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VR 테마파크 남들 접을 때 저희는 확장했죠"

류은주 기자
입력 2019.07.18 06:30
"가상현실(VR) 게임은 등장 후 초반 많은 조명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콘텐츠의 질이 떨어지니 금방 소비자들의 관심이 식어버렸죠. 북적이던 VR테마파크에 손님이 줄자, 매장을 접거나 VR사업에서 손을 떼는 업체들이 느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반대의 길을 택했습니다. VR사업을 오히려 공격적으로 확장 중입니다."

이종찬 모션디바이스 대표는 지난 16일 경기도 안양시 본사에서 IT조선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모션디바이스는 가상현실(VR) 콘텐츠 및 어트랙션을 전문으로 다루는 기업이다. 자체적으로 VR 콘텐츠와 어트랙션을 개발하고, VR 테마파크도 직접 운영한다. 2019년 7월 기준 전국에 4개 매장을 뒀다.

2011년 모션디바이스 설립 당시 직원은 이종찬 대표 단 한 명 뿐이었다. 8년 후 이 회사는 직원 50명에 네 개의 매장과 두 개의 연구소를 둔 성장성 높은 벤처기업으로 변모했다. 규제 샌드박스 덕에 앞으로 더욱 빛을 발한다.

모션디바이스는 이 대표가 사업 전선에 뛰어든 후 만든 두 번째 회사다. 첫 창업은 2000년에 했다. 제품을 직접 제조하는 회사를 찾아주는 검색엔진을 개발했다. 하지만 경험 없이 무턱대고 시작했던 사업체는 6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이 대표가 10년쯤 벤처 업계에 종사하다 문을 연 것이 모션디바이스다.

이종찬 모션디바이스 대표. / 류은주 기자
◇ 창업 실패 후 찾아온 기회
그는 VR과 연을 맺게 된 과정에 대한 질문에 "적절한 시기에 정부나 벤처캐피탈(VC)의 투자를 받는 등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매번 운이 따른 것은 아니었다. 1999년 6년간 근무하던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택한 창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2000년 호기롭게 도전했던 창업에서 실패의 쓴맛을 봤다. 동업자가 등을 돌린 아픔도 있었다.

그는 자동배변처리기를 제조하는 벤처기업 등에 근무하며 개발 경험을 축적했다. 프리닉스에 근무할 당시 포토프린터 엔진을 개발한 성과도 있다. 벤처 기업에서 기술 개발을 통해 투자를 받는 경험도 했다.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2011년부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산업용 액추에이터(모터나 스위치, 스피커, 램프처럼 전기적인 신호의 변화를 이용해 물리적인 상태를 바꿔주는 장치) 제품 기술을 국산화 하려 했다"며 "하지만 2012년 참가한 산업박람회를 계기로 게임용 시뮬레이터 사업에 손을 댔다"고 말했다.

산업박람회에 부스를 신청해놓고 액추에이터 기술을 활용한 게임용 시뮬레이터를 만들었다. 당시 부스를 방문한 관람객의 예상치 못한 호응에 이 대표는 깜짝 놀랐다. 그는 사업 방향 전환의 계기를 해피니스 스루 모션 테크놀로지(Happiness through Motion technology : 모션기술을 통한 행복)라고 표현한다.

이 대표는 "첫 전시회 때 관람객들이 줄을 서 보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났을 때 반응하는 것을 보니, 액추에이터보다 게임용 시뮬레이터 사업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모션디바이스는 관람객의 호평 덕분에 이후 여러 전시회에 초청을 받았다. 심지어 전시기획 담당자가 부스를 무료로 분양하거나 공짜로 꾸며주기까지 했다. 전시회에 참가하며 만난 엔젤투자자 덕분에 게임용 시뮬레이션 개발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초반에는 VR게임이 아닌 일반 게임용 시뮬레이터 개발에 집중했다"며 "2013년 이후 VR게임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직감했고, 정부 과제를 따내기 위해 시도한 결과 2015년 한국콘텐츠진흥원 과제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규제 샌드박스 아니었다면, 매장 제때 오픈 못 했을 것"

VR테마파크는 융복합 제품을 활용한 서비스 사업이다 보니 다양한 규제로 어려움을 크다. 장비, 콘텐츠, 서비스 마다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여러 부처와 관련한 규제가 있다.

이 대표의 고민을 덜어준 것이 ICT 규제 샌드박스다. 그는 "신사업을 시작할 때 법을 해석하기 어렵고, 여러 규제 때문에 그동안 어려움이 컸다"며 "특히 신제품 서비스 전 다양한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에 적합한 KC인증은 우리처럼 다품종 소량 생산하는 기업 입장에서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종찬 모션디바이스 대표. / 류은주 기자
또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없었다면 게임등급 분류, 전자파 인증, 전기안전 인증 등 절차 영향으로 원하는 오픈 시점을 지키기 어려웠을 것이다"며 "정부가 기존 규제의 문제점을 적시에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준 덕분에 7월 강남역점과 서면점을 새롭게 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규제 샌드박스 덕분에 사업에 탄력을 받기 시작한 이종찬 대표의 꿈은 크고 넓다. 국내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을 노린다.

이 대표는 "해외에서 먼저 협력하자는 연락이 온다"며 "중국 진출을 위해 2017년 자회사를 설립했으며, 진출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 시장 진출도 도전 중"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은 서두르지 않고, 우리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샘플 매장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중소기업이 해외시장을 뚫는 것은 굉장히 어렵지만, 조금씩 길을 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모션디바이스는 7월 중국 베이징에 숍인숍(Shop in Shop) 형태의 매장 운영을 시작한다. 필리핀 쇼핑몰과도 협의 중이다. 또 11월 열리는 미국 올랜도에서 열리는 국제 테마파크박람회(IAAPA)에 참가해 미국 진출도 꾀한다.

◇ "시험대에 오른 VR사업"

최근 한국 VR 테마파크 시장은 주춤하지만, 모션디바이스는 오히려 사업을 더욱 확장하는 등 공격적인 활동을 펼친다.

이 대표는 "VR게임 시장은 반짝 성장세를 보였지만, 콘텐츠 퀄리티 문제로 소비자의 관심이 사그라 드는 상황이다"며 "일부 업체는 VR 사업을 축소하기도 하지만, 모션디바이스는 반대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고 말했다.

모션디바이스는 2019년 내에 국내외 매장 2~3개를 추가로 열고, 2020년에는 12개로 늘린다. 2018년 시작한 VR 테마파크 사업은 새로운 도전 분야 중 하나다.

모션디바이스는 시장 선점을 위해 콘텐츠에 사활을 걸었다. 하드웨어 분야 개발 인력은 10명이지만 콘텐츠 개발인력은 그 두 배인 20명에 달한다. 콘텐츠 퀄리티를 높여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 이 대표의 의지다.

그는 "VR 게임 사업을 시작할 때 하드웨어만 만들었는데, 콘텐츠 개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상당수 인력이 떠나는 등 진통이 있었다"며 "지금 모션디바이스는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테마파크 사업은 2018년 시작했고, 제대로 준비해 2020년부터 해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것"이라며 "퀄리티를 보장할 수 있다면 시장도 자연스레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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