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수퍼맨, 빌딩숲을 누비는 스파이더맨, 초강력 수트로 무장한 아이언맨까지. 바로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며, 종합 콘텐츠 그룹으로 성장한 기업이 있다. 바로 디즈니다. 어린이는 물론 이제는 키덜트의 지갑까지 열게하는 디즈니의 힘. 상상을 현실로, 꿈을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그들의 창의력은 여기 특허에서 나온다.

◇ IP와 함께 한 지난 100년

창립 100년이 다 돼가는 디즈니는 지금도 미키 마우스로만 세계에서 매년 6조원의 저작권을 챙기는 IP명가다. 1940년에 이미 3차원 카메라 기술을 선봬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는 바로 이 기술을 바탕으로 탄생한 디즈니 최초의 장편 만화영화였다.

1940년 출원된 디즈니의 ‘3차원 카메라 기술’ 특허. / 윈텔립스 제공
1940년 출원된 디즈니의 ‘3차원 카메라 기술’ 특허. / 윈텔립스 제공
이보다 앞선 1928년에는 ‘미키 마우스’(Mickey Mouse®)로 상표등록을 마쳤다. 그때만해도 이 작은 생쥐 한마리가 이후 백년 가까이 매년 수조원을 벌어다줄 거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창립자 월트 디즈니는 2000년 미 국립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사후 헌액되기도 했다.

1928년 상표등록된 디즈니의 ‘미키 마우스’(Mickey Mouse®). / 윈텔립스 제공
1928년 상표등록된 디즈니의 ‘미키 마우스’(Mickey Mouse®). / 윈텔립스 제공
◇ 전문 IT기업 뺨치는 강력한 IP포트폴리오

이처럼 비즈니스에서 IP가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을 일찌감치 터득한 디즈니는 2019년 4월 현재 총 2354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2008년 이후 출원 건수가 급증해 최근 들어서는 매년 200건의 특허를 신규 확보하고 있다. 디즈니하면 캐릭터 디자인이나 상표 같은 지식재산이 많을 듯 하지만 이는 전체 보유 특허의 4.6%에 불과하다. 일반 유틸리티 특허가 출원·등록 건수의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얘기다.

특히 이들 특허는 만화영화나 캐릭터 관련 조잡한 기술이 아닌 AR/VR이나 드론 등 컴퓨터·전기·전자 관련 첨단 테크놀러지가 대부분이다. 웬만한 전문 IT기업 뺨친다. 실제 디즈니는 최근 미 버라이즌과 5G분야 기술 협력을 발표했다. 1월 CES에서는 아우디 반자동 주행 전기차에 디즈니 특유의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기도 했다.

◇ 디즈니 테크놀러지의 요람 ‘디즈니연구소’

이같은 디즈니의 첨단 IP포트폴리오 뒤에는 디즈니연구소(Disney Research)라는 일명 ‘상상공작소’가 있다. 스위스 취리히 등지에 위치한 이 연구소는 디즈니가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 각종 창작물로 그려낸 기발한 상상력을 현실세계에서 재탄생시켜내는 역할을 한다.

그렇게 실현된 기술은 곧바로 디즈니의 IP자산으로 연결된다. 이는 디즈니 특허 가운데 유독 유럽명문 공대인 취리히연방공과대학(ETH)과의 공동발명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디즈니는 이 대학과 지금까지 총 71건의 특허를 공동으로 출원했다. 자국 카네기멜론대나 자회사 픽사 등과 공동출원 건수가 각각 6건과 2건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이 회사 기술력이 디즈니연구소에 얼마나 의지하는지를 알 수 있다.

바로 그런 특허 가운데 하나다. 2018년 11월 미 특허청에 등록된 ‘조명을 이용한 증강현실 기법’이란 특허를 보자. 조명이나 간단한 카메라 기법만으로도 다양한 표정과 몸동작의 인물 묘사가 가능토록한 AR, 즉 증강현실 관련 기술이다. 이를 영화촬영 현장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배우와 스텝이 일부러 특수분장이나 FX효과를 위해 장시간 스튜디오와 편집실에서 고생하는 일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제작비용도 크게 절감된다.

‘조명을 이용한 증강현실 기법’ 특허. / 윈텔립스 제공
‘조명을 이용한 증강현실 기법’ 특허. / 윈텔립스 제공
◇ 키덜트 덕후, 지갑을 열다

영화의 감동이 극장을 나오면서 끝난다면 디즈니가 아니다. 오히려 그 감흥을 이후 매출로까지 연결시키는 것이 디즈니의 전형적인 비즈니스 전략이다. 바로 그 첨병에 특허가 있다.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여러 소품중 광선검, 즉 라이트세이버(lightsaber)를 기억할 것이다. 색색으로 빛을 발하는 이 광선검은 세계 스타워즈 덕후들이 가장 애정하는 아이템이다. 하지만 현재 키덜트 시장에 나와 있는 것은 대부분 아이들 장난감 수준의 조악한 제품 일색이다.

디즈니는 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2018년 11월 미 특허청이 공개한 디즈니의 관련 특허를 보자. 처음엔 영화에서와 같이 검의 손잡이만 보인다. 하지만 버튼을 누르면 형형색색의 칼날봉이 돌출된다. 버튼을 또 누르면 이 칼날은 다시 칼자루 속으로 사라진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명세서에 나와있는 ‘발명의 설명’에 따르면 칼날은 테이프 형태로 돼있다. 칼자루 속 모터에 말려있는 특수 테잎은 모터가 회전·역회전 할 때마다 돌출과 후퇴를 반복한다. 이 테이프에는 LED조명이 부착돼있다. 칼자루에는 음향장치까지 내장돼 있다. 별도의 음향 시스템과 레이저빔, 역반사 장치 등이 필요했던 기존의 광선검 특허와 차원이 다르다.

스타워즈의 ‘라이트세이버’ 관련 특허. / 윈텔립스 제공
스타워즈의 ‘라이트세이버’ 관련 특허. / 윈텔립스 제공
디즈니하면 또 ‘테마파크’를 빼놓을 수 없다. 놀이기구의 대명사 ‘바이킹’ 관련 최신 특허다. 기존 바이킹은 한곳에 고정된 채 단순 진자 운동만 한다. 하지만 디즈니의 바이킹은 다르다. 궤도를 따라 이곳 저곳을 이동하며 움직인다. 2018년 12월 미 특허청에 정식 등록된 이 특허의 명세서에는 "마치 타잔이 넝쿨줄기를 잡고 나무 사이를 왔다갔다 하듯, 또 스파이더맨이 거미줄을 쏘며 빌딩 숲을 날아다니 듯 움직인다"고 묘사돼 있다.

도면을 보면 테마파크 곳곳을 누비는 이른바 ‘이동식 바이킹’의 경로가 상세히 나와 있다. 이 신박한 바이킹은 2021년 디즈니월드 개장 50주년에 맞춰 현재 공사가 한창인 미 올랜도 앱콧파크에서 타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랜드의 ‘바이킹’ 관련 특허./윈텔립스 제공
디즈니랜드의 ‘바이킹’ 관련 특허./윈텔립스 제공
디즈니 드론 특허를 하나 보자. 여러 드론이 떼로 날고 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광경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 인텔이 날려올린 드론 군무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는 이미 2013년 디즈니가 출원한 ‘에어쇼용 무인기 떼의 동조화 제어법’이라는 특허에 나온 기술이다. 명세서엔 ‘공중에 픽셀을 띄워 구현한다’고 돼있지만 휘황찬란한 조명으로 다양한 색깔을 연출한 인텔 드론쇼의 또다른 표현일 뿐이다.

드론간 충돌 방지를 위해서는 비행관리제어시스템을 적용했다. 여러 드론을 3차원 공간에 배치한 뒤 사전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는 건데, 이 역시 인텔과 유사하다. 향후 상용화 여부에 따라 양측간 특허분쟁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에어쇼용 무인기 떼의 동조화 제어법’ 특허. / 윈텔립스 제공
‘에어쇼용 무인기 떼의 동조화 제어법’ 특허. / 윈텔립스 제공
최근 디즈니는 9월부터 ‘디즈니 플러스’라는 OTT, 즉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깜짝 발표를 했다. 현재 디즈니는 스트리밍 관련 특허를 총 40건 보유하고 있다. 이중 절반쯤은 최근 3년간 집중 출원됐다. 만약 넷플릭스 등 경쟁사가 디즈니의 IP동향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었다면 디즈니 플러스의 등장을 어느 정도 사전에 인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관련 특허 하나 보자. 2018년 6월 미 특허청에 등록된 ‘하이브리드 푸시 기반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한 시스템 및 방식’이라는 디즈니 특허다. 동영상 파일이란 게 대부분 용량이 크다. 따라서 미국은 물론 세계를 상대로 신규 스트리밍 서비스를 해야하는 디즈니 입장에서는 망 부하가 가장 큰 골칫거리다.

이 특허는 그 문제를 혁신적으로 개선해준다. 디즈니는 무거운 대용량 파일을 한번에 힘겹게 내보내는 대신 세그먼트 단위로 잘게 쪼개 분산 전송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른바 ‘하이브리드 푸시’ 기반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고안해낸 거다. 이렇게 쪼개진 파일은 다시 매니페스트 서버를 통해 이어 붙인다. 망 끝단의 시청자들이 스마트폰이나 TV로 볼 땐 끊김없이 정상적으로 영상물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하이브리드 푸시 기반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한 시스템 및 방식’ 특허. / 윈텔립스 제공
‘하이브리드 푸시 기반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한 시스템 및 방식’ 특허. / 윈텔립스 제공
◇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힘, 특허!

"모든 사람의 꿈을 실현하라(Make everyone’s dreams come true!)"

2006년 미국에서 간행돼 화제가 된 경영서, ‘더 디즈니 웨이(The Disney Way)’에 나오는 구절이다. 디즈니는 사람들의 꿈을 실현시키는 강력한 수단으로 ‘특허’를 활용하고 있음을 IP분석을 통해 알 수 있다.

유경동 샌드글래스 랭귀지&콘텐츠본부장은 전자신문 기자와 지식재산 전문 매체 IP노믹스의 편집장, 윕스 전문위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현재 SERICEO에서 ‘특허로 보는 미래’를 진행중입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 ▲ICT코리아 30년, 감동의 순간 100 ▲ICT 시사상식 등이 있습니다. 미디어와 집필·강연 등을 통한 대한민국 IP대중화 공헌을 인정받아, 글로벌 특허전문 저널인 영국 IAM의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에 선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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