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시행되는 중고차 성능 점검 책임보험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제도 시행이 중고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중고차 매매 활성화를 막을 수 있다는 우려다.


서울에 위치한 중고차 매매단지 전경. / 안효문 기자
서울에 위치한 중고차 매매단지 전경. / 안효문 기자
31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7년 자동차관리법 개정, 2018년 10월부터 성능기록부 책임보험 제도를 도입했다. 그간 보험상품이 출시되지 않아 시행을 유보했지만, 최근 보험상품이 개발되면서 6월부터 적용키로 했다. 성능기록부 책임보험 제도는 중고차 매매 때 발급된 성능·상태점검기록부의 내용과 차량 상태가 달라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 보험사가 중고차 매수인에게 보상해 주는 상품이다.

보험 가입 주체는 성능점검업체다. 성능점검업체는 중고차 거래 전 차 상태를 점검, 성능기록부를 발급한다. 이후 성능기록부 내용과 실제 중고차 상태가 달라 소비자가 정비업체에서 수리를 받으면 보험사가 정비업체에 수리비를 지급하는 구조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성능점검업체는 내달 1일부터 벌금 등의 행정처분은 받게 된다. 보험료는 차종과 주행거리별로 상이하다. 승용차는 국산 기준 3만~3만4000원, 승합차는 3만5000~4만3000원, 1t 이하 화물차는 4만2000~5만4000원 선이다.

이대섭 국토부 자동차운영보험과 과장은 "중고차 성능점검 책임보험 도입으로 투명한 중고차 시장 형성과 신속한 소비자 손해보상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향후 중고차 구매 시 성능점검 책임보험 가입 여부와 보상내용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중고차 매매사업자는 소비자에게 차를 팔 때 반드시 성능기록부를 발급해야 한다. 2001년 중고차성능점검법 시행에 따라 매매사업자는 60개 항목 이상의 수리 유무와 상태 등의 정보를 담은 성능기록부를 중고차 구매자에게 제공해야한다. 여기에 소비자는 성능기록부가 있어야 중고차 법정 품질보증(2000㎞ 또는 1개월)을 받을 수 있다.

성능기록부는 중고차 거래 시 가장 기본적인 안전장치다. 그러나 실효성 논란이 제도 도입 후 끊임 없이 제기됐다. 부실점검, 사고이력 허위고지, 허위‧미끼 매물 등 중고차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국토부가 책임보험 의무가입제를 추진한 것도 피해 보상을 신속히 진행하는 한편 성능기록부의 신뢰도를 높여 중고차 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하자는 취지였다.

문제는 중고차 매매사업자들이 책임보험 의무가입제에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직접 소비자와 만나는 매매업자들이 배제된 채 성능점검업체들과 보험사들만 수익을 가져가는 제도를 통과시킨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 여기에 보험료가 성능기록부 발급비용에 전가되면 결과적으로 중고차 가격이 인상되는데, 그 피해를 소비자와 매매업자들이 입게 되는 구조라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일부 지역 자동차매매사업조합은 책임보험 의무가입제가 부당하다며 중고차 사업장에 연판장을 돌리고 자동차관리사업등록증 반납 등을 추진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항의 집회 등 집단 행동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또 매매사업자들이 성능기록부 발급 의무가 없는 개인간 거래로 우회하는 등 중고차 거래 음성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곽태훈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은 "기존 성능점검비에 보증 비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인데 새롭게 추가되는 보험료로 인해 중고차 시장 위축과 물가 상승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보험업계에서 이번 제도 시행으로 연간 600억원의 보험료가 추가될 것이라고 말하는데, 이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곽태훈 회장은 "미세누유 등 성능기록부에 잘 기록되지 않는 하자의 경우 소비자는 수리도 받지 못하고 보험료만 부담할 수도 있다"며 "(책임보험 의무 가입제 시행으로)중고차 신뢰도 회복을 위한 자발적 노력이 인정받지 못한 것 아니냐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조합원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성능기록부 책임보험 의무가입제가 중고차 시장 투명성 제고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란 주장도 있다. 정욱 한국자동차진단보증협회 회장은 "성능기록부 발급 시 책임보험 가입이 추가되면서 중고차 거래가격이 소폭 인상될 것이란 점은 인정한다"며 "그러나 허위매물 근절과 중고차 초기 품질 향상 등 긍정적인 요소를 고려했을 때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욱 회장은 "중고차 성능점검과 매매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성능기록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책임보험 의무가입제가 도입된 것이지 특정 이해관계자가 이익을 취할 것이라는 ‘음모론'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며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는 성능점검 기록부가 유명무실하다는 오명을 벗고 중고차 시장에 대한 신뢰를 이끌어내기 위해 필수적인 제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