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SBS 등 지상파 3사 사장단은 규제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에 ‘중간 광고’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2017년부터 프로그램을 쪼갠 후 프리미엄CM(PCM)을 삽입하는 유사 중간광고를 하고 있는데, 더 이상 중간광고 규제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통위는 청와대에서 처리할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내부 검토를 거친 후 보고까지 했기 때문에 방통위 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은 28일 오전 지상파 3사 사장단을 초청해 최근 방송 현안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서는 방송 제작 환경에 도입된 52시간제, 최근의 방송 광고 급감 상황, 재난방송 개선 등을 논의했다. 지상파 방송은 방송법상 케이블TV나 종합편성채널 등과 달리 중간광고를 할 수 없다.

지상파 3사 사장단과 간담회 중인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오른쪽). /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지상파 3사 사장단과 간담회 중인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오른쪽). /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시청률 하락과 지상파의 재정 악화에 공감하면서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고품질 콘텐츠 제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간담회 내용 중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주제의 비중이 가장 컸다"며 "나머지는 주 52시간 근무 본격 시행과 관련해 방통위의 당부의 말과 지상파 측이 노조 협의 등의 어려움에 대해 어려움이 있다는 언급 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 급감하는 지상파 광고 매출…흔들리는 명분

중간광고 도입 논의는 2008년부터 본격화됐지만 여전히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방통위는 2018년 12월 유료 방송의 광고매출과 시청률이 증가한 반면 지상파 방송의 광고 매출은 급감했다고 분석했다. 방송 환경 변화를 감안해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을 골자로 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2008년 기준 지상파 방송의 광고매출은 2조1998억원으로 전체 방송 광고 시장의 68.4%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7년 광고매출 점유율이 44.6%로 줄었다.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의 광고매출 점유율(46.3%)보다 뒤졌다.

방통위는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후 이해 관계자 대상 의견까지 수렴했지만, 시행령 시행이 임박한 2월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반대에 따라 정책 집행에 제동이 걸렸다.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광고 수익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지상파 방송 25개사는 22일 ‘지상파 광고 차별규제’ 철폐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2017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지역 MBC의 경우 광고매출이 53.5% 줄었다. 같은 기간 지역민방의 광고매출 하락폭도 35.4%에 달한다.

매체별 광고매출 증감 현황(2008~2017년). /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매체별 광고매출 증감 현황(2008~2017년). /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일부 미디어 전문가들도 지상파 중간광고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이희복 상지대 교수(미디어영상광고학부)는 "엄밀히 말하면 중간광고 도입이라기 보단 재허용이다"며 "1973년 여러 매체 균형 발전론 등 다양한 이유로 지상파 중간광고를 불허하는 규제가 생겨났지만, 방송 시장이 이미 집중도가 낮은 시장으로 진입된 것이 확인되므로, 더 이상 논리적 정당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 지상파에 공적인 책무를 요구할 땐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수준의 광고 허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방통위가 규제의 끈을 놓아줘야 할 때라는 것이다.

그는 "더이상 방통위가 좌고우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호주머니에 돈이 없는데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라는 것은 연구비를 주지 않고 교수들에게 연구하라고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 화살은 규제당국으로…방통위도 ‘난감’

지상파의 원망은 방통위로 쏠린다. 하지만 방통위는 중간 광고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곳이다. 방통위가 중간광고 도입과 관련한 신중론을 꺼내든 것은 청와대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방송협회 한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은 국회 허가 여부와 상관없이 방통위가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시행을 할 수 있다"며 "예정대로라면 4월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됐어야 하지만, 방통위가 여기 저기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사실 지상파 중간광고 논의는 우리 손을 떠났다"며 "청와대가 홀드했기 때문에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자유한국당에서 (지상파 중간광고를) 허용하면 안 된다는 법안까지 발의한 만큼 고려할 것들이 많아 어려운 상황이다"고 부연했다.

한편, 윤상직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자유한국당)은 22일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윤 의원은 해당 법안에서 지상파 방송사업자는 운동경기와 문화·예술행사 이외에 중간광고를 편성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