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셋톱박스가 유료방송 업계의 새 먹거리로 급부상했다. 넷플릭스 지원을 계기로 매년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어 유료방송 업계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넷플릭스를 지원하지 않는 업체도 가입자를 꾸준히 늘리며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OTT 셋톱박스 시장에서 재미를 보는 대표 기업은 딜라이브, CJ헬로, KT스카이라이프 등이다. OTT 셋톱박스를 구매하면 별도로 TV 상품에 가입하지 않아도 지상파를 제외한 실시간 TV, VOD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단 채널의 제약이 있고, 모든 VOD가 무료는 아니다.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텔레비, 딜라이브플러스, 뷰잉 셋톱박스. / 각 사 제공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텔레비, 딜라이브플러스, 뷰잉 셋톱박스. / 각 사 제공
◇ 1년 만에 2배 성장 ‘딜라이브 플러스'

딜라이브는 2016년 유료방송(케이블TV·IPTV·위성방송)업계 최초로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고 ‘딜라이브 플러스'를 선보였다.

딜라이브 플러스는 2017년 말 14만대에서 2018년 말 30만대로 두배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2019년 3월 기준 33만대로 꾸준히 판매량은 느는 추세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판매 증가 배경으로 ‘무료 콘텐츠'와 ‘넷플릭스 지원'을 꼽았다. 딜라이브는 5월에는 2030세대를 겨냥한 웹드라마 260편을, 3월에는 초등학생을 위한 코딩 교육 콘텐츠와 1000편쯤의 신규 애니메이션을 추가했다. 넷플릭스는 계정이 있어야 이용할 수 있으며, 국내 OTT 서비스와는 제휴하지 않았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매달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해 현재 3만편이 넘는 콘텐츠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것이 딜라이브 플러스의 장점이다"며 "넷플릭스의 인기 상승도 판매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카니발 튜닝족 입소문 & B2B로 쏠쏠한 ‘뷰잉'

CJ헬로는 2017년 OTT 셋톱박스 뷰잉을 출시했다. 뷰잉은 CJ ENM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티빙, 지상파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푹(POOQ)과 넷플릭스, 유튜브 등을 지원한다. 무료 채널 외 넷플릭스, 푹, 티빙 등은 별도로 유료 가입해야 볼 수 있다.

뷰잉은 CJ헬로 실적 개선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한다. CJ헬로 관계자는 "구체적인 판매량 수치는 공개가 어렵다"면서도 "2018년 하반기 B2B 거래로 상반기 대비 판매량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카니발 차량주 사이에서 뷰잉의 차량 내부 장착이 인기를 끈다"며 "뒷자석에 앉는 아이들을 위해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 CJ헬로 제공
. / CJ헬로 제공
CJ헬로는 2018년 삼성HR 전문기업 멀티캠퍼스와 뷰잉을 통해 세리시이오(SERICEO) 콘텐츠를 내보내는 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내외부 전문인력과 함께 3개월에 걸쳐 세리시이오 회원 대상 전용OTT를 개발해 1월 ‘세리시이오 TV’를 출시했다.

세리시이오는 국내 주요 기업 경영진 등 1만5000명의 유료 회원이 사용하는`프리미엄 지식서비스`다. 각 분야 비즈니스 리더의 강연과 직장인에게 필요한 최신 트렌드 등을 담은 7분 내외의 동영상 콘텐츠 1만5000개쯤을 제공한다.

◇ 넷플릭스 안 되도 조용한 선방 ‘텔레비'

KT스카이라이프도 CJ헬로와 비슷한 시기에 TV기반 OTT서비스 ‘텔레비'를 출시했다. 전용 셋톱박스는 샤오미의 미박스다. 텔레비는 약정 없이 원하는 채널을 골라 구매할 수 있다. 지상파, 종편 등 31개 채널로 구성된 패키지의 가격은 월 3300원이다. 다른 채널 추가를 원한다면 추가 비용을 내면 된다.

텔레비는 왓챠플레이, 푹, 티빙 등 국내 OTT는 지원이 되지만 넷플릭스는 지원하지 않는다. 인기 OTT 넷플릭스 지원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TV 상품 가입이 부담스럽고 필요한 채널만 골라서 보고 싶은 이용자에게 입소문을 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비의 2018년 말 기준 가입자는 2만6000명이다. 2019년 4월 말 가입자는 2만8000명으로 소폭이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타사의 경우 넷플릭스 지원이 가능한 대신 서비스 가입자 비율을 따져 넷플릭스와 수익을 배분하기 때문에 실제 수익성은 높지 않다"며 "KT스카이라이프는 아직 넷플릭스와 협상을 시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