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가 감사원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을 고발한다. 5G 요금제 인가 과정에서 심의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4일 서울 종로구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G 요금제 인가과정에서 과기정통부의 직무 소홀에 대한 감사원 감사청구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용약관 신청자료 비공개 ▲심의자문위원회 결정 과정 비공개 ▲통신사가 제출한 자료 검증 부족 ▲소수의견 무시한 무리한 인가 강행 등을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4일 서울 종로구 느티나무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청구를 발표했다. 사진은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참여연대 관계자가 피켓을 든 모습. / 류은주 기자
참여연대는 4일 서울 종로구 느티나무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청구를 발표했다. 사진은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참여연대 관계자가 피켓을 든 모습. / 류은주 기자
◇ 참여연대 "5G 요금제 심의과정 공개하라"

참여연대는 과기정통부가 5G 이용약관을 심사하는 과정에 법적기구 대신 이용약관 심의 자문위원회를 통한 깜깜이 심의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과기정통부에 6월 5G 이용약관 인가 및 심사자료 일체와 요금산정 근거자료,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 명단 등의 자료를 정보공개 청구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위원 명단은 개인정보여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5G 요금산정 근거자료에서 가입자수 예측, 공급비용 예측, 예상수익 등은 영업비밀이라 공개하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2018년 대법원 판결에 따라 2G, 3G 이용약관 심의에 참고한 예상수익, 예상 가입자 수 등 자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 과기정통부가 5G 관련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고 했는데, 참여연대는 이번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SK텔레콤이 3월 25일 5G 요금제 재인가를 신청했고, 하루 뒤인 26일 자문위가 열렸다"며 "자료 검토할 시간이 없었을텐데,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이 제출한) 자료를 베끼다시피 해 자문위에 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SK텔레콤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5G에서는 자율주행이나 원격의료 등 B2B 상품이 주력이라고 했다"며 "하지만 5G 서비스 초반에 소비자에게 고가의 요금을 받는 것은 투자비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약속대로 서비스가 안되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소비자에게 요금 인하 등 혜택을 줘야 한다"며 "2만~3만원대 요금제에서 3G~4GB라도 쓸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요금인가제를 폐지하려는 시도는 중단돼야 하며, 오히려 강화해 말도 안되는 요금제를 반려처분 해야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1차 자문위에서 요금제 반려 사유로 적시한 ‘이용형태에 따른 부당한 서비스 제한’이나 ‘특정인에 대한 부당한 차별’ 등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지만 정부가 무리한 인가를 진행했다는 데 문제를 제기했다. 기지국 부족에 따른 불완전한 5G 서비스 판매와 일부 소비자가 불만을 제기한 통신장애 문제 등도 잘못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 과기정통부 "원래부터 비공개, 이제 와서 문제삼는 이유 모르겠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참여연대의 주장에 대해 "대응을 하고 싶지 않다"며 "감사원의 청구가 진행되면 절차에 따라 감사를 잘 받겠다"고 말했다.

참여연대의 주장에 억울하다는 반응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원래 자문위 명단은 비공개고, (2018년) 대법원이 공개하라고 했던 자료는 과거 자료이기 때문에 공개를 했던 것이다"며 "10년 넘게 이어 온 자문위의 역할을 이제와서 문제삼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자문위원 수가 10명을 넘다보니 의결 내용과 다른 소수의 반대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다수가 해당 요금제 인가를 찬성함에 따라 인가 권한을 가진 과기정통부가 승인한 것이다"며 "이례적으로 SK텔레콤의 첫 5G 요금제 신청서를 반려한 결과 중저가 요금제가 나왔고, LTE 때보다 오히려 더 싼 요금제를 선보이는 등 성과도 있었다"고 부연했다.

SK텔레콤이 제출한 자료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출 자료는 충분히 검토했다"며 "첫 신청 때 자료를 한 번 검토했고, 재인가 신청 때 또 한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