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인수를 추진하던 SG BK그룹이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인 두올산업에 매각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김병건 BK그룹 회장이 빗썸 인수자금을 국내서 조달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빗썸 가치를 올리기 위한 작전이 펼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비롯해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김병건 BK그룹 회장. / IT조선
김병건 BK그룹 회장. / IT조선
9일 두올산업은 SG BK그룹 주식 1만3480주(57.41%)를 2357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취득 예정일은 9월 15일부터 19일까지다. BK그룹이 발행하는 유상증자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두올산업은 이를 위해 시가총액 3배 규모에 달하는 자금조달에 나섰다.

SG BK그룹은 김병건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싱가포르 회사다. 이 회사는 BK컨소시엄(BXA)을 구성하고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을 인수하기 위한 계약을 지난해 10월 빗썸 운영사인 BTC코리아닷컴 최대주주인 BTC홀딩컴퍼니와 체결했다. BTC홀딩컴퍼니 지분 50%+1주를 4억달러에 매입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BK컨소시엄은 계약금 1000만달러를 지급하고 후 1000만달러, 5000만달러, 1억달러 등 인수자금을 지불했다. 다만 2000억원 정도의 잔금지급을 올해 9월까지 여러차례 미뤘다.

업계에서는 BK그룹의 계속된 자금 납입 연기가 BK컨소시엄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BK컨소시엄이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BXA가 빗썸 브랜드를 이용만 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를 이유로 업계에서는 두올산업의 BK그룹 지분 인수로 김병건 회장이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두올산업이 BK그룹 인수를 위해 21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기 때문이다. BK그룹이 빗썸을 인수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 20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BK그룹이 빗썸 인수를 마무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두올산업의 BK그룹 인수가 빗썸 가치를 올리기 위한 일종의 작전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빗썸의 주인이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지분구조가 점점 더 복잡해 지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BK그룹과 빗썸 매각은 업계에서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라며 "빗썸 지배구조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거래소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작전이 펼쳐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냈다.

그는 이어 "최근 빗썸 경영진들이 잇따라 교체된 것이 그 이유다"라며 "제대로 된 지분 관계로 이뤄진 회사라면 회사 경영진이 쉽게 교체되는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거래량이 3분의 1로 줄어든 것으로 안다"며 "더 이상 거래소에서 재미를 못본 김병건 회장이 발을 빼는 모양새다"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SG BK그룹 관계자는 "현재는 구체적으로 드릴 수 있는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빗썸 관계자 역시 "해당 내용은 현재 확인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BXA 측은 "한국 상장사 두올산업과 관련한 소문을 확인한 공식 입장을 전한다"며 "두올산업 및 SG BK그룹과 재무적 투자 및 인수와 관련해 체결된 계약이 없음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주일전 두올산업을 포함한 몇몇 기업이 BXA에 재무적 투자 의사를 밝힌 것은 사실이나 어떠한 계약도 체결된 적이 없으며, SG BK그룹은 BXA 펀딩에 의사결정권한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