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한국에 대한 수출 제도를 더욱 엄격하게 적용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4일부터 한국에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등 3개 소재 품목에 대한 ‘기술 이전'을 금지한다. 또 ‘포괄수출허가대상국'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일본 정부는 그 이유로 한국과의 신뢰 문제 발생을 들었다.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신뢰 문제는 한국법원의 ‘강제징용공 배상 판결'과 관련한 것으로 보인다. 불공정 무역이나 기술 유출과 같이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당장 일본산 핵심 소재 수급에 차질을 빚게 된 한국 디바이스업체들은 물론이고 한국 정부의 거센 반발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한일 양국간 무역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 경제산업성 갈무리
. / 경제산업성 갈무리
일본 정부의 포괄수출허가제도는 특정 국가에 대해 일본의 첨단 부품과 재료가 수출인가 신청을 면제해 주는 일본 무역법의 우선통과제도다.

일본 정부는 안전보장상 수출 우호국으로 인정한 국가는 미국, 영국 등 27개국이다. 경제산업성은 이들 국가를 ‘화이트 국가'로 부른다. 한국은 2004년 지정됐다.
한국이 수출 우호국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되면 부품·재료 수출시 수출 출하 건별로 일본정부에 수출허가를 받아야한다. 수출 인가에 90일 안팎의 시일이 걸린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의 화이트 국가 제외에 대해 "대한민국과 신뢰관계에 기반한 수출관리가 곤란해졌다"며 "수출관리에 있어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돼 더욱 엄격한 제도를 운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말하는 ‘부적절한 사안'은 한국의 서울고등법원이 내린 ‘강제징용공 배상 판결'로 보인다. 서울고등법원 민사8부는 6월 27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14명의 유가족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1인당 9000만원씩 배상 판결을 내렸다.


산케이에 따르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는 일본이 전세계 생산량의 90%쯤을 차지한다. 에칭가스의 경우 일본이 70% 점유율을 가졌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OLED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소재다. ‘리지스트’와 ‘애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는 반도체 생산공정의 필수 소재다.

한국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이 소재들을 제 때 공급받지 못하면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한국업체들이 일본 소재업체들에게 부당한 거래행위를 했다면 모를까 전혀 엉뚱한 이유로 제재를 받게 돼 반발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정부와 소재 업체들의 갈등도 예상됐다. 일본 소재업체들에게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업체는 주력 수요처다. 이 업체들의 대한 수출 차질과 매출 부진이 발생하면 비난의 화살이 일본 정부를 향할 수 있다. 한국 정부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같은 통상외교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 정부와 업체가 이를 계기로 한국 소재업체들을 집중 육성할 수도 있다. 일본 정부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가 호기롭게 수출 규제를 발표했지만 이를 지속할지 미지수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