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 "비전 공감하지만 실행력·지속성 담보해야"

최용석 기자
입력 2019.04.30 15:32 수정 2019.04.30 18:24
팹리스(반도체설계 전문업체)들은 정부와 반도체소자업체들의 시스템반도체 육성전략에 대체로 긍정적이다. 애써 개발했건만 이를 테스트할 라인을 구하지 못해 멀리 해외까지 나가 비싼 돈을 들이고, 생산만 해줘도 ‘감지덕지’해야 했던 설움을 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됐다.

그러면서도 팹리스들이 무조건 낙관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간 수없이 나왔던 팹리스 육성책에 ‘희망 고문’을 받은 기억이 여전히 남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소자업체들이 더욱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제시하고 지속적인 추진을 담보해야 ‘시스템반도체 2030’ 비전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의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모습. / 삼성전자 제공
정부와 반도체소자업체들이 30일 발표한 ‘시스템반도체 2030’ 비전은 나름 팹리스들이 가려워하는 곳을 긁어줬다. 파운드리서비스 지원 확대가 대표적이다.

팹리스 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간 팹리스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애로사항이 적지 않았는데, 이번 정책적인 지원을 통해 그간 아쉬웠던 부분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정부와 대기업들이 앞장서 국내 파운드리 및 팹리스 육성과 지원 정책을 밝힌 것을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라며 "정책이 잘 유지되어 국내 유망 팹리스들이 해외로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 더 많이 생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삼성, LG 등 세계적인 정보통신기술(ICT) 제조업체가 있는 한국이다. 국내 팹리스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용이하다. 실제로 국제 경쟁에도 통할 만한 팹리스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자체 생산 능력이 없다보니 파운드리와의 협업이 필수인데 국내에 전전으로 의존하기 어려운 구조다.

삼성을 비롯한 대형 파운드리는 주로 소품종 대량 생산에 최적화됐다. 다품종 맞춤형 제품 구조를 갖춘 팹리스와는 잘 맞지 않았다. 그나마 발주 물량도 파운드리 업체들이 자사 또는 대기업 협력사 물량을 우선적으로 소화하니 이용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대만이나 중국 등 해외 파운드리에 상당 물량을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뿐만이 아니다. 고급형, 고성능 제품에 필수적인 미세공정 분야에서 국내 파운드리는 해외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세다. 국내 파운드리 업계는 주로 8인치 웨이퍼를 사용한다. 공정 수준도 수십 나노미터(㎚)급이다. 생산성이 높은 12인치 웨이퍼와 10㎚급의 공정을 제공하는 해외 파운드리가 더욱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한 팹리스업체 대표는 "국내 파운드리는 대세인 12인치 웨이퍼를 쓰는 곳이 없어 미세공정 면에서 한수 처진다"며 "미세 공정을 적용해야 할 고급형 제품의 경우 거의 해외 파운드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외 파운드리에 맡긴다 하더라도 애로가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해외에 있다보니 이동이나 보관 등 물류비와 출장비 등 추가 발생 비용이 많다. 글로벌 팹리스 업체들에 비해 구매력(바잉 파워)이 밀리니 기다리는 것은 예삿일이다. 언어가 달라 발생하는 의사소통 문제도 있다.

신윤홍 티엘아이 대표는 "국내 업체 3곳을 비롯해 대만과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지만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대량으로 발주하는 해외 팹리스에 밀리는 데다, 비용구조상 이득도 없다. 같은 조건이라면 국내 생산이 훨씬 유리한 게 당연하다"라고 반문했다.

정책을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손보익 실리콘웍스 대표는 "이번 발표 내용은 반갑지만, 실질적으로 국내 팹리스 기업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미지수다. 정책과 지원을 얼마나 잘 지키고 지속할지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손대표는 "반도체 제조 관련 IP와 인프라의 더욱 적극적인 공개와 기업간 파운드리 차별이 없는 ‘형평성’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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