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접속 불통 사태와 임블리 사태로 신뢰성을 잃은 인스타그램이 마켓플레이스로 본격 전환을 선언했다. 한국에서 인스타그램이 이용자와 브랜드 간 소통하고 이용자 취향에 맞는 상품을 검색하는 주된 창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거듭나려는 인스타그램에 마케팅 기능 강화와 이용자 신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과제를 어떻게 풀어낼 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 "한국 이용자, 인스타그램으로 최신 트랜드 검색"

인스타그램은 7일 오전 서울 한강 세빛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짐 스콰이어스 비즈니스 및 미디어 총괄 부사장과 제프 블라호비치 아시아태평양 지역 선임 컨슈머 소비자 리서치 담당자가 직접 한국을 찾아 인스타그램 비즈니스 전략을 설명했다.

이날 인스타그램은 한국에서 마켓플레이스로 거듭나고 있다고 소개하며, 인스타그램을 이용해 마케팅에 성공한 여러 브랜드 사례를 선보였다.

한국에서는 인스타그램이 일상을 공유하던 소셜 미디어에서,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고 이용자 취향에 맞는 상품을 발견하는 쇼핑 공간으로 탈바꿈했다고 소개했다. 한국 브랜드들이 인스타그램을 겨냥해 마케팅을 실시한 결과 실제 성과도 좋았다는 평가다.

최근 쇼핑과 마케팅 기능을 강화하고 나선 인스타그램이 특히 전 세계 시장 중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3월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대표도 직접 한국을 방문해 이용자에게 더욱 다양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7일 오전 인스타그램은 ‘하우스 오브 인스타그램'을 꾸며 인스타그램으로 비즈니스 성장 사례를 소개했다. 이날 마케팅 사례로 소개된 가죽 패션 브랜드 프루아(FFROI)./ IT조선
7일 오전 인스타그램은 ‘하우스 오브 인스타그램'을 꾸며 인스타그램으로 비즈니스 성장 사례를 소개했다. 이날 마케팅 사례로 소개된 가죽 패션 브랜드 프루아(FFROI)./ IT조선
이날 인스타그램은 자사 플랫폼을 통해 마케팅에 성공한 한국 브랜드 사례를 소개했다. 이마트가 최근 론칭한 색조화장품 브랜드 ‘스톤브릭'은 기획 초기부터 인스타그램 마케팅을 겨냥했다. 브랜드 론칭 일주일 전 인스타그램 계정부터 열었다. 실제로 스톤브릭은 인스타그램에서 20대 여성과 외국 이용자에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론칭 한 달 만에 목표 매출의 3배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1967년 문을 연 한국식 양복점 비앤테일러(B&Tailor)도 인스타그램을 일종의 포트폴리오로 활용한 사례로 소개됐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 세계 이용자에게 한국식 양복을 소개하는데 초점을 뒀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연 뒤 비앤테일러는 해외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해, 외국에서 주문도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짐 스콰이어스 인스타그램 부사장은 최근 한국 이용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비자 조사에서 한국 이용자 60% 이상이 인스타그램을 브랜드와 소통하는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최신 트렌드(58%)나 신제품(51%), 프로모션(48%) 등 다양한 쇼핑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콘텐츠 선호도가 높다는 분석이다.

또한 한국 이용자 92%는 인스타그램에서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접한 이후 구매와 관련된 행동을 취했다는 조사결과도 공개됐다. 한국 이용자 중 85%가 인스타그램에서 본 제품 정보를 자세히 검색해봤으며, 63%가 브랜드 인스타그램 계정과 연동된 웹사이트와 앱을 방문했다. 35%는 실제로 구매했다.

스콰이어스 부사장은 "한국 이용자들에게 인스타그램은 자기 개성을 표현하고 관심사를 탐색하는 플랫폼인 동시에 브랜드와 소통하고 쇼핑을 즐기는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인스타그램은 상품 발견부터 구매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스콰이어스 부사장은 "현재 인스타그램 내 결제 기능을 테스트 중에 있다"며 "인스타그램이 상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짐 스콰이어스 인스타그램 비즈니스 및 미디어 총괄 부사장이 7일 서울 한강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 인스타그램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인스타그램 제공
짐 스콰이어스 인스타그램 비즈니스 및 미디어 총괄 부사장이 7일 서울 한강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 인스타그램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인스타그램 제공
◇ 인스타 해결 과제…‘임블리' 사태와 잇단 접속 장애

다만 인스타그램이 한국 시장에서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 도약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았다. ‘임블리' 사태가 대표적이다. 페이스북가 인스타그램에서 접속 장애가 빈번히 발생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임블리 사태는 최근 인스타그램 유명 인플루언서 임블리가 판매한 호박즙에 곰팡이가 발견됐다는 논란이다. 이 때문에 소셜미디어를 통한 상품 판매로 피해가 발생해도 책임을 제대로 물을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소셜 미디어 판매자 중에는 물건을 판매한 뒤, 문제가 발생해도 환불을 거부하거나 아예 계정을 삭제하고 연락을 끊어버리면서, 소비자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또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는 최근 접속 불통 사태가 연이어 발생했던 점도 해결 과제로 지적됐다. 지난 3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전세계에서 장애 현상을 일으켰다. 당시 미국 IT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미국 내 인스타그램에 마케팅을 의존하던 소규모 판매자들이 광고를 집행하지 못해 수입 손실을 입었다는 분석도 있다.

인스타그램이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본격적으로 전환하면 더 많아질 광고성 콘텐츠에 일부 이용자들이 거부감을 느낄 소지도 있다. 이미 넘쳐나는 모바일 광고로 이용자들이 느끼는 피로감도 상당하다는 분석도 있다.

인스타그램 측은 문제 소지가 있는 계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계정을 삭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스콰이어스 부사장은 "상품 구매 관련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강화해 정책 위반 사례가 발생하면 바로 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도록 빠르게 조치하겠다"며 "이용자들이 느낄 부정적인 경험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인스타그램은 비즈니스 이용자와 일반 이용자 모두에게 신뢰를 주는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며 "접속 장애를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이며,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살펴 광고와 일반 콘텐츠 간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