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책상 머리서 현장 가보니 다르더라”

이광영 기자
입력 2019.05.08 06:00
"말로는 수요자를 위한다고 했는데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정책 공급자의 시각에서 수요자의 입장을 살폈는데 현장은 전혀 달랐습니다. 책상머리에서는 듣지 못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공급한 정책이 실제 어떻게 반영되는지 체감했습니다. 성취감도 있지만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석제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은 행정고시 31회 합격 후 1988년부터 30년 넘도록 공직에 있었던 인물이다. 그는 1년 4개월 전 IITP 원장으로 부임했는데, 최근 IT조선과 만나 원장으로 근무하는 기간 현장에서 느꼈던 소회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석제범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원장. / IITP 제공
석 원장은 2018년 1월 제2대 IITP 원장으로 취임했다. 옛 체신부를 시작으로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前 미래창조과학부) 등에서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관료 출신이다. ICT R&D 분야에서는 잔뼈가 굵을 만큼 굵었다.

그는 30년 간의 공직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현장의 시각을 IITP 원장 취임 이후 생생하게 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석 원장은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정책을 제대로 적용시키려면 개념적으로만 수요자의 입장을 생각할 게 아니라 현실에서 실제 어떻게 작동되는지 직접 보고 듣고 느껴야한다"며 "이같은 경험이 뒷받침되면서 최대한 현장에 있는 수요자 시각으로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석 원장은 2017년부터 IITP와 실리콘밸리 글로벌혁신센터(KIC)가 함께 진행한 ‘ICT학점연계 프로젝트 인턴십(이하 ICT 인턴십)’을 예로 들었다. ICT 인턴십은 국내 대학생이 미국 실리콘밸리와 일본 등 해외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서 최소 6개월 이상 인턴으로 근무하는 프로그램이다.IITP는 이 프로그램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는 대학생의 목소리를 반영해 당초 10명만 모집했던 참가 인원을 2018년부터 두배인 20명으로 늘렸다. 인턴십 장소도 실리콘밸리를 넘어 유럽 , 일본으로 확대한다.

그는 "인턴십에 참가한 대학생을 만나보면 향후 어느 분야에서 일하게 됐던지 간에 상당한 보탬이 됐다는 얘기를 한다"며 "이처럼 현장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해 국가 경쟁력 강화의 마중물이 된다는 점에서 인재 양성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IITP가 2019년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ICT 인력 양성 사업은 ▲인공지능대학원 ▲글로벌 핵심인재양성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혁신성장 청년인재 집중양성 등 4가지다.

IITP는 인공지능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특화 대학원 3곳(카이스트·고려대·성균관대)을 선정해 총 30억원을 지원한다. 석박사 고급인재를 대학당 연 40명 이상, 2028년까지 1200명의 인재를 양성해 세계 컴퓨터 사이언스(CS) 랭킹 상위 50위 내 진입을 목표로 AI 대학원을 육성한다.

또 해외 연구기관과 협력해 인재를 기르는 글로벌 핵심인재양성사업에는 2019년 79억원을 투입한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빅데이터, AR/VR, 블록체인/ 핀테크 등 ICT 선도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급 핵심인재 양성이 목표다. AI 분야 세계 최고 대학인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에 파견교육이 예정돼있다.

소프트웨어(SW) 핵심 인재 양성을 위해 2년제 비학위 과정인 이노베이션아카데미에 350억원의 사업비를 쏟는다. 연간 500명의 SW고급인재를 양성해 국가 혁신성장 견인 및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방침이다.

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블록체인, AR/VR, 자율주행차, 드론, 스마트공장 등 8대 혁신성장 산업분야 우수 인재를 위한 혁신성장 청년 인재 집중양성사업에도 280억원을 지원한다.

석제범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원장. / IITP 제공
석 원장은 IITP와 같은 공공기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제시했다. 부처간 칸막이만 탓할 게 아니라 ICT R&D 분야에서 기관간 연계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어진 범위 내에서 기관간 연계할 만한 사업을 찾아 협업한다면 글로벌 ICT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IITP는 이를 위해 상위기관인 한국연구재단(NRF)와 기초연구 및 응용연구를 연결시킨 수억원 규모의 R&D 과제를 시범 추진한다. 이를 토대로 기초연구와 응용연구가 동시에 필요한 분야를 하나의 사업으로 묶어 추진하는 부처간 대표 협업 사례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그는 "IITP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부설 기관에서 한국연구재단(NRF) 부설기관으로 간판을 바꾼 이유도 다른 공공기관과 협업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라며 "R&D 전문기관 협의체를 분기마다 상시화해 각 부처 기관이 협력 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IITP는 또 SW 마에스트로 과정을 통해 키운 인재가 글로벌 스타트업 창업을 꿈꿀 경우 타 부처와 연계해 창업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유럽과 남미 지역 최대 통신사 텔레포니카가 설립한 ‘와이라’가 모델이 될 수 있다. 와이라는 텔레포니카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스타트업이 세계 시장에 접근하는 채널을 열어준다.

석 원장은 "SW 마에스트로 교육 과정은 멘토링과 팀단위 과제해결 등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며 "수료생이 창업을 하게 된다면 IITP는 물론 타 부처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까지 연결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석 원장의 임기는 2020년 말까지다. 그는 임기까지 AI, 5G 등 정부의 ICT 산업 육성 정책에 IITP가 궤를 같이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R&D 분야에서도 급부상한 중국에 뒤처지지 않으면서 한국의 첨단 기술 분야 경쟁력을 높이는 데 보탬이 되겠다는 바람이다.

석 원장은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의 말처럼 ‘5G 최초를 넘어 5G 최고를 만드는 일’에 IITP가 동참하겠다"며 "IITP는 R&D 발굴 및 인력 양성에 집중해 한국이 ICT를 통해 재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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