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가상현실(VR)과 종교를 융합하는 시도가 진행됐다.

사우디아라비아 매체 아랍뉴스는 7일(현지시각) 파키스탄의 스타트업 ‘라바이크(Labbaik) VR’이 이슬람 종교 5대 의무 중 하나인 ‘핫즈(Hajj)’를 체험하는 VR시뮬레이터를 개발했다고 전했다. 해당 시뮬레이터 이름은 ‘라바이크 VR’이다.

라바이크 VR 시뮬레이터의 모습. / 라바이크 VR 제공
라바이크 VR 시뮬레이터의 모습. / 라바이크 VR 제공
핫즈는 이슬람의 5대 의무 가운데 하나다. 성지를 순례하며 종교적 의례에 참가하는 의식이다. 이슬람 경전 코란은 무슬림이라면 건강과 재정 형편이 허락하는 한 핫즈를 일생에 한 번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보통 무슬림은 핫즈를 위해 수 개월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시뮬레이터가 준비 과정을 돕는다. 라바이크 VR은 성지인 메카(Mecca·Makkah)와 메디나(Medina·Madinah)를 VR로 가상공간 속에 재현했다. 이슬람교에서 가장 성스럽게 여기는 장소의 전망을 360도로 체험할 수 있다.

이용자는 시뮬레이터를 통해 순례를 떠나기 전 핫즈 의식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다. 프로그램 제작자는 최대한 현실적인 VR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센티미터 단위로 실제 장소를 측정해 시뮬레이터에 반영했다. 시뮬레이터 제작에는 8K(가로 7680 세로 4320 픽셀) 고해상도 성지 사진 8만장을 사용했다.

이슬람 성지 중 하나인 메카. / 픽사베이 갈무리
이슬람 성지 중 하나인 메카. / 픽사베이 갈무리
라바이크 VR의 주요 목적은 핫즈 순례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세리아르 아슈라프(Shehriar Ashraf)’ 라바이크 VR CEO는 "순례자들이 실제 성지와 매우 흡사한 가상현실에서 훈련을 받은 후에 큰 어려움 없이 의식을 행할 수 있을 것이다"며 "이는 정신적·영적 경험을 더욱 향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여러 이슬람 국가는 해당 시뮬레이터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렸다. 개발자를 직접 나라에 초대하기도 했다. 라바이크 VR은 추후 사우디 경찰에게 교통 흐름과 출입 경로를 제공해 순례 중 교통사고를 막는 기능도 콘텐츠에 추가할 예정이다.

라바이크 VR은 5G 기술을 활용할 것을 염두에 두고 시뮬레이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현재는 오큘러스 리프트 등 PC용 VR기기를 통해 성지순례를 체험할 수 있다. 회사는 모바일 버전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