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가 북한의 3G 통신망 구축 및 유지보수에 깊게 관여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일각에서 이 사건이 정체된 미·중 무역협상에 새로운 국면을 불러오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복수 외신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북한의 상업용 무선네트워크 구축과 유지보수를 맡았다.

당시 북한은 이집트 통신사 오라스콤텔레콤과 합작해 3G 이동통신사 ‘고려링크(고려망)’를 세웠다. 화웨이가 이 때 중국 국영기업 판다인터내셔널정보기술을 통해 통신장비와 기술, 소프트웨어 및 사후보장 서비스까지 전수했다는 것.

MWC2019 상하이 화웨이 부스. / 화웨이 제공
MWC2019 상하이 화웨이 부스. / 화웨이 제공
외신은 전직 화웨이 직원을 비롯한 복수의 관계자로부터 보도 내용을 입증하는 계약서 여러 개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화웨이와 판다인터내셔널정보기술 담당자들이 2016년 대북한 제재가 본격 진행될 무렵 사무실에서 모두 철수했다고도 보도했다.

화웨이측은 이번 의혹에 대해 "UN, 유럽연합 등 세계 기구의 대북한 수출 규제 및 제재를 완전 준수해왔다"고 부정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화웨이뿐 아니라 중국 통신기업 ZTE도 북한 이동통신망 구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화웨이는 고려링크에, ZTE는 2011년 북한 당국이 직접 세운 이동통신사 ‘강성네트망’에 각각 무선네트워크 장비와 기술을 전수했다는 내용이다.

미국 상무부는 이번 보도에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도 보도를 듣고 ‘전후좌우를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유보적인 자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 상원위원들은 일제히 화웨이를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 민주당은 ‘화웨이가 대북 제재 및 수출 규제를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면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앞서 미국 민주당은 화웨이를 미국 거래제한 대상으로 지정한 행정명령 강화 법안, 제재 및 수출규제 위반 기업에 미국산 부품 수출을 금지하는 법안을 상정했다.

업계는 이번 사건이 미·중 무역분쟁에 새로운 국면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한다. 앞서 미국과 중국은 G20 회의에서 무역 협상을 재개한다고 밝혔으나, 지금까지 실무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 상황에서 미국이 꾸준히 제기한 ‘중국측의 보안 및 정보 침해 우려’에 힘을 싣는 보도가 나왔다.

세계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에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이 정보를 다룰 통신 장비를 제공했다는 이번 보도가 사실로 밝혀지면, 세계 5G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화웨이는 세계 50개국 이동통신사와 15만대 이상의 5G 통신장비 공급계약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