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의 ‘5G 속도 1위’ 마케팅에 KT가 거센 반격을 가했다. KT는 LG유플러스의 5G 속도 측정 데이터가 어딘가 수상하다고 밝혔다. 정황상 조작한 것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KT는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사옥에서 출입기자단 대상 백브리핑을 열고 LG유플러스가 허위 과장 광고를 했다며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섰다. 같은 지역에서 KT가 측정했던 결과값과 정반대의 데이터가 나왔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의 속도 측정 방식도 공정하지 않은 것 같다며 의구심을 표했다.

김영인 KT 네트워크전략본부 상무가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사옥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대상 백브리핑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이광영기자
김영인 KT 네트워크전략본부 상무가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사옥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대상 백브리핑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이광영기자
LG유플러스는 6월 인터넷 속도테스트 앱인 ‘벤치비’로 측정한 5G 속도 결과를 대리점에 내걸었다. 결과를 보면, LG유플러스는 서울 50곳 중 40곳에서 5G 속도 1위에 올랐다.

김영인 KT 네트워크전략본부 상무는 백브리핑 시간에 기자들과 만나 "LG유플러스가 최근 자사 5G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홍보하는데, KT는 절대 수긍할 수 없다"며 "속도 측정 과정에서 의도적인 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한다"고 말했다.

김 상무에 따르면 KT는 최근 LG유플러스의 5G 속도가 서울 주요지역 186곳 중 181곳에서 월등하다고 나온 한 언론 기사를 참조해 같은 장소에서 측정에 나섰다. 갤럭시S10, V50 씽큐 단말로 최근 30일 평균 주변속도를 측정했다.

KT의 속도 테스트 결과는 LG유플러스가 발표했던 것과 다르게 나왔다. LG유플러스의 속도가 KT와 SK텔레콤 대비 느린곳이 많았다.

김 상무는 "벤치비는 측정 환경에 따라 반경 10m 내에서 최대 20배 이상의 속도 편차가 발생하는 앱이다"라며 "고정된 한 장소에서 나온 데이터만으로 자사 속도가 빠르다고 한 LG유플러스의 주장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는 LG유플러스가 LG전자의 5G폰인 V50 씽큐만 활용해 속도를 측정한 저의가 무엇인지 의구심도 내비쳤다. 21일 KT는 LG유플러스가 대학로·광화문·여의도·강남역·코엑스·천호동 등 6곳에서 5G 속도를 측정했다. V50 씽큐로 테스트할 때 5G 속도는 이통3사 중 LG유플러스가 가장 빨랐다. 하지만 갤럭시S10으로 테스트를 하면 LG유플러스의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1곳에 불과했다.

김 상무는 "LG유플러스의 가입자 중 70%는 갤럭시S10을 구입했고, 나머지 30%가 V50 씽큐를 산 것으로 추정한다"며 "LG유플러스는 5G 속도 측정 데이터에서 갤럭시S10 대신 V50 씽큐로만 테스트한 결과를 내놓은 것은 너무 치졸한 행태다"라고 지적했다.

KT는 연세대·한양대·홍익대에서 벤치비와 같은 고정점 측정이 아닌 드라이빙 테스트(이동점 측정)를 했을 때 자사의 5G 속도와 커버리지가 3사 중 가장 뛰어났다고 주장했다. KT가 트라이빙 테스트로 측정한 장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도 인증 받은 측정 전용 장비다. 이동·고정 측정은 물론 초단위 연속 측정이 가능하다.

조작이 의심되는 부분은 특정 지점에서 LG유플러스의 반복된 측정이다. 벤치비는 해당 지역에서 진행된 속도 측정 값들을 종합해 평균 속도를 낸다. LG유플러스가 속도가 잘 나오는 특정 지점에서 여러번 측정을 통해 평균값을 높였을 수 있다고 의심할 수 있다. LG유플러스가 속도 1위라고 주장한 지점은 속도는 전국 평균 대비 과하게 빠르다는 것이다.

김 상무는 "한양대에서 갤럭시S10으로 측정한 테스트 수는 SK텔레콤은 225건, KT 87건, LG유플러스 65건인데, LG유플러스가 같은 장소에서 V50 씽큐로 측정한 횟수는 4배나 더 많다"며 "시장에 판매된 단말기 비중을 고려할 때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조작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설명했다.

속도뿐 아니라 커버리지 확대도 중요하다는 얘기도 했다. 5G 품질은 속도와 커버리지를 함께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상무는 "속도가 빨라도 5G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다"라며 "5G 전체 품질을 논하려면 커버리지를 어느 정도 갖춰야 하는데 LG유플러스는 지방 커버리지가 부족해 일부러 서울 중심의 속도 마케팅을 펼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