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세대를 중심으로 ‘레트로 게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닌텐도가 2016년부터 선보인 ‘닌텐도 클래식 미니' 시리즈는 2018년 11월 전 세계 1000만대를 돌파했다. 2월 미국 헤리티지 옥션에서는 1985년 출시됐던 ‘슈퍼마리오 브러더즈' 게임팩 세제품이 10만150달러(1억1286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닌텐도 클래식 미니는 1983년 출시된 8비트 게임기 ‘패밀리컴퓨터’(이하 패미컴)와 1990년 등장한 16비트 게임기 ‘슈퍼패미컴'을 작게 만든 것이다. 게임기 내부에는 1980~1990년 인기를 끌었던 게임 20개쯤이 내장됐다. 가격도 8만원쯤으로 성인 소비층 기준으로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다.
3040세대가 레트로 게임에 열광하는 까닭은 단순하다. 어린 시절 재미있게 즐긴 게임기와 게임을 다시 한번 만져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소프트 에뮬레이션 방식으로 PC나 스마트폰으로 같은 게임을 즐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때 그시절 만지던 하드웨어를 다시 만져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감이 남다르다.
레트로 게임기 수요는 소프트웨어 에뮬레이터보다 더 본래 하드웨어에 가깝게 동작하는 호환 게임기를 추구했고, 게임기 제작사는 이런 수요에 맞춰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 방식으로 제작된 게임기를 선보이게 된다.
아날로그사는 8비트 게임기 패미컴(NES)을 시작으로 16비트 게임기 ‘슈퍼패미컴(SNES)’, ‘메가드라이브(제네시스)’를 FPGA 방식으로 제작해 다른 소프트웨어 에뮬레이터 탑재 게임기 보다 비싼 190달러(21만7000원)쯤에 판매하고 있다.
FPGA는 호환 게임기를 넘어 오락실용 게임기판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1980년을 기준으로 40년에 가까운 세월로 제대로 동작하는 게임기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FPGA 열풍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때문에 전자반도체 지식이 부족한 레트로 게임 마니아는 인터넷의 집단지성과 누군가가 이미 기판 해석을 완료해 프로그램으로 옮긴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추억 속 게임을 즐긴다.
◇ FPGA는?
FPGA는 쉽게 말해 ‘프로그램으로 구성할 수 있는 전자회로'다. 인텔 등 반도체 제조사가 만든 FPGA 칩에 Verilog, VHDL 등 프로그램 언어를 사용해 게임기 혹은 게임기판의 각종 반도체 움직임을 해석한 데이터를 입력하면 마치 해당 반도체를 탑재한 것처럼 동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FPGA 칩은 SRAM 기반의 FPGA가 많이 사용된다. 이 방식은 플래시메모리나 EEPROM 등 기억 장치에 저장된 프로그램 파일(비트스트림 데이터)를 FPGA칩에 불러들여 동작한다. 이는 PC 부팅 작업과 유사하다. SRAM기반 FPGA가 많이 사용되는 이유는 사용자가 의도한대로 최적화시키기 쉽기 때문이다.
FPGA는 게임기와 게임기판 반도체 구성을 그대로 재현한 만큼 호환성이 높고 실제 기기와 비슷한 방식으로 동작한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소프트웨어 에뮬레이션 방식의 레트로 호환 게임기에서 동작하지 않는 게임팩이 FPGA 방식의 호환 게임기에서 동작한다.
또, FPGA는 PC용 오락실 게임 에뮬레이터 MAME와 달리 실제 게임기판처럼 다룰 수 있고, 소프트웨어 에뮬레이션에서 발생되는 입출력 지연 현상도 크게 줄일 수 있다.
◇ FPGA도 완벽하지는 않다
레트로 게임기 에뮬레이터 ‘Higan’ 개발자 ‘byuu’는 "FPGA도 엄밀히 따지면 에뮬레이터에 속하며, 반도체 동작 구현 정밀도 역시 소프트웨어 에뮬레이터가 FPGA와 비교해 떨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다만, "게임 콘트롤러 신호 입력에 따른 반응속도는 FPGA가 월등히 뛰어나다"고 말한다. byuu에 따르면 PC 등 소프트웨어 에뮬레이터에서 발생하는 입력 반응속도 지연은 프로그램 호스트인 운영체제(OS)에서 발생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해도 OS에서 발생되는 지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FPGA의 장점 중 하나인 병렬처리도 PC용 소프트웨어 에뮬레이터에 따라 가능하며, 미묘한 반도체의 동작 속도도 흉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