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5G 스마트폰 V50씽큐(ThinQ) 출시를 연기했다. 5G 서비스를 접할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기기와 소프트웨어 향상, 통신망 테스트를 거쳐 충분한 성능을 확보한 후 판다는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5G 개통과 함께 갤럭시S10 5G를 출시, 1주만에 10만대쯤의 판매 기록을 세웠다. 최초의 5G 스마트폰이라는 상징성, 잠재 수요를 빼앗긴 LG전자는 초조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 손해까지 감수하며 V50씽큐 출시를 연기했다.

사실, 지금 스마트폰 출시를 연기할 때가 아니다. LG전자 MC사업부는 2015년 2분기 이후 15분기째 누적 2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HE(가전)사업부가 번 돈을 MC사업부가 다 까먹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급기야 LG전자는 HE사업부를 이끌어온 권봉석 사장을 MC사업부 구원투수로 등판시켰다. 권 사장은 취임 이후 2월, 기자간담회에서 ‘5G 스마트폰으로 브랜드 재도약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자 요구를 만족하고 새로운 가치를 줄 제품에 집중하겠다’고도 말했다.

LG전자 기술력을 모은 5G 스마트폰 V50씽큐는 브랜드 재도약을 이끌, 새로운 가치를 줄 제품으로 꼽힌다. 이런 제품의 출시를 오로지 완성도 때문에 늦추다니 "이 회사 참 마케팅을 못한다"는 말이 나올만도 하다.

일단 V50씽큐를 내놓은 후 펌웨어 업데이트로 성능을 보완할 수도 있다. 이 편이 오히려 뒤처진 인지도와 판매량을 높이고 수익을 내는 데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LG전자는 출시 강행을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고 새로운 가치’를 주자는 철학과 위배되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느린 데다 수시로 먹통이 되는 5G 통신망을 두고 소비자 불만이 높다. 가입자 증가세 역시 소강 상태다. 이 상황에서 5G 스마트폰 출시를 강행하면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다.

LG전자 V50씽큐 출시 연기는 MC사업부 실적에 단기적으로 악영향을 줄 것이다. 적자 행진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LG전자는 그 대신 제대로 된 5G 스마트폰을 소비자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된다. 스마트폰 시장에 임하는 새 각오를 소비자에게 알릴 수 있게 된다. 마냥 잘못된 마케팅이라 치부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LG전자는 초콜릿 폰과 샤인폰, 프라다폰 등 숱한 베스트셀러 휴대폰을 선보였다. 스마트폰 시대를 늦게 올라탄데다, 모듈형 스마트폰을 비롯한 실패작으로 그간 쌓았던 휴대전화 명가 이미지를 구겼다. 명성을 되찾으려고 조급할 법도 하다. 실제로 한동안 조급했다. 이랬던 LG전자가 최근 무겁고도 신중한 움직임을 보인다. V50씽큐 출시 연기 역시 그 단면이다.

‘마케팅을 못하기로 유명한’ LG전자다. 경쟁사보다 우월한 기술과 제품의 장점, LG 의인상을 비롯한 수많은 사회공헌 활동을 좀처럼 내세우지 않는 이 회사를 두고 소비자들이 만든 우스개 칭찬이다. V50씽큐 출시를 늦추자 "LG전자가 또 실수를 하네"라는 얘기가 나왔다. 출시 연기를 되레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는 얘기다.

LG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조금씩 개선된다면, 각오대로 새 가치와 서비스를 전달할 수 있다면, LG전자는 휴대폰 영광의 시기를 되찾을 수 있다. LG전자는 ‘마케팅 못하기로 유명한’이라는 좋으면서도 싫은 수식어를 아마 이 때쯤 벗어던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