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고급차가 슈퍼카가 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드라이빙 경험입니다. 독보적인 성능과 독특하면서도 이유 있는 디자인, 무엇보다 진짜 즐거운 차가 바로 맥라렌입니다"

맥라렌이 한국 자동차 시장에 진출한 지 만 4년이 됐다. F1 등 모터스포츠 대회에서 기술력을 뽐내던 맥라렌이 본격적인 자동차 제조사로 영역을 넓혀간 시기와 일치한다. 2018년 10월 맥라렌서울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태흥 대표는 지난 10개월 한국에 슈퍼카 문화가 확산됐음을 확인했다고 소개했다.

 이태흥 맥라렌서울 대표이사. / 기흥인터내셔널 대표
이태흥 맥라렌서울 대표이사. / 기흥인터내셔널 대표
이 대표는 "브랜드 고유의 감성과 강력한 주행성능을 이해하고 즐기는 슈퍼카 문화가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라며 "맥라렌이 한국에서 활동한 기간은 공교롭게도 차의 성격이 많이 달라진 시기와 맞물려있다. 엔지니어링 중심의 회사가 제품에 감성과 즐거움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4년동안 맥라렌 라인업을 살펴보면 정말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맥라렌은 1989년 설립된 영국 스포츠카 제조사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다른 슈퍼카 브랜드가 대형 자동차 그룹에 속해있는 것과 달리 맥라렌은 독자적으로 차를 생산, 판매한다. 모터스포츠에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 타이틀을 보유했던 맥라렌 F1, 메르세데스-벤츠와 공동 개발한 맥라렌 SLR 등이 잘 알려져있다. 올해 5월 누적 생산대수 2만대를 돌파했다. 제작에 수작업을 고집하기 때문에 생산대수가 적다는 것도 특징이다.

◇ 맥라렌과 한국은 궁합이 안맞아? "선입견일 뿐"

맥라렌이 처음 한국에 진출했을 때 업계에서는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국내 도로여건과 자동차문화에 맥라렌이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많았다. 한국 소비자 입맛에 맥라렌이 맞을지 의문이라는 분석도 많았다.

이 대표는 맥라렌은 어디서나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차라고 강조했다. 강력한 주행성능과 낮은 차고 때문에 운전이 어렵고 불편할 것이라고 겁 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 노면이 딱딱하고 길이 복잡한 영국이 태생인만큼 한국에서도 맥라렌을 운전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이 대표 설명이다.

그가 최고로 꼽는 맥라렌 역시 서킷은 물론 공도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720S다. 최고출력 720마력, 0→시속 100㎞ 도달시간 2.9초 등 괴물같은 성능과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하면서도 일상주행에서도 편안히 탈 수 있어서다.

아직 국내에 모터스포츠 문화가 대중화되지 않았다는 점은 맥라렌에 아쉬운 대목이다. 맥라렌이 F1을 위시한 모터스포츠 역사에서 탄생한 브랜드인만큼 고유의 매력을 온전히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 그래서 맥라렌서울은 트랙데이나 소규모 서킷 시승회 및 교육 프로그램에 집중할 계획이다. 슈퍼카 시장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안전하고 재미있게 맥라렌을 즐길 수 있도록 전문적인 교육을 시행, 슈퍼카 저변을 넓히자는 취지다.

◇ 전쟁같은 치열함으로 완성한 맥라렌, 자동차 본연의 즐거움에 집중

이태흥 대표는 자타공인 자동차 애호가다. 맥라렌 공식 수입사인 기흥인터내셔널 입사 전 건축 설계 및 디자인 업계에서 경력을 쌓았다. 평소 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대형 자동차 브랜드의 사무공간, 디자인 및 프로덕션 센터 설계 등의 경력을 쌓게 된 원동력이었다. 현재 이태흥 대표이사는 기흥인터내셔널이 국내에 공식 수입 중인 맥라렌과 애스턴 마틴을 총괄하고 있다.

 이태흥 맥라렌서울 대표이사. / 기흥인터내셔널 대표
이태흥 맥라렌서울 대표이사. / 기흥인터내셔널 대표
이 대표는 맥라렌을 ‘가장 영국스러운 차'라고 소개했다.자동차 대량생산 시대를 연 미국, 기술과 상업성에 대한 균형감으로 자동차 산업의 성장을 이끈 독일, 자동차 대중화 바람을 타고 성장한 일본 등과 달리 최고급 자동차에 대한 열정을 고집하는 것이 영국 자동차 산업과 맥라렌의 핵심가치라는 것.

그는 "부품 하나까지 직접 개발하고, 세부적인 모든 요소를 수작업을 통해 완성하는 맥라렌은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라는 영국 제조업의 기조를 가장 잘 드러내는 브랜드"라며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와 독일 등 유럽 각국이 자존심을 걸고 전쟁같이 치열하게 경쟁한 모터스포츠 역사 속에서 맥라렌은 발전해왔다"고 설명했다.

영국 본사 내 한국 시장의 위상도 상당하다. 맥라렌 스포츠 시리즈의 경우 한국이 아시아 태평양 시장에서 판매실적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양적 성장도 이뤘다. 여느 수입 브랜드와 달리 맥라렌 신차를 한국에서도 발 빠르게 출시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올해 맥라렌의 신차는 장거리 주행에 특화된 고성능차 GT다. 한국 시장에서는 올 하반기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 대표에게 한국에서 맥라렌이 어떤 브랜드로 알려지길 원하는 지 물었다. 그는 맥라렌의 디자인 철학 ‘모든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가 한국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답했다.

"맥라렌은 가장 재미있고 세련된 슈퍼카입니다. 성능을 한 눈에 짐작케 하는 감각적인 디자인은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를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일단 운전대를 잡아보시면 맥라렌이 가장 즐거운 차라는 제 말을 이해할 수 있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