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통신 사업자들은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2018년 실망스런 재무실적표를 받아들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감소와 함께 ‘경제적’ 이윤이 마이너스 상태를 겪는 등 위기에 빠졌다.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이동통신사의 수익성을 크게 악화시켰고, 자칫 ‘역 A-J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역 A-J 효과(reverse A-J effect)’란 공급자가 투자한 자본에 대한 적정 대가가 보장되지 않고 도리어 과소투자가 발생하는 경우를 말한다.

대통령비서실 미래전략수석을 역임한 조신(사진) 연세대학교 교수(정보대학원)는 20일 자신의 블로그에 ‘통신사업자들의 허약해진 체력, 5G 시대를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글을 올렸다. 조 교수는 한국과 미국 등 주요국 이동통신사의 매출과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소비자당월매출(ARPU), EBITDA 마진 등을 비교하며, 이동통신사가 겪는 문제의 원인을 심층 분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사용자의 월 사용량에 따라 고 이용자(900 통화+2GB 데이터), 중간 이용자(300 통화+1GB 데이터), 저 이용자(100 통화+0.5GB 데이터) 그룹으로 나누어 요금을 비교했다.

달러 기준으로 고 이용자의 OECD 평균 월 사용액은 36.77달러인데, 한국은 23.42달러 수준으로 적었다. 중간 이용자는 OECD 평균이 29.78달러이고 한국은 19.58달러며, 저 이용자는 각각 22.46달러와 7.24달러다. 한국의 통신료는 OECD 국가 중 제일 낮은 수준이다. 한국 정부가 만든 코리아인덱스 조사 결과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왔다.

반면, 한국의 통신망 품질은 상위권이다. 한국은 LTE 전국망을 가장 빨리 완성했고, 5G 서비스를 전세계 최초로 개시할 예정이다. 한국 국민들은 저렴한 가격에 고퀄리티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주요 통신사업자의 영업이익 추이를 나타내는 표. / 조신 교수 블로그 갈무리
주요 통신사업자의 영업이익 추이를 나타내는 표. / 조신 교수 블로그 갈무리
한국 이통3사의 매출, 영업이익 등 다양한 경제 지표는 매년 악화된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을 예로 들면, 2018년 영업이익은 1.2조원으로 2010년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영업이익률 7.1%, 자기자본이익률(ROE) 5.7%로 자본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반면 해외 이통사업자는 한국과 달리 성장세가 이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한국 정부는 이동통신사의 통신료가 비싸다며 요금 인하를 요구한다. 통신서비스를 보편적 복지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요구는 시장경제 체제와 합치한다고 볼 수 없다. 지금처럼 정치권에서 통신서비스를 보편적 복지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차라리 통신서비스를 다른 복지 서비스처럼 정부(국영기업)가 낮은 요금에 제공하고 세금으로 적자를 보조하는 것이 더 확실한 대안일 수 있다.

정부가 지나치게 민간 기업인 이동통신사의 경영활동에 깊이 관여할 경우, 시설투자 위축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1970년대 후반 이래 미국 일부 주에서 전력요금 상승이 생산비용 증가보다 늦어져 시설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이 있었다. 한국도 2011년부터 2-3년 정도 한 여름과 겨울 전력부족 사태를 경험하고 심지어는 일부 지역 단전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는 여러 해 동안 한전의 적자가 누적된 결과 설비투자를 줄였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기업이 과다 투자를 하는 것도 문제지만, 적정 이윤 미확보에 따른 시설투자 축소는 결국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의 통신서비스 설비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 교수는 그의 글에서 "네트워크 산업의 수익성이 나빠지면 품질 보장도 어렵다"며 "네트워크가 ICT 산업 발전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제약 요인이 되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기 전 네트워크 산업의 수익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조신 교수의 블로그 글 원문 바로가기 : ‘통신사업자들의 허약해진 체력, 5G 시대를 감당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