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부산에서 영상으로 사건현장을 제보하면 그 보상으로 지역화폐(디지털 바우처)를 받을 수 있다. 관광객도 마찬가지다. 부산에서 무엇을 사고 먹었는지 소비패턴 정보를 제공하면 같은 보상을 받는다. 모두 부산광역시가 지난 24일 블록체인 자율규제 특구로 선정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과연 ‘토큰 이코노미’(Token Economy·암호화폐 보상 체계)를 통한 부산 지역경제 활성화가 이뤄질 지 블록체인업계의 관심이 고조됐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토큰 이코노미 모델을 활성화한 사례가 없다.

부산시./사진=픽사베이
부산시./사진=픽사베이
부산 블록체인 특구 사업에는 관광과 안전, 물류, 금융 등 총 4개 분야에 부산은행 등 7개 사업자가 참여한다. 문현혁신지구와 센텀혁신지구, 동삼혁신지구 등 11개 지역을 특구로 지정됐다. 부산시는 2019년부터 2년간 299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 블록체인 관광 플랫폼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톡톡"

부산시는 현대페이, 한국투어패스와 함께 블록체인 기반 관광 플랫폼 실증사업을 벌인다. 이 서비스를 통해 관광객들은 부산 관광지와 숙박시설, 식당, 제휴 할인시설 정보를 종합적으로 확인하고 맞춤형 관광 패키지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부산시는 관광객의 거래정보를 모으면 소비패턴을 분석해 새 관광상품도 개발할 계획이다. 거래정보를 제공한 플랫폼 이용자에겐 보상을 한다. 이 실증사업에 개인정보보호법과 전자금융거래법, 위치정보법 등 규제에 대한 특례를 적용한다.

부산 관광객은 앞으로 이 앱을 사용해 관광정보·할인정보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아울러 예약, 결제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티켓과 바우처(지역화폐) 시스템과 연동해 관광시설 입장과 제휴 할인쿠폰 발급·사용, 교통수단 이용도 가능할 전망이다.

소상공 가맹점에게도 호재다. 제휴 계약을 맺은 소상공 가맹점들은 스마트투어 앱을 홍보 채널로 활용할 수 있다. 블록체인의 스마트컨트랙트 기능을 통해 실시간 정산을 제공받을 수도 있다.

오거돈 부산광역시 시장은 "이번 특구 지정으로 부산의 강점 산업과 블록체인이 만났다"며 "조선, 자동차 부품 등 전통 제조산업과 융합을 통해 산업 구조 고도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특히 블록체인 생태계를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바우처를 지역 강점 산업과 연계해 부산형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이로써 새 일자리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불똥 튈까’ 제보 무서워했던 세상 끝…"블록체인 영상 제보로 익명성 보장"

부산시는 블록체인의 최대 장점인 ‘익명성’을 공공안전분야에 활용할 계획이다. 불똥이 튈까봐 제보하지 않았던 상황이 없어질지 기대가 모인다.

국내 최다 블록체인 특허를 보유한 코인플러그와 차량 및 교통에 강한 영상 보안 기업 사라다는 부산시와 다음달부터 2년간 공공안전을 위한 블록체인 영상제보 앱 실증사업을 한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위치정보법 규제 특례 실증사업이다.

영상제보 앱을 통해 부산시민은 사건 현장을 촬영해 제보할 수 있다. 제보영상은 위치정보와 함께 지자체·관련 기관으로 바로 전송된다. 실시간 상황판단과 신속한 대처가 가능해진다.

특히 코인플러그의 블록체인 신원인증 솔루션 ‘키핀’을 적용해 제보자의 익명성이 보장할 예정이다. 코인플러스 측은 "서비스에 등록한 데이터는 개인정보비식별화 처리를 거쳐 암호화돼 저장된다"고 밝혔다. 사건 제보자에게 부산시는 사용 가능한 디지털 바우처(지역화폐)를 보상으로 지급한다.

◇ 지역화폐 담당은 부산은행…"거래 투명성 높이고 보상 체계 구축"

이용자 보상에 쓰일 디지털 바우처(지역화폐) 발행과 유통을 부산은행이 맡는다. 이 디지털 바우처는 부산 소재 가맹점에서 사용 가능한 선불 전자지급 수단이다. 금융과 관광, 물류, 데이터거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하다는 것이 부산은행 측의 입장이다. 이 사업은 전자금융거래법 규제특례를 인정받는다.

부산은행에 따르면 디지털 바우처(지역화폐)는 법정화폐와 1:1 고정가치를 가지는 스테이블 코인이다. 가격변동성이 심한 암호화폐와 달리 안정성이 보장된다.

은행은 화폐와의 교환거래와 디지털 바우처(지역화폐) 예산 처리·집행, 지역 통합 인증 등 플랫폼 운영 전반을 담당한다. 올해 암호화폐 결제솔루션 보유 업체를 선정해 디지털 바우처(지역화폐) 유통 플랫폼을 구축한다. 디지털 바우처(지역화폐) 인프라 구축에 시동을 건다.

부산은행은 내년에 지역밀착 생활금융 플랫폼을, 2022년께 사업성 평가 진행 후 공유경제와 P2P,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신규 서비스를 창출할 계획이다. 단계적 영역 확대다.

부산은행은 부산시와 협의해 디지털 바우처(지역화폐) 적용 부문을 늘릴 예정이다. 또 타결제수단과의 연계 등 지역내 블록체인 거래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다만, 지역화폐에 한정한 사업 모델의 한계가 뚜렷하다. 정부가 암호화폐를 여전히 부정적으로 보는 탓에 이번 부산시 사업도 민간 암호화폐를 배제했다. 규제자유 특구의 목적인 민간 블록체인 산업 육성과도 배치한다. 자칫 제로페이처럼 관 주도의 사업의 한계를 노출할 수 있다. 당장 지역 화폐로 시작하더라도 향후 민간 암호화폐로 확장할 때에 대비해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 보완과 개방적 접근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 해양물류 플랫폼으로 "원산지 위변조 방지&비용절감 효과 톡톡"

부산은 항구도시다. 해양수산물이 풍부하다. 그런데 먹은 것이 이 지역 산인지 확인 할 길은 없다. 부산테크노파크, 비피앤솔루션 등이 구축할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해양물류 플랫폼 서비스’가 나오면 이 궁금금을 해소할 수 있다. 원산지 위변조 방지와 역추적을 통한 물류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이 플랫폼측 설명이다.

농축산물 이력관리도 가능해진다. 생산지의 농축산물을 콜드체인 기술(어류·육류·청과물 등의 입고부터 가정 배송까지 저온으로 배송해 신선도를 유지하는 체계)로 학교와 병원 등 소비자에게 싱싱하게 제공할 수 있다. 그러려면 화물운송법, 개인정보보호법, 위치정보법 등 규제 특례를 받아야 한다. 이 기획안은 아직 미완이다. 부산테크노파크 관계자는 "구체적인 기획안을 마련중"이라며 "6개월 내 해양물류플랫폼과 콜드체인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