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 폴드’ 미국 출시를 앞두고 결함 논란이 일면서 폴더블 디스플레이 내구성 논란이 다시 부각됐다. 아울러 접는 게 아니라 둘둘 마는 롤러블 디스플레이에 대한 관심도 새삼 높아졌다.


현지 미디어와 리뷰어가 제기한 결함 문제는 억지로 보호필름을 떼어내면서 생긴 예외적 상황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폴더블 디스플레이 자체의 내구성 의문은 여전하며 오히려 더 커지게 됐다.

사실 내구성은 처음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제품이 공개됐을 때부터 꾸준하게 제기됐던 문제다. 현 기술로 반복해 접는 부분의 파손이나 변형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었다. 중국 로욜이 선보인 ‘플렉스파이’와 화웨이의 ‘메이트X’가 화면을 바깥쪽으로 접는 ‘아웃폴딩’ 방식을 채택한 것도 접히는 부위의 내구성을 염려한 설계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내구성 논란이 불거질수록 화면을 둘둘 마는 ‘롤러블’ 디스플레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전망이다. 롤러블 디스플레이는 폴더블과 마찬가지로 작은 부피에서 대화면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화면이 덜 휘기 때문에 내구성 측면에서 좀 더 유리한 편이다.

LG전자가 미국 특허청 특허를 취득한 두루마리 형태의 스마트폰 디자인 도면 일부. / 미특허청 갈무리
LG전자가 미국 특허청 특허를 취득한 두루마리 형태의 스마트폰 디자인 도면 일부. / 미특허청 갈무리
롤러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행보를 보이는 곳은 LG다. 지난해 CES 2018에서 65인치 크기 ‘롤러블 OLED TV’ 시제품을 처음 공개한 LG는 올해 CES 2019에서 업계 최초의 상용 롤러블 TV ‘시그니처 올레드 TV R’을 정식으로 선보였다.

이 제품은 롤러블 디스플레이의 장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가로로 긴 직육면체 기둥형 몸체에서 사용할 때만 디스플레이가 올라오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본체만 남는다. 그만큼 공간을 좀 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화면을 필요한 만큼만 꺼내 쓸 수 있는 것도 이 제품의 특징 중 하나다. 화면 상단 일부만 밖으로 꺼내 최소한의 정보를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이러한 기능은 문자 메시지 등 간단한 정보를 자주 수신하는 스마트폰에 유용하다.

실제로 LG전자는 지난해 말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사용한 ‘두루마리형 스마트폰’에 대한 디자인 특허를 미국 특허청에서 최종 취득했다. 2016년 처음 출원한 이 두루마리형 스마트폰은 2개의 네모 또는 원통형 막대 안에 필름 형태의 디스플레이가 좌우로 말려 들어있다. 양쪽으로 당기면 말려있던 화면이 펴지면서 대형 화면을 구현한다. 실용화된 롤러블 TV의 크기를 스마트폰 크기로 줄일 수 있다면 ‘롤러블 스마트폰’의 모양과 장단점을 짐작할 수 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이러한 ‘롤러블 스마트폰’을 실제 개발중이다. 박일평 LG전자 CTO 겸 사장은 해외 매체 탐스가이드와의 인터뷰에서 폴더블폰뿐 아니라 롤러블 폰에 대한 개발도 진행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최근에는 유럽연합 지식재산청(EUIPO)에 롤러블 제품에 관한 각종 신규 상표를 대거 신청하며 ‘롤러블 폰’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특허 관련 전문 소식통 렛츠고디지털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10일 독일 법무법인을 통해 ▲LG 더 롤(LG The Roll) ▲바이 롤(Bi-Roll) ▲더블 롤(Double Roll) ▲듀얼 롤(Dual Roll) ▲E롤(E Roll) ▲시그니처 R(Signature R) ▲R 스크린(R Screen) ▲R 캔버스(R Canvas) ▲롤 캔버스(Roll Canvas) ▲로톨로(Rotolo) 등 10개의 새로운 상표를 EUIPO에 신청했다. 이들 10개 상표는 모두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및 이동 통신 장비용 배터리, 스마트폰용 스피커, 스마트 폰용 카메라, 휴대 전화 케이스 등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롤러블 디바이스에 대한 디자인 특허 출원 도면. / 렛츠고디지털 갈무리
삼성전자의 롤러블 디바이스에 대한 디자인 특허 출원 도면. / 렛츠고디지털 갈무리
갤럭시 폴드로 단숨에 폴더블폰 시장 선도기업으로 떠오른 삼성전자 역시 OLED 기반 롤러블 디스플레이 기술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LG와 마찬가지로 CES 2016에서 스마트폰 크기의 롤러블 디스플레이 시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지난 2017년에는 스마트폰에도 적용할 수 있는 휴대용 소형 롤러블 OLED 디스플레이 장치에 대한 디자인 특허도 출원했다. 해당 특허 출원에는 디스플레이를 말아서 수납하는 원통형 제품과 지문 인식 센서가 달린 몸체에 바깥쪽으로 화면을 말아서 부착하는 사각기둥형 제품의 두 가지 형태의 제품이 포함됐다.

일단 삼성은 갤럭시 폴드를 중심으로 폴더블 디스플레이에 좀 더 주력하는 모양새다. 이 제품은 업계 최초로 선보이는 인폴딩 방식의 제품이다. 그만큼 삼성 제품에 지겹게 따라붙던 ‘카피캣’ 오명을 확실히 벗겨낼 수 있는 제품으로 꼽힌다.

내부적으로는 롤러블 폰에 대한 개발도 계속할 전망이다. 김학상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비주얼개발팀장 전무는 갤럭시 폴드 발표를 앞둔 지난 1월 기고를 통해 "수년 내 롤러블, 스트레처블 등 형태를 다양하게 변형할 수 있는 기기로 스마트폰 폼팩터의 대대적인 변화가 진행될 것"이라며 롤러블 폰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