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새로운 본인확인(CI) 서비스 도입 움직임에 국내외 인터넷서비스 업계가 잔뜩 긴장했다. 적게는 수천만원부터 많게는 수천억원의 비용을 투입해야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CI는 주민등록번호(이하 주민번호)를 대신해 사용하는 개인 식별 정보다. 정부가 2013년 주민번호 수집을 금지한 후 나온 대안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주민번호를 사용하지 않고 본인 확인 방법을 제공하는 본인확인기관을 지정한다. 본인확인기관은 ▲휴대폰 인증 업체(이통3사) ▲아이핀 인증 업체(나이스평가정보) ▲SCI평가정보 등이다. 네이버·구글 등 인터넷 기업은 결제나 회원가입 등 서비스 제공을 위해 본인인증 절차를 거치며, 각 절차마다 별도 비용을 지불한다.

24일 기술업계에 따르면, 인터넷 기업은 본인확인 서비스 건당 40~70원의 비용을 이통사에 낸다. 이통3사가 연간 벌어들이는 수익은 수천억원으로 추산한다. 이를테면 10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기업 회원이 매일 한번씩 본인확인 서비스를 이용하면 40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1000만명 이상 회원을 보유한 부가통신 사업자는 네이버·카카오·구글·페이스북·애플·삼성전자 등이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26일 ‘CI 정책 방향 모색을 위한 의견 수렴회’를 개최한다.인터넷 기업, 본인확인 기관 등 수백명 업계 관계자가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CI 제도 변경에 따른 영향이 커 업계 관심이 높다.

. / KISA 제공
. / KISA 제공
인터넷 서비스업계는 CI를 간편결제 서비스, 마일리지 연계 및 포인트, 중복이용 방지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한다. 네이버나 구글 플레이 등이 결제할 때 주민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됐던 것은 CI를 통한 본인 확인 절차를 가미한 덕분이다.

일각에선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신중하게 CI를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아직 부작용이 불거진 것은 아니지만, 과거 주민번호가 남용됐듯 CI 정보 역시 해킹과 남용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KISA는 의견수렴회에서 청취한 내용을 종합해 본인확인 제도 관련 규정(고시)을 정비하는 등 CI 정책 방향을 개선한다. 인터넷 서비스에 따라 본인인증 요구 수준을 차등 적용해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사업자는 새 CI 도입에 반발했다. 한 인터넷기업 관계자는 "CI 도입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CI를 변경해야 할 뚜렷한 필요성이 없는 상황에서 ‘우려'라는 이유만으로 기존의 서비스 정책이나 설비를 다 바꾸는 것은 (기업에)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본인확인 수단이 확실히 필요하면 CI 변경을 하겠다"며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통업계는 중립적인 입장이다. 이통3사는 정보주체 동의 없이 C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모바일 전자고지 서비스를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다. 현행 CI 제도의 변경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과도한 개인정보 활용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동시에 낸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아직은 제도 변경에 이렇다 할 입장을 낼 단계가 아니다"라며 "누군가 무분별하게 CI를 사용하는 사례가 있겠지만, 목적에 맞춰 활용만 한다면 CI 활용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CI 정책을 주관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도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방통위가 의견수렴회를 주관할 경우 마치 제도를 도입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어 KISA가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라며 "방통위 차원에서 제도를 제안하는 것은 아니라 CI를 계속 끌고 갈 것인지 아니면 대체수단을 도입할 지 혹은 폐지할 지 종합적으로 고민할 시기가 와 전체 의견을 들어보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