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애틀 아마존 개발자들이 일하는 빌딩의 복도에는 화이트보드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보드에는 다양한 색깔의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개발자들은 오전에 보드 앞에 모여 어제 한 일과 당일 할 일을 공유하는 스탠드업 미팅을 짧게 갖고 각자 자리로 돌아간다.

스크럼 방식에서 과제를 수행하는 상황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상황판을 스크럼 보드라고 한다. 스크럼 보드를 보면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결과를 내고 있는지를 투명하게 알 수 있다. 또 프로젝트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도 명쾌하게 보여준다.

애자일 방식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스크럼 보드와 같은 투명한 상황판이 필요하다. 그래야 적당히 흐름에 묻어가려는 사람이 없어진다. 또 자신의 기여를 과대 포장하거나, 실수를 숨기려는 시도도 방지할 수 있다.

애자일 협업 방식의 하나인 스크럼에서 사용하는 스프린트 보드
애자일 협업 방식의 하나인 스크럼에서 사용하는 스프린트 보드
스크럼 보드는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구매, 기획 등 의사결정을 주로 다루는 조직에서는 스크럼 보드가 비효율적이다. 개발 조직의 경우 2주 동안 하나의 프로젝트를 집중적으로 마무리하고 다시 다른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이에 비해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경우 여러 과제를 동시에 다뤄야 한다.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스크럼 보드를 도입할 경우 과제마다 보드를 만들어야 하기에 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의사결정 프로세스에서 스크럼 보드 역할을 클라우드 문서 관리시스템(Cloud Document Management System)이 한다. 클라우드 문서 관리시스템이란 구글 독스 또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365와 같이 문서작업 도구를 클라우드에서 불러다 사용하고, 그 도구로 작업한 문서를 클라우드에 보관하는 것을 뜻한다.

클라우드 문서 관리시스템에 상대되는 개념은 PC 문서 관리시스템다. 즉, PC에 문서도구 MS오피스같은 애플리케이션을 깔아서 문서 작업을 하고, 그 문서를 PC 하드디스크나 USB메모리에 보관하는 시스템이다.

의사결정 프로세스에서 협업 상황판을 다음과 같이 운영된다.

의사결정 대상은 위기 관리, 보도자료 작성, 구매 기획, 외부 계약,외부 제안서 등이다. 이런 과제가 발생하면, 그 과제를 맡은 PM은 클라우드에 문서를 만들어 동료, 상사 등 과제 관련자들과 초안부터 공유하면서 스프린트를 시작한다.

PM은 원 과제를 내가 할 일, 동료의 도움을 받을 일, 상사의 승인과 확인을 받을 일 등 3개 속성에 따라 쪼개어 해당 사람에게 나눠준다. 스크럼에서 리더가 전체 프로젝트를 쪼개서 참여자에게 나눠주는 것과 같다.

PM은 클라우드 문서를 수시로 확인하면서, 동료와 상사에게 필요한 부분 작업을 콕 찍어서 요청해야 한다. 만약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면 댓글이나 메신저를 통해서 상대방이 ‘알았다'고 할 때까지 쪼아야 한다(독촉해야 한다). 체면 의식 때문에 독촉을 게을리하면 모든 것을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

PM은 스크럼조직의 리더처럼 여러 사람이 작업한 내용을 합쳐야 한다. 동시에 울퉁불퉁한 벽돌 담장을 다듬듯이 문서 내용 중 중복 부분을 걷어내고, 표현을 통일하고 어휘를 정리하는 것도 PM의 몫이다. 이밖에 PM은 변경사항이나 새로운 내용을 접할 경우 해당 부분을 업데이트도 해야 한다.

클라우드 문서 관리시스템의 장점은 과제를 담은 문서가 PM의 PC 하드디스크에 저장되어 있지 않고 클라우드 위에 저장되어 있어 과제 참여자는 언제 어디서든지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점이다.

이 시스템이 스크럼 보도와 다른 점은 상황판과 결과물 자체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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