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벤처부가 스마트공장을 위한 빅데이터 플랫폼과 허브 구축 추진을 강행하는 모양새다. 스마트공장을 갖춘 중소기업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대기업처럼 미래 수요를 예측하거나 불량 원인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날 박영선 장관이 밝힌 데이터 플랫폼과 허브 구상은 앞서 민간 사업 영역에 국가 기관이 개입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던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과 다르지 않다. 이름만 ‘플랫폼'과 ‘허브'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통 부재와 전형적인 세금 낭비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스마트제조혁신 추진단 출범식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중기부 제공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스마트제조혁신 추진단 출범식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중기부 제공
2일 박영선 중기벤처부 장관은 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스마트제조혁신 추진단’ 출범식에서 스마트공장을 위한 빅데이터 플랫폼과 허브 구축 계획을 밝혔다.

박영선 장관은 이날 "중소기업은 지금까지 구글과 아마존 등에 데이터를 저장했다"며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 시대로 변화하는데 중소기업은 이용료를 내면서 이들 기업에 양질의 데이터까지 제공하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중기부는 연결자로서 중소기업 국가 데이터플랫폼허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날 중기부와 박영선 장관은 데이터 플랫폼과 센터, 허브 등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6월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2019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서 밝힌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과 다르지 않다. ‘플랫폼, ‘연결', ‘허브’라는 키워드가 추가됐다는 점에만 차이가 있다.

박 장관은 6월 26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주최한 ‘2019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서 "중기부 장관으로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국가 허브 데이터센터를 만들어 중소벤처기업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라며 "중기부가 데이터센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왕 데이터센터를 조성한다면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 투자도 동시에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에 업계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인다. 데이터센터를 만들기도 쉽지 않지만 아마존이나 구글과 비교해 가격도 비싸고 비효율적인 데이터센터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막대한 세금만 들이붓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박영선 장관은 클라우드 컴퓨팅이 중소기업 전용 웹하드 정도라고만 인식하고 있는 듯 하다"며 "차라리 중소기업에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비용을 보전해 준다는 정책이 더 실효성있을 듯 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기벤처부는 중소기업이 당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듯 하다"며 "데이터센터 건립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낭비가 될 듯 하다"고 했다. 이어 "차라리 중소 IT 벤처 인력 지원을 하는게 훨씬 더 현실성 있는 정책이라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중기벤처부는 플랫폼과 센터, 허브는 각기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플랫폼은 데이터 분석을 담당한다. 허브는 센터와 플랫폼을 함께 아우르는 의미다.

중기부는 "중소기업 스마트 데이터를 수집해 슈퍼컴퓨터로 분석해 공정 개선이나 개발에 이르는 전체 과정을 허브로 지칭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구체적인 정책 내용을 논의하고 있으며 3분기 중 공개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