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재난방송 대응체계를 손보지만, 대규모 화재 사건 후 진행하는 일이어서 사후약방문 성격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사업자는 산불 등 재난 발생 시 수어·외국어 방송을 의무화해야 한다. 재허가 심사 시에는 ‘재난방송 충실성'이 평가에 반영된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재난방송 개선책을 보고한 뒤 브리핑 시간을 가졌다. 4월 발생한 강원도 산불 피해 보도 때 늑장 방송으로 질타를 받은 지 한 달 반 만에 내놓은 대책이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정부 과천청사 기자실에서 재난방송 관련 회의 후 브리핑을 하는 모습. / 류은주 기자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정부 과천청사 기자실에서 재난방송 관련 회의 후 브리핑을 하는 모습. / 류은주 기자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4월 강원도 산불 재난 이후 재난방송의 신속성과 신뢰성에 문제가 발생하고, 정부의 재난방송 요청이 지연되는 등 국민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재난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며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산림청 등과 주요 방송사를 통한 의견 수렴과 관계부처 회의를 거친 뒤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법 개정안은 2019년내에 국회에 제출한다.

◇ 재난방송 요청 주체 일원화

자연재난의 경우 주관 기관이 많지 않고 비교적 분명하게 책임이 나눠져 있었다. 하지만 화재, 교통사고 등 사회 재난은 20개에 달하는 주관기관이 있어 책임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부는 재난방송 요청 주체를 행정안전부로 일원화하고,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크로스 체크를 한다.

재난 방송 주관 방송사의 책임도 강화된다. KBS는 재난 방송 지휘부를 사장으로 높이고, 재난 방송 결과에 대해 평가하고 책임을 규명한다. 평가는 자체적으로 진행한다.

. /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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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한 재난상황 판단을 위해 KBS와 행안부 상황실, 산림청 등 주관기간 간 핫라인을 개설한다. 주관 방송사는 수어 및 외국어 자막 방송을 진행하고, 다른 방송사에 대한 재난정보 개방 의무도 부여한다.

김동철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만약 행안부에서 재난방송 요청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방통위나 과기부가 크로스 체크를 통해 요청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며 "만약 방송사에 재난 방송을 요청했지만 방송을 하지 않을 경우 독려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수화통역·외국인 정보제공 의무화

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재난정보 제공도 의무화 된다. 기존처럼 불안감을 조성하는 현장 중계 위주의 재난 방송이 아니라 대피 요령과 같은 정보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된다.

산림청 등 재난관리주관기관은 정부와 방송사 중심의 협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재난의 진행경로, 대피요령과 장소 등 정보를 방송사에 제공한다. 주관방송사는 CCTV 등으로 확보한 영상 자료를 다른 방송사에 개방한다.

재난방송 수어통역사 인력풀 확대 방안 표. /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재난방송 수어통역사 인력풀 확대 방안 표. /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지상파, 보도·종편 채널 등 주요 방송사는 수어 재난방송을 시행해야 한다. 영어 자막방송은 지진과 민방위 훈련 시 사회재난 분야로 확대된다. 의무를 위반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김동철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이번 수어 재난방송 의무화 시 1000명쯤의 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부족한 인력은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전문과 과정을 개설해 확보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의무 위반시 부과하는 과태료의 상한액은 일반적으로 3000만원 이내다"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방통위는 재난방송 관리 감독 강화에 나섰다. 지상파, 종편·PP 재허가(승인) 심사 시 ‘(가칭)재난방송 충실성' 관련 실적 및 계획을 평가해 심사에 반영한다. 방송심의위원회에서는 피해자나 시청자의 안정을 저해하는 내용은 집중 모니터링하고 심의한다.

◇ OTT에서도 재난방송 실시 방안 검토

관계 부처들은 현 과기정통부가 주관하는 중앙 재난방송 협의회를 방통위로 이관하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부가통신을 통한 재난 방송을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새로운 방안을 마련한다. 방송시청 환경 변화를 감안해 POOQ, 넷플릭스를 이용자들에게 재난을 알리겠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 로봇뉴스 등을 포괄하는 재난방송 체계 연구도 검토한다.

KBS 외 24시간 뉴스를 제공하는 뉴스 전문채널 대상 2차 주관 방송사 추가 지정도 추진된다. 산불 등 지역에 한정된 재난 발생 시 1차적으로 해당 지역방송 (SO 포함) 중심으로 대응하고, 지역방송의 재난방송 시스템을 보강하는 방안도 추가적으로 논의한다.

행안부는 긴급재난문자, 재난뉴스, 대피소 위치 등 재난 관련 각종 국가정보를 한 곳에 모아 스마트폰으로 제공하는 정부대표 앱(안전디딤돌) 활용도를 제고하기 위해 대국민 홍보 등을 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