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 고령화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속도로 진행된다. 특히 치매는 우리나라 50대 이상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으로 조사될 만큼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이 겪는 고통과 두려움이 큰 질병이다. 매년 그 환자수가 급증해 2050년이면 전체 노인 인구의 15%가 치매를 앓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정부는 2017년 치매국가책임제를 선언했지만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IT조선은 치매 국가책임제를 조명하고 그 정책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치매는 예방이 최선입니다. 하지만 치매가 시작됐다면 보통 2년을 주기로 상태가 악화된다고 볼 수 있죠. 만약 예방을 못했다면 이 주기를 늦춰주는 게 가장 효과를 높이는 방법입니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한 것이 슈퍼브레인프로젝트입니다. ICT 기술을 활용합니다. 지금은 초기단계로 웹베이스의 개인 데이터를 저장하고 모니터링 하지만 발전하면 인공지능(AI) 기반 치매 예방 프로그램이 될 수 있습니다."

 정지향 이대목동병원 정신과 교수. / IT조선
정지향 이대목동병원 정신과 교수. / IT조선
정지향 이대목동병원 정신과 교수는 IT조선과 만나 슈퍼브레인 프로젝트 도입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슈퍼브레인 프로젝트는 경도인지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의 상태가 치매로 악화되는 기간을 늘릴 수 있는 예방 프로그램이다. 정지향 교수 연구팀은 최근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로완과 웹(WEB) 기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시스템 원리는 간단하지만 효과는 엄청나다. 2년주기로 악화되는 치매 진행도를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완벽한 치매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점은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용법은 경도인지장애를 앓는 환자가 직접 본인의 상태를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PC 등을 활용해 기록하는 시스템이다. 환자가 얼마나 운동을 했는지, 가족들과 얼마나 소통을 했는지 등을 면밀하게 기록할 수 있다.

정 교수는 "보건산업진흥원에 연구지원해서 7대 1 경쟁률을 뚫고 선정됐다"며 "예전에는 종이를 가지고 만들었던 교육 프로그램을 웹 베이스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슈퍼브레인 프로젝트를 통해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모든 기록이 저장되기 때문에 환자를 처음 접하는 의료진이 쉽게 과거를 확인할 수 있다"며 "현재는 예방 프로그램으로만 만들어졌지만 더 발달하면 환자의 인지상태, 이상상태 등 다양한 환자의 상태를 과거부터 현재까지 모두 추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지향 교수(맨 오른쪽) 연구팀이 치매예방을 위한 인지중재프로그램 점검을 하고 있다. / IT조선
정지향 교수(맨 오른쪽) 연구팀이 치매예방을 위한 인지중재프로그램 점검을 하고 있다. / IT조선
정지향 교수가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최근 국내 최초로 전문 병원용 치매환자 보호자 교육 프로그램(아이케어(I-CARE)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 효과성을 입증한 논문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아이케어프로그램은 환자의 이상행동을 보호자들이 받아들이게끔 하는 심리상태 조절 프로그램이다.

◇ ICT 기술과 디지털 기기, 치매 예방에 힘을 보탠다

정지향 교수팀(정지향·박희경·김건하 교수, 유라영 신경심리사)이 개발한 아이케어프로그램은 치매 유병률이 가장 높은 알츠하이머형 치매 보호자를 대상으로 교육과 심리적 치료에 개입한다.

이 연구에는 이대목동병원을 비롯해 인하대병원, 서울아산병원, 평촌한림병원, 춘천성심병원, 동탄성심병원, 보바스기념병원 등 7개 대형병원에서 38명의 보호자가 참여했다. 연구팀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보호자 치매관련 부양부담과 우울증을 감소하는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이대목동병원 로봇인지치료센터 치매 치료 로봇. / IT조선
이대목동병원 로봇인지치료센터 치매 치료 로봇. / IT조선
또 정지향 교수가 속해 있는 이대목동병원은 대학병원최초로 로봇인지치료센터를 개소했다. 로봇인지치료센터는 치매 예방을 위한 기억력, 집중력, 언어 능력 등 인지 기능 향상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특히 치매 고위험 환자를 대상으로 인지 기능에 따라 1대 1 맞춤형 인지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정지향 교수는 "ICT 기술과 디지털 기기에 관심을 높이는 이유는 환자와 보호자를 상담하다보니 약물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급속도로 빨라진 고령화로 인해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현실에서 ICT, 디지털 시스템 접근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이를 쉽게 만들면 오히려 더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착안했다"고 덧붙였다.

◇ 곳곳에 산재한 장벽…비급여의 급여화 절실

하지만 치매치료와 예방에 이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기에는 장벽이 많다. 우선 의료장비이다보니 개발을 하더라도 효과 입증하는 연구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여기에 효과가 입증됐다 하더라도 초반에는 의료보험에서 비급여로 이뤄진다. 이는 사용률을 확대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

정 교수는 "예를 들어 로봇인지치료의 경우 로봇인지치료는 의료행위로 인정 받지 못한다"며 "인지치료에 보조제로 로봇이 쓰이는 것이며, 인지치료 역시 비급여로 이뤄지기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현실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ICT 기술을 활용해 시스템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의료행위 안으로 들어오기는 너무도 힘든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치매예방교육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다. 치매예방교육 프로그램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이 나서야 한다. 치매 환자는 우울증, 망상, 배뇨장애 등 12가지 증상을 보인다. 또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질환은 50여가지가 넘는다. 의학·전문적 지식을 기반으로 각 상황에 맞는 적절한 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또 이런 상황을 보호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 정책은 전혀 없다. 교육은 고사하고 상담조차 환자와 보호자에게 제대로 해줄 수 없다는 것이 의료계 현실이다.

정지향 교수는 "치매 치료의 시작은 치매 검사를 한 후 첫 진료부터다"라며 "이때 환자·보호자와 최소 30분~1시간 쯤의 상담이 필요한데, 일반 병과 똑같은 5분만 급여로 인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뇨나 암환자 대상 교육프로그램은 비급여로 인정되지만, 치매환자나 보호자를 대상으로 의료인이 교육하는 것은 인정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라며 "환자와 보호자가 상담받거나 의료진이 보호자에 교육을 시키고자 할 때 의료법상 이를 지원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향 교수는 마지막으로 "우리 정부는 치매 국가책임제를 밀고 있다"며 "소아과 아이들도 발달장애가 있을 때 관련 치료 프로그램이 급여화 돼 있는데, 현재 치매는 아무런 지원이 없는 상태라는 점에서 과연 정부가 제대로 된 치매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또 "나라에서 치매를 책임지겠다고 한 만큼 경도인지장애 경우는 ‘환자’를 대상으로, 초기치매부터는 ‘보호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을 국가가 적극 나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