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거래 제한 조치로 LG유플러스의 5G 커버리지 확대 전략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화웨이 5G 장비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 중 상당수는 미국산이다. 수도권과 강원 지역에 화웨이 장비를 공급받아 5G 기지국을 구축 중인 LG유플러스가 향후 장비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올만 하다.

미 상무부는 16일(현지시각) 화웨이와 화웨이의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기업 리스트에 올렸다.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는 미국 기업에게 부품 구매 등을 할 때 미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구글, 인텔, 퀄컴, 자일링스, 브로드컴 등 미국의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도 미 행정부의 조치 이후 잇따라 화웨이와 거래 중단에 나섰다.

하지만 화웨이는 이같은 상황을 예측이나 한듯 1년치가 넘는 분량의 5G 장비 부품을 미리 비축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이동통신 장비 공급을 앞두고 대규모로 부품을 사들여 글로벌 통신장비시장을 장악하는 화웨이의 전략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게 한 셈이다.

LG유플러스 직원이 5G 기지국을 설치하고 있다. / 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 직원이 5G 기지국을 설치하고 있다. / 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는 미 정부의 제재로 화웨이가 장비 수급에 당장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21일 LG유플러스 한 관계자는 "화웨이로부터 5G 기지국 장비에 미국산 부품이 일부 있지만, 2020년까지 기지국 장비를 공급하는 데 문제없다는 공식 통보를 받았다"며 "일부 미국산 부품의 경우 화웨이의 자체 칩 설계로 대체 가능해 장비 수급 문제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통신장비 업계도 화웨이가 미 부품업체와 맺은 계약 물량이 충분해 5G 장비 공급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으로 본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전 국면으로 흐르지 않는 이상 화웨이의 장비 공급 시스템이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실제 화웨이는 3G, LTE 시절에도 통신장비 공급을 위해 1년치 이상 분량의 부품 구매요청서(PO)를 주요 부품사에 접수한 전례가 있다. 당시 삼성전자 등 통신장비업체는 화웨이의 부품 싹쓸이로 인해 수급에 곤란을 겪었다.

통신장비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화웨이가 퀄컴, 인텔 등 부품업체에 1년치 PO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져있다"며 "PO가 접수되면 거래를 확정지은 것이기 때문에 미 정부가 이 물량에 대해서는 제한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20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화웨이는 2018년 사용한 5G 부품 조달비용 700억달러(83조원) 가운데 110억달러(13조원)를 미국 내 수십 개 기업의 제품 구매에 사용했다.

화웨이는 미국의 압박에도 여유를 보인다.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 회장은 18일 중국 광둥성 심천 본사에서 열린 일본 언론과 기자회견에서 "15년 전부터 화웨이 배제 움직임을 이미 포착했고, 미국 이외 지역 조달 경로를 확대하는 등 오래 전부터 준비를 해왔다"며 거래 제한 조치를 해제하기 위해 미국과 무리하게 합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