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는 한국 시각으로 2019년 4월 3일 오후 11시 동시에 5G 1호 가입자를 탄생시켰다. 예정에도 없던 5G 개통 소식에 어안이 벙벙했지만, 이유를 알고보니 이해가 가기도 했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에 눈이 먼 미국 버라이즌이 애초 일정을 1주일이나 앞당겨 1호 가입자를 만들려 했는데, 이를 간파한 한국 정부와 이통3사가 버라이즌보다 정확히 2시간 빨리 1호 가입자를 탄생시키며 타이틀을 가져왔다.

이통업계 일각에서는 세계 최초 타이틀에 집착한 정부가 버라이즌과 글로벌 촌극을 벌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최초라는 명판 때문에 체면을 구긴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의 5G 속도전이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5G 상용화가 국민의 편익과 상관없이 정부의 치적 쌓기용으로 전락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금껏 세계 최초를 위해 달려온 정부와 이통3사가 이제와서 미국 이통사에 타이틀을 양보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만에 하나 버라이즌보다 늦게 5G 상용화에 돌입했다면 지금보다 더 큰 비판이 쏟아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촌극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일단 타이틀을 가져온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다는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2016년 말까지만 해도 5G 상용화 시기는 2020년은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4차 산업혁명의 신경망이 될 5G의 표준을 확정하고 개발하는데 있어 4년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2019년 5G 상용화로 시계추를 빨리 돌린 공은 황창규 KT 회장에게 있다. 그는 2017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7’에서 2019년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2018년 2월 MWC에 참석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019년 3월을 상용화 시기로 못박기도 했다.

앞으로 정부나 사업자가 중점을 둘 부분은 ‘킬러콘텐츠’ 확보다. 5G는 초고속, 초고용량, 초저지연 등 특징을 지닌 통신 기술이다. 이전 통신 방식처럼 단순히 ‘속도가 빠릅니다’라는 식의 경쟁이 아니라, 자율주행차 등 위급 상황에 즉각 반응하는 등 전혀 새로운 서비스의 상용화를 위한 ‘핵심’ 인프라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4일 열린 5G플러스 전략 회의 자리에서 "이동통신 장비와 혁신적 융합서비스 같은 전략산업 분야에 과감히 투자해 제조업과 자동차 같은 연관 산업도 함께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유영민 장관은 2월 열린 한 간담회에서 "5G 시대의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은 결국 소비자가 공감하고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와 킬러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습이든 정공법이든 정부의 세계 최초 상용화 여정은 3일 오후 최종 마무리됐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소비자가 공감하고 체감할 수 있는 진정한 5G 시대의 개막을 위해 정부나 사업자의 킬러콘텐츠 발굴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