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가입자 확보를 위한 출혈 경쟁이 도를 넘어섰다. 이통사는 5G 스마트폰인 갤럭시S10 5G의 공시지원금을 경쟁적으로 높였고, 일부 대리점에서는 최대 60만원에 달하는 불법 보조금 살포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5G 상용화 일주일만에 10만명 이상이 가입하는 성과가 났지만, 유통 현장에서 일부 고객에게만 ‘고액의 지원금’을 제공하는 이른바 ‘대란’ 사태는 멈추지 않을 분위기를 보인다. 하지만 이를 규제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이통사의 위반사항을 확인하는 데 서두르지 않는 눈치다.

방통위가 5G 상용화 날짜를 ‘5일’로 착각한 듯한 인상도 준다. 한국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 때문에 5일에서 3일 오후 11시로 급하게 상용화 일정을 앞당겼다. 갤럭시S5 5G 단말기 중 일부는 이미 3일 일반인에게 판매된 셈이다.

하지만 방통위는 ‘일반 판매’가 시작된 것이 5일이라며 이를 단말기유통법 유권해석시 기준일로 삼았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비슷한 시기에 ‘공시지원금’을 상향 조정해 발표했지만, SK텔레콤만 단말기유통법을 위반해 과태료 처분을 받는 촌극도 벌어진다.

신도림 테크노마트 전경. / IT조선 DB
신도림 테크노마트 전경. / IT조선 DB
9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갤럭시S10 5G 요금제별 공시지원금을 5일 최대 47만5000원으로 공시했다. 3일 발표한 기존 금액(최대 19만3000원)보다 2배 이상으로 올렸다. SK텔레콤도 공시지원금을 최대 54만6000원까지 올렸다. KT는 최고 21만5000원이다.

이 과정에서 LG유플러스는 이틀 만에 공시지원금을 변경했지만 방통위의 유권해석으로 제재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공시지원금을 대폭 인상한 SK텔레콤은 단말기 유통법 위반으로 1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유통법) 제4조 1항을 보면, 통신사업자는 공시 내용과 관련된 정보를 최소 7일 이상 변경 없이 유지해야 한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개통일 공시 내용을 바꾼 SK텔레콤은 단통법을 위반한 것이다"라며 "7일 이상 변경·유지 조항은 정식 개통일 이후 적용되기 때문에 예약 판매기간인 3일 이후 공시지원금을 변경한 LG유플러스의 경우 위법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4월 3일 5G가 상용화 된 것을 고려하면, 방통위는 LG유플러스 역시 단말기유통법을 위반했다고 유권해석 하는게 맞다고 본다"며 "방통위 혼자 5G 상용화 날짜를 4월 5일이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통3사는 방통위의 해석에 따라 5G 개통일을 5일로 잡고, 7일 후인 12일 공시지원금을 변경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갤럭시S10 5G가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의 공세에 공시지원금 카드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는 불법보조금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주장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소비자주권)는 최근 5G 스마트폰에 대한 불법보조금이 대거 살포되고 있다며 9일 방통위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소비자주권 측은 "방통위는 불법보조금을 살포하는 이통3사 및 유통점에 대해 긴급 중지명령을 내려야 한다"며 "불법보조금 대거 살포 실태와 관련해 위반사항이 확인되면 제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사실 조사에 들어가기 앞서 시장 모니터링을 통해 조사 필요성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시민단체가 낸다고 밝힌 신고서를 아직 보지 못한 상황이다"며 "신고서를 접수한다고 해서 무조건 처벌을 목적으로 한 사실조사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며, 자체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사실조사 필요성을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