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

"확실한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는 팀은 자유롭게 일해도 원하는 바를 얼마든지 이룰 수 있습니다. 팀원이 일하는 것을 즐기고, 함께 목표를 이루고 싶어하기 때문이죠."

‘하기 싫지만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이나 ‘삶과 분리해야 할 것’. 일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른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개인생활의 균형을 뜻하는 신조어) 풍조 속에 이러한 인식은 더 고착화한다. 그런데 일하는 곳에서 재미를 찾고 느끼게 한다니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는 이 꿈을 버리지 않는다. 오히려 더 자신한다.

그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자마자 스캐터랩을 창업했다. 올해 만 35세인데도 벌써 창업 8년차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이라는 말이 대중화하기도 전에 창업해 어려운 일을 많이 겪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인 셈이다.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 /오시영 기자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 /오시영 기자
◇인공지능(AI)과 고품질 콘텐츠를 동시에 추구하는 스캐터랩

스캐터랩의 대표 서비스는 연애 콘텐츠 앱, ‘연애의 과학’이다. 인공지능이 에디터 제작 콘텐츠를 사용자 취향에 맞게 추천한다. 카카오톡 메시지를 분석해 상대방 심리를 분석, 예측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이 앱은 한국에서 약 250만, 일본에서 40만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김 대표는 "‘핵심은 기술보다 에디터가 손수 제작하는 고품질의 콘텐츠"라며 "올해 4분기에 주제를 넓혀 전반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다루는 콘텐츠 앱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상형 대화 인공지능 ‘핑퐁’도 이 회사의 주력 사업이다. 스캐터랩은 최근 핑퐁의 성능을 개선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일상형 대화는 쉽게 말하면 잡담이다.하지만 일상형 대화는 ‘TV 꺼줘’, ‘볼륨 올려줘’와 같은 기능형 대화와 다르다.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구현 난이도가 높다.

스캐터랩이 선택한 방법은 ‘리액션(Reaction)’이다. 축적한 데이터베이스로 사람들이 어떤 말에 반응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한 말을 뽑아 학습시키는 방식이다. 핑퐁은 어떤 말을 입력해도 적절한 대답을 찾아낸다.

핑퐁 챗봇 빌더를 이미 많은 기업이 활용한다. 카카오톡의 ‘드림이’, 구글어시스턴스의 ‘파이팅루나’, ‘그남자허세중’은 핑퐁을 활용해 만든 챗봇이다. NC소프트 야구단 앱 페이지(PAIGE)의 챗봇도 핑퐁을 활용한다.

김 대표는 "인공지능을 사회적 관계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핑퐁의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반려동물과 교감하는 시대가 왔고, 앞으로 인공지능에 애착을 갖고 대화하는 시대도 올 것"이라며 "핑퐁이 이끌어갈 수 있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핑퐁 빌더 소개 페이지의 모습, 사람과 잡담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오시영 기자
핑퐁 빌더 소개 페이지의 모습, 사람과 잡담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오시영 기자
◇스캐터랩의 강점은 ‘개성’…"한 뜻 가진 팀원 모여 즐겁게 일해요"

스캐터랩이 높은 평가를 받는 비결이 궁금했다. 김 대표는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과 그것을 해결하려는 개성있는 시도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캐터랩의 주력 사업에 대해 경쟁사를 딱히 꼽기가 힘들 정도로 비슷한 사업을 하는 사람이 없다"고 덧붙였다.

뚜렷한 개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50억 규모 투자도 유치했다. 엔씨소프트,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이 있다. 김 대표는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이냐며 걱정해 주시는 분이 많은데 스캐터랩의 개성에 ‘필(Feel)이 꽂혀’ 투자해주시는 분이 많다"라고 말했다.

스캐터랩의 개성은 직원에 대한 남다른 대우에서 비롯한다. 밥과 커피를 모두 법인카드로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다. 도서구입비 무제한, 컨퍼런스 참여와 같은 자기계발비 월 40만원까지 제공 등 팀원의 발전을 돕는다. 휴가도 남다르다. 제한이 없어 쉬고 싶을 때 언제든 쉴 수 있다.

스캐터랩 사무실에서 팀원이 모여 회의하는 모습. /스캐터랩 제공
스캐터랩 사무실에서 팀원이 모여 회의하는 모습. /스캐터랩 제공
그런데 김 대표는 이런 복지 모두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그가 정말로 꿈꾸는 스타트업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회사’라는 말보다 ‘팀’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딱딱하지 않고, 수평적으로 함께 나아가는 분위기를 추구한다.

김 대표에 따르면 가장 좋은 복지는 팀원들이 하는 일에서 재미와 의미를 찾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하는 일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일이 즐겁고, 버리지 않는다"며 "공동의 비전과 목표가 확고하고, 같은 가치를 추구한다면 자유롭게 일해도 좋은 성과를 낸다"라고 설명했다.

스캐터랩은 구성원 간 목표와 비전을 공유하고 활발하게 소통하는 것을 중시한다. 모든 팀원이 모여 자신이 생각하는 비전과 목표를 자유롭게 발표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는 자리를 자주 마련하는 이유다.


앱 ‘연애의 과학’은 다양한 콘텐츠는 물론 심리 분석도 제공한다. /스캐터랩 제공
앱 ‘연애의 과학’은 다양한 콘텐츠는 물론 심리 분석도 제공한다. /스캐터랩 제공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내는 재미

스캐터랩은 한창 성장중이다. 작년 초 20여 명이었던 직원이 올해 40여 명으로 두배 늘었다. 그의 좋은 팀원을 뽑는 방법과 늘어난 팀과 효율적으로 작업할 환경 만들기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머신러닝 엔지니어’를 찾는 것도 늘 과제다. 원하는 인재상을 묻자 그는 "가치있는 것을 만들어내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돈을 버는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도 답했다.

그와 팀이 궁극적으로 스캐터랩을 통해 이루고 싶어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김 대표는 "사람은 생존, 안전같은 기본적인 삶의 욕구를 충족하면, ‘사회적 관계’와 같이 더 높은 수준의 욕구를 추구한다"며 "스캐터랩이 콘텐츠와 AI로 그런 부분을 채워줄 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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