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수년 전만 해도 자동차 회사들은 전기자동차를 만들기 싫어했지만 이제는 메이저 자동차 제조사들이 앞다퉈 전기차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충전 인프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미 성장할대로 성장한 통신보다는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하는 에너지 시장에 뛰어들기로 했습니다."

안태효 스타코프 대표는 최근 IT조선과 만나 충전 인프라 구축이 미래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스타코프는 2013년 설립된 신생 에너지 관련 스타트업이다.

카이스트 물리학 박사 출신인 안태효 스타코프 대표는 KT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KT맨이었다. 그는 KT에서 T&C부문 스마트에코본부장, 개인고객부문 개인FI본부장을 거쳐 T&C부문 가상재화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그런 그가 2014년 회사를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2015년 스타코프에 투자하며 연을 맺게 됐다.

안태효 스타코프 대표. / 류은주 기자
안태효 스타코프 대표. / 류은주 기자
◇ 전기차는 ‘스마트폰'처럼

안 대표는 앞으로 에너지를 시각화하는 기술이 각광받을 것이란 기대를 내비쳤다.

그는 "에너지(전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시각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면 막대한 돈(전기료)을 절감할 수 있다"며 "에너지의 소모를 막는다면, 기업입장에서는 돈을 벌고, 환경적으로는 공해가 줄어들기 때문에 에너지를 시각화 하는 기술을 계속해서 개발해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번에 규제샌드박스에 통과된 스마트 전기자동차 충전 콘센트 역시 전기에너지를 시각화하는 기술이 포함됐다.

스타코프는 일반 220V용 콘센트를 활용해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스마트 전기자동차 충전 콘센트’에 대한 임시허가를 신청했다. 3월 열린 2차 ‘제2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되며 사업화 수순을 밟고 있다.

스마트 콘센트는 일반 콘센트에 꽂으면 전기자동차를 충전할 수 있다. 별도로 계량과 과금까지 가능하다. 기존 전기차 충전기 설치비는 400만원이 넘지만, 스타코프 제품은 30만~50만원 정도로 설치비가 저렴하다.

스타코프가 개발한 스마트 전기차 충전용 콘센트.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스타코프가 개발한 스마트 전기차 충전용 콘센트.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안 대표는 "스마트 콘센트는 전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콘센트를 꼽으면 전기차인지 아닌지를 구별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원래 용도로 쓸 수 있다"며 "전기차는 스마트폰처럼 집에서 충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국립전기연구소에서 대부분 전기차주가 집, 회사에서 전기차를 충전하지 충전소에 가서 충전하는 빈도가 낮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며 "하지만 아파트나, 거주 지역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는 비용이 만만찮으므로, 스마트 콘센트가 활성화되면 전기차 대중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 스타코프, 6월 20일 스마트 콘센트 상용화

안 대표는 2017년 스마트 콘센트 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관련 규정 미비로 규제에 가로막혀 상용화를 하지 못했다.

현행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플러그 형태의 전기차 충전설비를 갖춘 경우 전기차 충전사업자로 등록할 수 있다. 일반 콘센트를 활용한 전기차 충전 서비스는 할 수 없다. 또한 현행 계량에 관한 법령상 ‘전기차 충전용 과금형 콘센트’의 형식 승인을 위한 기술 기준도 없다.

스타코프는 규제샌드박스 통과로 국가기술표준원의 전력량 계량 성능 검증을 받은 후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한다. 상용화 초기에는 조건부로 판매한다.

안 대표는 "5월 말까지 인증시험을 거친 뒤 6월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며 "100개 전기차 용으로만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대상을 신중하게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전기차 충전소가 없어 충전에 어려움을 겪었던 고객들을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하고 싶다"며 "전기를 충전할 수 있는 할인 쿠폰 제공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규제샌드박스도 ‘원스톱’으로

안 대표는 규제샌드박스 성공을 위해 정부가 보다 과감하게 규제를 혁파할 필요가 있다고 반복해서 강조했다.

안태효 스타코프 대표. / 류은주 기자
안태효 스타코프 대표. / 류은주 기자
그는 "규제샌드박스 연말까지 100개를 만들겠다고 정부가 공언했지만 사실 그 중에서 시장에서 성공하는 사업은 10개가 나오기도 힘들 것이다"며 "정부는 목표치를 높게 설정해 100개 중 적어도 20개는 상용화에 성공시키고, 2020년에는 1000개의 과제가 통과될 수 있도록 해야 적어도 5개의 유니콘 기업이 나올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안 대표는 부처 간 장벽이 높다는 점도 지적했다. 모든 부처를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이 규제 샌드박스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지만 부처 간의 이견 조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안 대표는 "전체 부처를 장악할 수 있는 청와대 소속(규제샌드박스 담당) 비서관이 있어야 한다"며 "적어도 1~2년간 규제샌드박스 업무만 책임지고 맡을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모든 부처의 업무가 연결 될 수 있음에도, 부처 간의 장벽이 여전히 높다"며 "고객이 핸드폰이 잘 터지지 않으면 고객센터에 전화하지 네트워크 부서에 전화하지 않듯 규제샌드박스 역시 한 곳을 통해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도입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