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승호 포에스맵퍼 대표

"서울시에서 도로 균열로 인한 사고 발생이 매년 2000건이 넘습니다. 교통량이 많은 대도시 특성상 도로 관리가 쉽지 않죠. 신고를 해야 고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시민들이 불편을 겪습니다. 스마트시티로 가기 전에 ‘스마트 도로’가 필요합니다. AI로 정확한 노면 상태를 파악해 관리 효율을 높이면 ‘사후약방문’을 없앨 수 있습니다."

이승호 포에스맵퍼(4S Mapper) 대표는 IT조선 기자를 만나 도로 안전 정보 사업을 구상한 계기를 이같이 밝혔다. 포에스맵퍼는 드론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영상을 처리·분석하는 기업이다. ‘차 없는 도로 지도(CfSM: Car-free Street Mapping)’를 만드는 솔루션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이승호 포에스맵퍼 대표. / 장미 기자
이승호 포에스맵퍼 대표. / 장미 기자
이 대표는 공간정보 전문가다. 호주에서 석박사를 마치고 관련 기업인 4D맵퍼(Mapper)에서 근무했다. 위성, 항공 영상을 이용해 분석·처리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아시아 시장을 맡아 영업 차 한국을 방문했다가 인생의 전환점을 찾았다. 그는 "(회사는)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으로 서비스하는(SaaS)기반 플랫폼을 제공했다"며 "한국 시장은 보안에 민감해 해당 서비스로 진출하기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직접 사업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한국에 돌아와 드론학교에 갔다. 드론은 위성, 항공과 다른 공간정보를 제공한다. 드론을 통한 사업 확장을 생각했다. 그렇게 2016년 10월 포에스맵퍼 문을 열었다.

◇ AI로 정확한 도로 상태 구현
포에스맵퍼는 드론 영상에 AI 기술을 더해 CfSM을 개발했다. 균열이나 큰구멍(포트홀:pot hole)을 확인하려면 노면을 영상에 제대로 담아야 한다. 그런데 텅 빈 도로는 없다. 자동차든 장애물이든 뭔가 도로 위에 있기 마련이다. 노면 분석에 불필요한 이런 이미지를 제거해야 한다. 딥러닝 기술을 적용했다. CfSM으로 실제 도로 상태와 90~95% 수준까지 동일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도로 생애주기도 예측할 수 있다. 도로를 처음 만든 시기, 훼손 시점 등 다양한 데이터를 종합해 도로 수명을 예상하는 기술이다. 포에스맵퍼는 2017년말 서울시 R&D 지원사업인 서울혁신챌린지에 도로 생애주기 연구 사업을 제안, 선정됐다.

CfSM 기술 설명 이미지. / 포에스맵퍼
CfSM 기술 설명 이미지. / 포에스맵퍼
CfSM은 도로 관리의 효율성을 높인다. 이 대표는 "정보가 없으면 균열 신고가 들어와도 사람을 몇 명이나 보내야 할지, 보수공사 재료는 얼마나 챙겨야 할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지도를 활용하면 도로 검사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고 했다.

포에스맵퍼는 2018년 서울시 혁신기술 공공테스트베드 사업에 선정됐다. ‘차 없는 도로 지도’ 서울 버전을 제작 중이다. 11월까지 서울 상암, 여의도 지역 도로 지도를 완성한다.

◇ 글로벌 시장에 포에스맵퍼 기술 알릴 것
포에스맵퍼는 해외 진출을 꿈꾼다. 이 대표는 "국내 도로 길이는 11만㎞에 불과하다"며 "해외는 도로 규모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7월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태국 방콕에서 개최한 정보통신기술 기업 교류 행사에 참석했다. 태국 진출로 새 비즈니스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태국 정부는 스마트시티 구축에 적극적이다.

라스베가스 소비자 가전 박람회(CES) 2019에 참가해 CfSM을 소개하기도 했다. CES 2019는 ‘스마트시티 복원력’을 5대 트렌드로 선정했다. 스마트시티 복원력은 도로 안전 지도처럼 기술을 통해 재해를 미리 예측·대비하는 것을 뜻한다.

포에스맵퍼는 일반 소비자를 위한 드론서비스(DaaS: Drone as a Service) 플랫폼도 제공한다.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을 자동으로 파노라마 처리해주는 서비스다. 전문 소프트웨어나 고가 장비가 없어도 드론 영상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인터넷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해외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 "드론 서비스 활성화 기대…데이터 확보가 중요"
취미 삼아 즐기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드론이 대중화했다. 정작 드론 서비스 상용화는 더디다.

이 대표는 "외국과 주거 형태가 다른 한국에서 드론 택배 같이 실생활과 밀접한 기술을 현실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는 고층빌딩이 많아 드론 서비스의 효율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반면 접근성이 낮은 도서 지역에는 드론으로 물건을 전달하는 게 유리하다. 그는 "드론을 활용할 다른 방법은 많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국이 해외에 비해 드론 활용이 자유롭다고도 말했다. 촬영 전 비행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세부 규정만큼은 유연하다는 주장이다. 한국에선 드론을 최대 150m 높이까지 날릴 수 있다. 중국은 고도 제한 120m로 한국보다 까다롭다. 중국 드론 산업은 세계 시장의 70%를 차지한다.

포에스맵퍼는 전문가용 드론 플랫폼에 최적화한 드론도 만들 계획이다. 장비 회사와 협력해 하이브리드 드론(VTOL) 시제품을 제작한다.

이 대표는 "특수 드론을 통해 더욱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며 "공간정보를 활용해야 스마트시티가 활성화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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