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트북 시장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바람이 불고 있다. 올들어 HP와 델을 시작으로 OLED를 채택한 노트북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대만의 PC 제조사 기가바이트도 그중 하나다. 28일 용산 전자랜드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사의 OLED 노트북 ‘뉴 에어로(AERO) 15’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기가바이트 뉴 에어로 15는 삼성전자의 15.6인치 4K AM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지난 5월 말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19에서 처음 공개해 업계의 주목을 받은 제품이다.

4K AM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기가바이트 뉴 에어로 15 AMOLED. / 최용석 기자
4K AM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기가바이트 뉴 에어로 15 AMOLED. / 최용석 기자
소문의 OLED 노트북을 처음 본 순간 입에서 "와, 밝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여태껏 수많은 노트북을 만나봤지만, 이만큼 압도적으로 밝고 선명한 화면의 노트북은 없었다.

기존 LCD는 화면을 표시하는데 별도의 광원(백라이트)이 필요하다. 빛이 셔터 역할을 하는 액정 층과 색상을 표현하는 컬러 필터를 거쳐 화면을 구성한다. 화소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는 OLED와 비교해 아무래도 밝기와 색 재현력 등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

바탕 화면이 흰색인 웹 브라우저를 전체 화면으로 여니 눈이 부셔 화면을 보기 힘들 정도다. 제품 사양을 보니 최대 밝기가 400니트(nit)에 달한다. 화면 밝기를 80% 수준으로 낮추니 그제야 일반 LCD 노트북의 최대 밝기와 비슷한 화면이 나온다.

색 재현력도 뛰어나다. 특히 컬러풀한 화면일수록 더욱 생생한 화질을 보여준다. 뉴 에어로 15의 4K OLED 디스플레이는 영상업계 표준 색역인 DCI-P3를 100% 충족한다. 일반적인 SRGB 색역보다 25% 더 많은 색상을 표현할 수 있다.

광색역 화면인 만큼 처음에는 붉은색과 녹색이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진하게 표시된다. 조금씩 익숙해지니, 오히려 일반 노트북의 화면이 물 빠진 듯 흐리고 침침해 보인다.

AMOLED 화면은 일반 노트북의 LCD 화면에 비해 한수 위의 밝기와 선명도, 색 재현력, 명암비를 제공한다. / 최용석 기자
AMOLED 화면은 일반 노트북의 LCD 화면에 비해 한수 위의 밝기와 선명도, 색 재현력, 명암비를 제공한다. / 최용석 기자
명암비와 응답속도도 확실히 차이가 난다. 일반 노트북에서 많이 쓰는 IPS 방식 LCD 패널은 검은색을 100% 완벽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액정이 백라이트를 완전히 차단하지 못해 새어 나오면서 약간 회색기가 도는 검은색을 표현하는 것이 한계다.

스스로 발광하고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OLED는 100% 완벽한 검은색을 표현할 수 있다. 어두운 부분은 더욱 어둡게, 밝은 부분은 더욱 밝게 표시해 깊이 있는 영상을 재생할 수 있다. 응답속도도 일반 LCD 패널의 10배 이상 짧은 0.23㎳에 불과해 빠르게 변하는 영상에서도 잔상이 전혀 없다.

기가바이트는 뉴 에어로 15 OLED 제품이 사진 및 영상 전문가와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에게 적합한 제품이라 강조한다. 각종 영상과 사진을 원본에 가까운 색으로 표현하는 콘텐츠 제작과 편집, 제작 환경에 더욱 유리하다는 것. 특히 제조 단계에서 색상 표준 전문기관 팬톤(PANTONE)의 인증을 받은 색상 보정을 거치고 출시되기 때문에 색 표현 만큼은 자신 있다는 설명이다.

하드웨어 사양도 남다르다. 최대 8코어 16스레드 구성의 인텔 9세대 코어 i9-9980HK 프로세서에 엔비디아 지포스 RTX 2080 맥스-Q GPU(그래픽카드)를 지원해 최상급 처리 성능과 그래픽 성능을 겸비했다. 또한, 엔비디아가 컴퓨텍스 2019에서 공개한 ‘엔비디아 스튜디오(NVIDIA STUDIO)’를 지원하는 제품으로, 각종 콘텐츠 제작 및 편집 애플리케이션에서 더욱 향상된 호환성과 그래픽 가속 성능을 제공한다.

다만 OLED ‘번인(burn-in, 화소가 변색되어 자국처럼 남는 현상)’ 문제가 걱정이다. 스마트폰이나 TV와 달리 상대적으로 정적인 PC 화면은 번인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기가바이트 관계자는 패널 보증기간(2년) 내 번인 현상이 발생하면 무상으로 새 패널로 교체해준다고 말한다. 물론 보증 기간 이후에는 유상으로 교체해야 한다.

AMOLED 화면을 채택한 ‘뉴 에어로 15 AMOLED’(왼쪽)와 240㎐ 게이밍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뉴 에어로 15’(오른쪽). / 최용석 기자
AMOLED 화면을 채택한 ‘뉴 에어로 15 AMOLED’(왼쪽)와 240㎐ 게이밍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뉴 에어로 15’(오른쪽). / 최용석 기자
기가바이트는 게이머에게 최적화된 뉴 에어로 15 모델도 함께 공개했다. 게임용 모델은 OLED 대신 샤프의 풀HD 240㎐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OLED 고유의 화사함은 없지만, 일반 모니터의 4배에 달하는 최대 240㎐의 주사율로 물 흐르듯 부드러운 게임 영상과 최상급의 게임 퍼포먼스를 제공한다.

기가바이트는 뉴 에어로 15 노트북을 26일부터 주요 온라인 오픈마켓을 통해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9세대 코어 i9-9980HK 프로세서와 지포스 RTX 2080 맥스-큐 GPU, 4K UHD AMOLED 등으로 구성된 ‘뉴 에어로 15Y V9 AMOLED’ 최고 사양 모델이 460만원대, 9세대 코어 i7 프로세서와 RTX 2070 맥스-큐를 탑재한 ‘뉴 에어로 15X V9 AMOLED’ 모델이 270만원대다.

240㎐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뉴 에어로 15X V9’는 9세대 i9 프로세서와 지포스 RTX 2070 탑재 모델이 340만원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