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300만 돌파를 예상할 정도로 5G 가입자 수가 급증했지만 소비자 불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통화 품질 원인인 기지국 부족 문제야 이른 시일내 해결이 어렵더라도 소비자 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특히 스마트폰과 함께 다른 스마트기기(세컨드 디바이스)로 데이터를 많이 쓰는 일부 헤비 유저들의 불만이 높다. 5G 요금제 전환 후 기존 LTE 요금제와 비교해 되레 혜택이 줄었다는 주장이다. 언뜻 보면 혜택이 많은 듯해도 알고보면 실속이 없거나 오히려 손해라는 뜻으로 '사악한 5G 혜택'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SK텔레콤 강남직영점에 비치된 갤럭시S10 5G. / 이광영 기자
SK텔레콤 강남직영점에 비치된 갤럭시S10 5G. / 이광영 기자
◇ 5G서 세컨드 디바이스 사용하려면 비싼 값 치러야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무선가입자 통계자료를 보면, 2019년 5월 기준 데이터 통신을 이용하는 태블릿PC 가입회선 수는 2018년 5월 대비 16.5% 증가한 195만4877개다. 같은 기간 휴대전화 회선 수는 1.8% 증가하는데 그쳤다. 휴대전화와 세컨드 디바이스 간 데이터를 나눠쓰는 고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SK텔레콤은 LTE 요금제별로 세컨드 디바이스를 2회선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5G 전용 요금제인 5GX 플래티넘(12만5000원)은 2회선, 5GX 프라임(9만5000원)은 1회선만 무료로 제공한다. 5GX 스탠다드(7만5000원)는 12월 31일 이전 가입자에게만 세컨드 디바이스 1회선을 유료로 제공한다.

KT는 LTE 8만9000원(프리미엄) 요금제 사용자에게 세컨드 디바이스 1회선을 무료로 제공했지만, 5G에서는 10만원 이상 요금제를 써야 같은 혜택을 제공한다. 문턱이 더 높은 셈이다. 8만원짜리 슈퍼플랜 베이직 요금은 5G 데이터를 완전 무제한으로 쓸 수 있지만, 세컨드 디바이스는 사용할 수 없다.

LG유플러스는 LTE 요금제인 ‘속도 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88’(8만8000원) 가입자에게 세컨드 디바이스 2회선 무료 사용권을 준다. 하지만 5G에선 월 9만5000원짜리 요금제에 가입해야 2회선을 무료로 쓸 수 있다. 다른 요금제 가입자는 세컨드 디바이스 혜택이 없다.

SK텔레콤 5GX 요금제별 가족 공유 데이터·테더링 한도. / SK텔레콤 홈페이지 갈무리
SK텔레콤 5GX 요금제별 가족 공유 데이터·테더링 한도. / SK텔레콤 홈페이지 갈무리
◇ 5G 가족간 데이터 공유 혜택 ‘눈가리고 아웅’

가족간 데이터 공유 혜택도 LTE 대비 크게 줄었다. 이통사가 ‘눈가리고 아웅’ 식의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SK텔레콤 5G 고객이 가족간 데이터를 공유하려면 5GX 플래티넘(12만5000원), 5GX 프라임(9만5000원)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5GX 슬림(5만5000원)이나 5GX 스탠다드(7만5000원) 요금제 가입자는 가족 데이터를 공유해 쓸 수 없다. 데이터 공유를 하려면 온가족이 비싼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플래티넘·프라임 요금제 가입자는 2년간 데이터를 무제한 쓸 수 있다. 두 요금제에 가족 데이터 공유는 사실상 쓸모없다. SK텔레콤은 홈페이지에 ‘T가족모아 대표로 5GX 플래티넘, 5GX 프라임 요금제 1인 이상 가입 필수’라는 조건을 명기했지만, 유의사항을 꼼꼼히 읽어보지 않으면 이를 숙지하기 어렵다.

KT도 5G와 LTE 요금제 가입자에게 가족 데이터 공유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Y데이터박스’와 ‘패밀리박스’ 앱을 통해 각각 월 2GB씩 최대 4GB 데이터 공유가 가능하다. 하지만 LTE보다 비싼 5G 요금제를 쓰는데 공유 가능한 데이터 한도가 너무 적다는 고객 불만이 나온다.

KT 5G 요금제의 데이터 테더링·셰어링 제공량도 LTE 보다 적다. LTE 프리미엄 요금제(8만9000원) 가입자에게 테더링과 셰어링용으로 데이터 50GB를 별도 제공하지만, 5G는 슈퍼플랜 베이직(8만원)에서 20GB를, 슈퍼플랜 스페셜(10만원)에서 50GB를 제공한다. 13만원짜리 슈퍼플랜 프리미엄에 가입할 경우 100GB 데이터를 준다.

LG유플러스는 LTE 속도 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요금제(8만8000원) 가입자에게 가족 공유 데이터를 월 40GB까지 제공했지만, 5G 요금제에서는 월 4GB로 용량을 확 줄였다.

◇ 시민단체, "고가 요금에 맞는 서비스 제공 및 요금 감면 고려해야"

시민단체는 5G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통사가 고가 요금제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시적 요금 감면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형수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은 "5G 가입자는 비싼 돈을 내는데, 이통사는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만약 서비스가 미비하다면 미국 버라이즌 사례처럼 일시적인 요금감면 등 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통사는 5G 상용화 초기 가족 단위 보다 얼리어답터 고객을 중심으로 혜택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5G 고객이 증가함에 따라 세부 혜택 강화를 검토 중이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5G 가입자가 점차 늘어나면 요금제 종류도 더 다양해지고, 세부 혜택도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