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업계 인수합병(M&A)을 둘러싼 이통3사의 견제가 심화하는 분위기다. 특히 CJ헬로 알뜰폰(헬로모바일) 분리매각에 대한 의견이 사업자 간 팽팽히 맞선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의 알뜰폰 분리매각을 반대한다. CJ헬로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는 CJ헬로의 알뜰폰 사업을 분리매각하는 것을 인수 조건으로 요구한다.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30일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A에서 유료방송 시장 재편기를 맞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나누는 공론의 장을 열었다.

사진 왼쪽부터 배한철 KT 상무,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 이상헌 SK텔레콤 실장. / 류은주 기자
사진 왼쪽부터 배한철 KT 상무,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 이상헌 SK텔레콤 실장. / 류은주 기자
이통3사는 토론회 시작에 앞서 보도자료로 입장을 발표했다. 7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SK텔레콤에 선제공격을 당한 LG유플러스는 공식 보도자료를 가장 먼저 보내 입장을 밝혔다. 뒤이어 KT도 토론회 관련 입장자료를 내놨다.

SK텔레콤과 CJ헬로는 비공식적으로 토론회 관련 설명 자료를 배포했다.

◇ LGU+, IPTV 강제 전환·MVNO 시장 축소 유도 주장은 ‘가짜뉴스'

LG유플러스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CJ헬로 인수 이후 벌어질 문제점을 해소할 계획을 제시했다. 인수 후에도 근무 중인 직원들의 안정적 고용 승계 및 근무 여건을 조성하고, 협력업체와도 인위적인 계약 조정 없이 CJ헬로와의 관계를 존중해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케이블 가입자의 IPTV 강제 전환이나, 알뜰폰(MVNO) 시장 축소 유도 등 일각의 주장은 당사가 정부에 제출한 인허가 자료 및 그동안 수차례 밝혀온 기본 방향과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 가짜뉴스라고 강조했다.

방송서비스에 품질보강 기술(해상도, 프레임 업스케일링 등)도 도입해 SD급 화질을 HD/FHD급로 상향하고, 8VSB의 보편적 시청권 보장을 위해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채널을 확대해 시청자 편익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세계 최초 4K 360도 AR스튜디오 설립, 5G 기반 클라우드 VR게임 등에 대한 콘텐츠 투자와 함께 CJ헬로의 지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콘텐츠 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는 논쟁이 큰 시장경쟁과 관련 "이동통신에서 점유율 20.6% 수준으로 CJ헬로 1.2%를 인수해도 1위 사업자에는 현격하게 못 미치는 3위 사업자다"라고 강조했다. 공정거래법상 경쟁제한성을 추정하지 않는 안전지대에 해당하고, 오히려 1위 사업자를 자극해 경쟁을 더욱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통시장 점유율 1.2%에 불과한 CJ헬로 알뜰폰(MVNO)사업을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인수하는 것에 경쟁 이슈를 제기하는 것은 전기통신사업법 및 경쟁 논리에 부합하지 않는 비상식이라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는 "KT는 알뜰폰 가입자가 번호이동 시 더 높은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등 ‘꼼수 영업’을 통해 ‘가입자 빼앗기’에 혈안이 됐다"며 "그런데도 알뜰폰을 장려하고 위하는 듯한 주장으로 이율배반적 태도를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 회사는 "이 상황에서 SK텔레콤이 MVNO 정책을 언급하며 이슈를 제기하는 것은 법 상식에 맞지 않으며, 티브로드를 흡수·합병시 추정되는 시장지배력 전이 및 방송의 공적 책임 훼손 이슈를 희석하기 위한 것이다"라며 "알뜰폰 가입자를 뺏길까 하는 막연한 기우에 근거도 없이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인수를 문제시한다"고 지적했다.

CJ헬로 역시 LG유플러스와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CJ헬로 관계자는 "SK텔레콤도 티브로드와의 합병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인수합병의 핵심 쟁점인 시장의 ‘경쟁제한성’과 방송의 ‘공적책임’에 관한 논쟁은 회피하고 있다"며 "통신시장 점유율 1.2%에 불과한 CJ헬로의 알뜰폰 사업부문을 이슈화해 시선을 분산하고 본질을 흐린다"고 말했다.

또 "양사의 결합은 ‘시장의 메기’를 출현시키는 것으로 5G 등의 투자에서 규모 및 범위의 경제 확보를 가능하게 한다"며 "알뜰폰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소모적 논쟁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메기 효과란 정어리들이 천적 메기를 보면 더 활발히 움직인다는 사실에서 유래한 용어다. 시장에서 막강한 경쟁자(사업자)가 등장하면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 올린다는 의미를 갖는다.

◇ KT·SKT, 시장지배력 전이 우려 제기 "알뜰폰 분리매각 해라"

SK텔레콤과 KT는 정부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허가 시, 이통시장의 공정경쟁과 경쟁활성화를 위해 CJ헬로 알뜰폰 사업은 분리하는 조건을 부과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방침인 1개 이통사, 1개 자회사 알뜰폰 사업자 원칙에 위배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KT는 "알뜰폰 시장의 1위 사업자인 헬로모바일이 사라지면 과거 ‘반값요금제’, ‘선택약정할인 40%' 사례처럼 이통사를 견제하는 소비자 친화적 요금제를 낼 사업자가 사라진다"며 "저가 선불시장 위주의 영세 중소사업자가 대부분인 알뜰폰 업계는 (도매대가)협상력이 크게 떨어져 시장 위축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KT는 시장지배력 전이로 공정경쟁을 저해할 우려도 드러냈다. SK텔레콤이 이통시장 지배적사업자로 시장 지배력이 결합상품 재판매·위탁판매를 통해 방송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초고속인터넷 재판매 및 IPTV 위탁판매 과정에서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에 대한 과도한 지원도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소비자 단체가 SK텔레콤이 수수료를 대납한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을 예로 들었다.

배한철 KT 상무는 "이는 가입자 고착화로 인한 선택권 제한, 요금경쟁 저해, 요금인상 우려로 소비자 후생을 저해할 수 있다"며 "티브로드 인수합병시, 전체 방송통신시장 공정경쟁을 위해 정부가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 전이 문제를 신중히 검토하고 시정조치를 내릴 필요있다"고 말했다.

. / K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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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로드와의 합병을 추진 중인 SK텔레콤은 유료방송 발전 기여 부문에서 LG유플러스와 비슷하게 지역성 및 콘텐츠 투자, 상생발전 등을 강화하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알뜰폰에 대한 의견도 빼놓지 않았다. SK텔레콤은 "이통사업자의 CJ알뜰폰 인수 시 알뜰폰 정책의 형해화, 이통시장 경쟁제한 및 왜곡 등의 우려가 크다"며 "알뜰폰 육성을 추진하는 상황을 감안해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헌 SK텔레콤 실장은 7월 열린 토론회에서 LG유플러스의 CJ헬로 알뜰폰 인수를 강력히 반대하는 의견을 표한 바 있다. 이통3사의 이같은 행보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LG유플러스는 2016년 SK텔레콤이 CJ헬로 인수를 추진할 당시 CJ헬로를 독행기업(시장의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 이익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는 기업)으로 평가했다. 당시 KT와 함께 강력하게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를 반대했다. 3년이 지난 뒤에 알뜰폰 사업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CJ헬로가 독행기업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지적을 받는다.

시장지배력전이 문제를 제기한 KT는 초고속인터넷 점유율 1위 사업자다. KT는 유료방송 합산규제(시장점유율 3분의 1로 제한) 재도입 여부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1년 넘게 M&A조차 마음 편히 추진하지 못하는 처지다. 유료방송 1위 사업자인 KT가 시장지배력 전이 문제를 거론하기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는 이날 토론회에서 "KT는 1위 사업자로 가입자가 가장 많은데, CJ헬로 가입자를 뺏긴다고 이런 저런 말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