들겠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5G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가졌고, 우리 기술로 표준을 만들어 주도했지만,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다"라며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한국 5G 기술의 글로벌 안착을 강조했다.

황 회장은 B20 서밋의 ‘모든 사람을 위한 디지털화’ 세션에서 5G를 활용해 인류 공동 번영을 이루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초저지연, 초연결성을 특징으로 하는 5G는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기후변화, 고령화, 불평등 같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라며 "국제기구나 B20 등 초국가 차원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B20 서밋에 허창수 전경련 회장(GS 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류진 풍산 회장, 박근희 CJ 부회장, 류두형 한화에너지 대표, 김원경 삼성전자 부사장 등과 동행했다. 황 회장은 이들 기업인과 스마트팩토리를 포함해 미디어, 유통, 물류, 보안, 에너지 등 분야에서 5G B2B 협업방안을 논의했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열리는 B20 서밋은 2009년 3월 영국 런던에서 처음 시작됐으며, 일본 도쿄 행사는 14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