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공유 서비스 타다와 택시 업계의 사회적 갈등이 고조됨에 따라 ICT 규제 샌드박스 신청기업들의 불안감이 크다. 새롭게 등장하는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한 택시 업계의 강력한 반발이 관련 부처의 정책적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CT 규제 샌드박스 심의를 기다리는 모빌리티 관련 안건은 3건(3월 말 기준)이다. ICT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한 벅시, 타고솔루션즈, 코나투스, 차차크리에이션 등은 ICT 기반 모빌리티 혁신 서비스를 준비하는 기업들이다.
27일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한 한 모빌리티 기업 관계자는 "플랫폼 택시 등 관련 현안들이 지금 굉장히 민감한 문제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자리를 마련하는 것으로 얘기가 됐다"며 "논의가 늦어지는 것은 안타깝지만 잘 해결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타다 vs 택시, 신경 쓰이는 기업들
모빌리티 관련 안건을 신청한 기업들은 타다와 택시업계 간 갈등이 자칫 전체 규제 샌드박스 심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코나투스 한 관계자는 "(타다와 택시업계 갈등이)규제 샌드박스에도 영향이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아직까지는 긍정적 영향일지 아니면 부정적 영향을 줄 지 알수 없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며, 재심의 일정과 관련해서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이 받는 오해는 코나투스는 합승을 허용해달라는 (실증특례) 신청을 한 것이 아니다"며 "자발적 동승 서비스는 서울시로부터 호출료(2000원) 승인을 받은 상태며, 야간 시간 대 요금 승인 기준(3000원)을 높여달라는 신청을 한 것인데 다들 합승 허용 여부에만 관심이 쏠려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청기업 관계자도 불안감을 내비쳤다.
그는 "아무래도 모빌리티 서비스와 택시 업계의 갈등이 깊어지면 심의에 영향을 받을 소지가 있다고 본다"며 "하지만 기득권의 크기에 따라 규제 샌드박스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면 그건 형평성과 제도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에 혁신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신청 기업들이 이처럼 불안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관계 부처 간 협의가 원만히 진행되지 않아 심의가 계속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모빌리티 관련 안건을 다음 심의위에 재상정한 배경에 대해 ▲합승 시 승객 안전문제 ▲대형 승합차 운영 시 미세먼지 배출 우려로 인한 친환경차 허용 여부 등에 대한 관계부처의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성준 차차크리에이션 명예대표는 "올 초 카풀과 택시업계 갈등이 심해 규제 샌드박스도 한 템포 늦춰 2월말 신청했고, 정식 접수 이후에도 심의가 늦춰지고 있다"며 "(규제 샌드박스)제도 취지에 맞게 국민들에게 유익한 서비스라면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이지 않고, 이해 관계자들의 눈치를 본다면 신청기업들을 희망고문하는 제도에 그칠 것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실무자들이 아닌 정책 결정권자들이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개별적으로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명예대표는 "행정 부처의 최고 결정권자가 책임감을 가지고 결정해줬으면 좋겠다"며 "부처의 보고자료로 위의 방향에서만 보지 말고 관련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 현장의 얘기를 들어보면 판단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 정부 "ICT 규제 샌드박스 신청 서비스, 타다·카풀과 달라"
정부는 3차 심의위에서 모빌리티 관련 안건들의 심의가 미뤄진 것은 승차공유 업체와 택시 업계의 갈등과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현재 불거지고 있는 타다, 카풀의 서비스는 택시 업계와 부딪히는 부분이 있지만 규제 샌드박스 신청기업들의 사업 모델은 택시 업계와 상생하거나 사업이 겹치지 않는 모델이라는 것이다.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기존 모빌리티 서비스는 카풀, 렌터카 기반 중개 서비스, 택시 플랫폼 결합 등 크게 3가지로 나뉘며 코나투스의 경우 택시 업계와 결합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택시 업계에서 반발할 이유가 없다"며 "벅시 역시 시내를 다니며 승객을 유치하지 않고 공항-대도시 간, 광역 간 이동을 중개하는 서비스기 때문에 카풀, 타다 등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3차 심의위에서 논의가 미뤄진 이유는 "자발적 동승 서비스임에도 합승 서비스로 오해해 승객의 안전에 대한 부정적인 우려가 남아있는 영향이 컸다"며 "택시업계 갈등과 직접적 연관이 없지만 신청 기업들은 규제 샌드박스에 통과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많기 때문에 현 상황에 대해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