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지난 1년여 간 준비한 암호화폐(가상화폐) 사업 ‘리브라 프로젝트'가 베일을 벗었다. 페이스북은 리브라 백서에서 단순한 암호화폐 공개를 넘어, 향후 세계 금융 혁신을 주도하는 플랫폼으로 도약한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업계 일각에서는 페이스북에 붙은 ‘개인정보 유출' 딱지를 암호화폐로 뗄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특히 각국 정부가 통화 시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페이스북 암호화폐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 향후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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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각) 페이스북이 공개한 백서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2020년까지 메신저와 왓츠앱 등에서 물건 구매와 송금이 가능한 결제 서비스를 도입한다.

페이스북 리브라는 2020년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첫 발을 뗀 후 5년 내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전환이 목표다.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서비스를 이용한 개인간 송금 기능에서 시작해 온오프라인 상거래 결제용 화폐로 확장시킬 계획이다.

페이스북은 "리브라는 암호화된 보안성과 함께 자금을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이동하는 권리를 제공할 것이다"라며 "리브라는 현재 세상에 더 적합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또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이 금융 서비스에 더 저렴한 비용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들이 탈중앙화된 거버넌스를 신뢰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며 "글로벌 화폐와 금융 인프라가 공공재처럼 설계되고 통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안정적 매출과 이용자 확보…포털이 페이 기능에 공들이는 이유

페이스북이 암호화폐를 꺼내든 배경에는 안정적인 매출과 이용자 확보가 꼽힌다. 이용자들은 블록체인 기반 결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페이스북을 벗어나지 않고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수익은 결제 수수료가 아닌 광고와 쇼핑, 기업 대상 비즈니스 서비스 기능 제공 등으로 창출될 전망이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 국내 플랫폼 등이 포털과 메신저 서비스를 넘어 페이 기능에 공을 들이는 이유와 같은 맥락이다.

플랫폼 사업자로서 영향력 확보도 가능하다. 블록체인 특성인 탈중앙화와 투명성을 내세워 소셜미디어로서 신뢰도를 확보함과 동시에 금융 서비스까지 영향력을 키울 수 있게 된다.

◇ 비영리 재단·자회사·스테이블 코인으로 신뢰얻을까

페이스북은 백서에서 암호화폐를 중립적이고 비영리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페이스북은 리브라를 운영할 비영리 컨소시엄 ‘리브라 협회(Association)'를 세웠다.

재단 형태로 운영되는 리브라협회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관리하게 되며, 리브라를 만들고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을 가진다. 중립적이고 국제적인 기구를 지향한다는 취지로 스위스 제네바에 설립했다. 다만 올해까지는 페이스북이 리브라 프로젝트를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리브라 협회에는 현재 페이팔과 우버 등 28개사가 참여한다. 리브라가 출시되기 전까지 총 100개 업체가 참여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리브라 협회는 향후 사회공헌 사업도 펼칠 예정이다.

페이스북은 칼리브라(Calibra) 라는 자회사도 만들었다. 전자지갑과 거래 등 금융 정보는 소셜 미디어 정보와는 별도로, 자회사를 통해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리브라는 스테이블 코인 형태로 발행할 예정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금이나 석유 등 비교적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물리적 자산에 가치를 연동한 암호화폐 통화다. 지역에 따른 가치 변동이 없는 스테이블 코인 형식을 취해 전세계 이용자들이 믿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리브라가 베네수엘라 등 인플레이션 문제가 심각한 개발도상국 이용자에게 유용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페이스북이 공개한 칼리브라 로고./ 페이스북
페이스북이 공개한 칼리브라 로고./ 페이스북
◇ "개인정보 유출 당사자가 어떻게 암호화폐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 암호화폐 구상에는 우려가 쏟아진다. 페이스북이 그동안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로 파문을 불러왔던 전력 때문이다. 탈중앙화된 플랫폼 도입 자체가 페이스북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분석도 힘을 얻는다.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 비즈니스 네트워크망 공급 회사인 트레이드시프트(Tradeshift) 크리스란 랑(Christian Lanng) 대표는 미국 경제방송 CNBC와 인터뷰에서 "리브라는 페이스북이 현재 안고 있는 과제에 집중하는 것을 흐트러놓을 수 있다"며 "블록체인 자체가 신뢰 문제를 회복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디크리드(Decred) 프로젝트 설립자인 제이크 요콤 피아트(Jake Yocom-Piatt) 역시 "이용자 데이터를 판매한 이력을 가진 네트워크가 만드는 암호화폐는 재무 이력도 제3자에게 팔 수 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마커스(David Marcus) 페이스북 블록체인 책임자는 "리브라 전자지갑 개발을 맡게되는 페이스북 자회사 칼리브라는 재무 데이터를 다른 자회사와 공유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각국 정부도 리브라를 우려한다. 국제 통화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브루노 르메이어 프랑스 재무장관은 "페이스북이 추진하는 리브라는 기존 화폐 대체 수단이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브루노 장관은 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영국, 미국 등 G7 중앙은행 총재에게 오는 7월 프랑스에서 열릴 예정인 재무장관 회담에 페이스북 리브라 프로젝트 관련 보고서를 준비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