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가 난데없는 진흙탕 싸움을 벌인다. LG유플러스는 6월 인터넷 속도테스트 앱인 ‘벤치비’로 측정한 5G 속도 결과를 대리점에 내걸면서 부터다. 광고 포스터를 보면, LG유플러스는 서울 50곳 중 40곳에서 5G 속도 1위에 올랐다.

LG유플러스의 광고에 SK텔레콤과 KT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양사는 26일 출입기자단 대상 긴급 백브리핑을 열고 LG유플러스가 허위 과장 광고를 했다고 밝혔다. 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이 공정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LG유플러스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SK텔레콤과 KT가 5G 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은 공정하냐는 것이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무의미한 장외설전이 반복된다. 4월 3일 세계 최초 5G 상용화 경쟁에 이어 이번에는 5G 실 속도를 놓고 이통3사 간 세계 최초 신경전이 펼쳐진다.

LG유플러스가 서울 주요지역에서 벤치비 앱으로 확인한 '내 주변 5G 평균 속도' 기준. 측정 장소의 반경 2㎞ 내에서 최근 30일간의 각 사별 평균 속도(6월 11일~13일). / 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가 서울 주요지역에서 벤치비 앱으로 확인한 '내 주변 5G 평균 속도' 기준. 측정 장소의 반경 2㎞ 내에서 최근 30일간의 각 사별 평균 속도(6월 11일~13일). / LG유플러스 제공
이통3사의 속도 비교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LG유플러스는 LTE 서비스 초기 자사 LTE 속도가 경쟁사 대비 두배 이상 빠르다는 내용을 홍보용으로 활용했다. SK텔레콤과 KT는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에 ‘표시 광고법 위반 혐의’로 LG유플러스를 제소했다. SK텔레콤과 KT는 5G 속도 테스트 결과를 발표한 LG유플러스에 대한 제소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5G 서비스에 가입한 100만명 이상의 고객은 원하는 5G가 안 터져 속이 터질 지경이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면, 이통사가 5G 커버리지라고 안내한 곳에서 스마트폰을 쓸 때 갑자기 신호가 끊기거나 LTE로 전환된다는 불만이 자주 올라온다. 불안정한 5G 통신망 때문에 ‘LTE 우선모드’로 고정해 쓴다는 사용자도 부지기수다. 앱이나 인터넷 이용 중 잦은 신호 끊김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LTE 우선모드 전환이다. 와이파이 이용 중 인터넷 접속이 갑자기 끊기는 문제 때문에 ‘LTE 우선모드’를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5G 가입자는 상용화 69일만인 6월 10일에 100만명을 돌파했다. 연내 가입자가 500만명을 넘을 것이란 희망적인 전망도 있다.

반면 5G 품질은 기대에 못 미친다. 잦은 끊김 현상은 물론, 인터넷 속도 역시 LTE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통3사의 건물 내 커버리지 구축도 최근에야 돌입했다. 5G가 아직은 반쪽 서비스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2일 ‘5G 서비스 점검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 개최’ 결과 이통3사의 5G 기지국 개설 신고 총량이 6만1246국, 5G 장치 수 신고 총량이 14만3275개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기지국의 85%쯤은 수도권에 집중됐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전국에 2만5000개가 넘는 기지국을 구축했지만 서울·수도권에만 2만대의 기지국을 집중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에서는 사실상 5G 서비스를 이용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정부는 5G 커버리지를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속도를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지적한다. 이통3사간 5G 속도를 둘러싼 논쟁이 장기화할 경우를 우려한다. 5G 세계 최초를 넘어 최고를 지향해야 하는 시점에 소모적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5G 경쟁력 확보와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이통사간 감정 싸움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 관계자는 "커버리지를 넓혀가기 시작한 단계인 만큼 최근 각사가 측정한 5G 속도에 의미를 두기 어렵고 논란의 여지도 있다"며 "이통3사가 신경전을 벌이기 보다 품질 안정화와 커버리지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