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 규제 여파가 조립 PC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조립 PC를 구성하는 핵심 부품을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불안한 정세에 환율 상승마저 동반되고 있는 것. 5일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15.5원 오른 1216원에 마감했다. 업계에선 모처럼 활기를 되찾은 조립 PC 시장이 경색될까 우려한다.

일본 수출 규제 확대와 환율 상승으로 PC 핵심 부품들의 가격이 오를 전망이다. 8월 5일 전날보다 5000원 가량 오른 삼성 DDR4 8GB 메모리 모듈. / 다나와 갈무리
일본 수출 규제 확대와 환율 상승으로 PC 핵심 부품들의 가격이 오를 전망이다. 8월 5일 전날보다 5000원 가량 오른 삼성 DDR4 8GB 메모리 모듈. / 다나와 갈무리
PC 부품 가격은 환율에 민감하다. 메모리, 디스플레이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수입산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들여오는 PC 부품의 대다수는 발주 시 기준이 아니라 국내에 하역하는 시점의 환율을 기준으로 달러로 결제한다.

게다가 국내 PC 부품 시장은 환율을 비롯한 각종 요인으로 인한 변동을 실시간으로 가격에 반영한다. 그만큼 환율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수입사들의 부담이 가중되면 CPU, 메인보드, 그래픽카드 등 PC 핵심 부품의 가격이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미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부품도 있다. 조립 PC용으로 가장 많이 찾는 삼성 DDR4 8GB 메모리 모듈은 3만9000원 선을 유지하던 것이 5일 하루에만 5000원 가까이 올라 4만5000원대를 바라본다. 무려 12% 넘는 상승률이다.

PC용 메모리는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처음 발표한 7월 초 이미 한 차례 크게 오른 바 있다. 6월 말 2만9000원대까지 떨어졌던 삼성 DDR4 8GB 제품의 가격은 7월 첫 주에만 무려 5만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메모리 모듈 가격 상승은 중간 유통사들이 일본 규제를 핑계로 유통 물량을 조절했기 떄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소비자와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치며 7월 중순부터 안정세가 유지됐지만, 일본 규제가 더욱 확대되자 슬금슬금 다시 오르는 모양새다.

메모리 등 일부 부품의 가격만 오를 때는 해외 직구라는 대안도 있었다. 하지만 환율이 오르면서 직구의 매력도 떨어지고 있다. 부담이 커진 소비자들의 구매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내 한 PC 부품 유통 관계자는 "지난달 메모리 가격 상승은 일부 중간 업자들이 무리수를 둔 사례지만, 환율이 오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인텔 CPU 공급이 늘어나고, AMD의 3세대 라이젠 출시로 주춤하던 조립 PC 시장이 생기를 찾는가 싶더니, 이제는 경기 불안정과 환율이 새로운 고민거리"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