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사내 유망 ICT 기술을 독립해 육성하는 스핀아웃(사업화) 프로그램 ‘스타게이트’를 시작한다. SK텔레콤은 스핀아웃의 형태를 신규회사 설립, 조인트벤처(JV), 인수합병(M&A) 등으로 다양화시켜 성공 확률을 최대한 높인다.

스핀아웃은 기업의 일부 기술 또는 사업을 분리해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모기업과 분사된 기업이 주식을 교차해 보유하는 등 방식을 통해 서로에 대한 헌신도와 긴밀도를 높인다. 기업에서 사업부 등을 떼어내 완전히 독립시키는 스핀오프와 차이가 있다.

박진효 SK텔레콤 ICT 기술센터장이 28일 서울 을지로 삼화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스핀아웃 프로그램 ‘스타게이트’를 설명하고 있다. / 이광영 기자
박진효 SK텔레콤 ICT 기술센터장이 28일 서울 을지로 삼화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스핀아웃 프로그램 ‘스타게이트’를 설명하고 있다. / 이광영 기자
SK텔레콤은 28일 서울 을지로 삼화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스핀아웃 프로그램 스타게이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독자 개발한 20개쯤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 및 시장성을 검토해 2020년까지 3개 기술을 스핀아웃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 시킬 예정이다.

SK텔레콤이 이번 프로그램에서 가장 강조한 표현 중 하나는 ‘성공 확률’이다. 이미 보유한 기술이나 연계성이 높은 기술을 상용화 하도록 지원해, 스핀아웃의 성공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박진효 SK텔레콤 ICT 기술센터장은 "삼성전자 C랩의 경우 스핀오프의 자유도가 높지만 SK텔레콤은 기술 선점 과정에서 상용 가능성 입증을 전제로 스핀아웃을 지원한다"며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의 리소스 규모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에 선택지를 좁혀 성공 확률을 높이려 한다"고 말했다.

스핀아웃 형태는 ▲외부 투자를 받아 신규 회사 설립 ▲타사와 결합 ▲외부 파트너사와 합작회사 설립 등 세가지로 나뉜다. 양자암호통신 기술은 스핀아웃해 IDQ와 결합하는 방식을, ATSC 3.0 기술은 싱클레어와 합작 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을 각각 선택했다.

스핀아웃 회사의 경영 간섭은 사업 분야에 따라 다르다. 사업에 연계되지 않을 경우 경영에 간섭하지 않을 수 있지만, 양자암호통신 기술처럼 밀결합된 분야는 상당 부분 협업의 형태를 띈다.

박진효 센터장은 "양자암호통신 기술의 경우 인수한 IDQ가 보안 사업부 아래 자회사로 붙어있지만 본체와 매우 밀결합한 형태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라며 "물리적인 관점 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스핀아웃의 이점을 극대화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민 테크이노베이션 그룹장도 "시장 분석에 따라 사업화 방법은 각양각색이다"라며 "사업별로 어떤 구조나 전략으로 가면 성공률이 가장 높을지 판단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 SK텔레콤 제공
. / SK텔레콤 제공
지원규모는 사업의 규모나 기술 성숙도에 따라 달라진다. IDQ와 협업에는 수백억원이 투입된 반면 시작 단계의 기술에는 수십억원이 투입될 수도 있다.

SK텔레콤은 스핀아웃을 희망하는 직원이 사업 성공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라만강 SK텔레콤 HR그룹장은 "외부로 나간 직원이 사업을 성공시키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초기 3년은 자기 보상 감소나 처우 하락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라며 "초기 설립 이후 추가로 참여 의사를 밝힌 직원에게도 전직의 길을 열어주고, 구성원이 지분을 스톡옵션 형태로 부여 받아 회사 성장과 본인 성장을 동기화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실패 가능성을 염두에 둔 안전장치도 마련한다. 구성원이 더 자율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함이다.

박 센터장은 "스핀아웃을 통해 열심히 했는데 불행하게도 성공하지 못한 직원이 있다면 다시 SK텔레콤에 복귀할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스핀아웃으로 SK텔레콤의 핵심 인력이 외부로 대규모 유출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이를 단순 인력 유출이 아닌, 회사의 ICT 생태계 전체에 도움을 주고 선순환 되는 방향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박 센터장은 "기술을 담당하는 책임자로서 인력유출이 걱정되지만 선순환 효과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며 "외부에서 SK텔레콤에 대해 무겁고 변화 대응이 느리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많은 직원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되면 오히려 더 많은 인력이 자사로 유입되는 효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