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장을 이어오던 인도 자동차 시장이 사상 최악의 부진에 시달린다. 인도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현대기아차가 최근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지만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도 마힌드라 자동차 생산 라인. / 마힌드라 제공
인도 마힌드라 자동차 생산 라인. / 마힌드라 제공
7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 내 자동차 업체들이 판매 부진으로 대규모 인력 감축을 시행했거나 계획 중이다. 비용저감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외신은 한 인도 자동차업계 고위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4월 이후 인도 내 완성차업체, 부품제조사, 판매사 등이 35만명의 근로자를 해고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이전에 보고되지 않은 통계에서는 완성차 및 모터사이클 제조사들이 1만5000명, 부품제조사에서는 10만명 이상의 감축이 이뤄졌으며, 상당수 기업들이 폐업했다고 덧붙였다.

다수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타타모터스는 지난 2주 동안 4개 공장이 1주일 동안 가동을 멈췄다. 마힌드라는 4 ~ 6월 여러 공장에서 5 ~ 13일 부분 단산을 시행했다. 혼다는 7월 중순부터 일부 모델 생산을 중단하고, 델리 외곽 그레이터 노이다에 있는 공장은 15일간 조립라인을 돌리지 않았다.

자동차 산업은 인도 국내총생산(GDP)의 7% 이상을 차지한다. 직간접적으로 3500만명 이상의 고용을 책임지고, 인도 제조업 전에 매출의 절반 정도를 창출한다. 그런데 인도 내 승용차 판매는 7월까지 9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일부 자동차 제조사는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판매가 급감했다.

자동차 업계 침체가 인도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간 데이터 그룹 CMIE에 따르면 인도의 실업률은 1년 전 5.66%에서 2019년 7월 7.51%로 상승했다. 인도 현지 언론들은 실업률 증가의 주 원인으로 자동차 시장 부진을 꼽는다.

해고위기는 인도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쳐있다. 인도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스즈키 마루티는 지난 6개월 동안 일용직 근로자를 6% 줄였다. 일본 오토바이 제조업체 야마하, 프랑스 부품제조사 발레오, 인도 부품제조사 서브로스 등은 최근 1700명의 임시직 근로자를 해고했다. 인도 내 대형 부품공급사 휠 인디아 역시 800명의 감축 계획을 전했다.

비니 메타 인도자동차부품제조협회(ACMA) 이사는 "현재 인도 자동차 산업을 확실히 불황기(recessionary phase)에 접어들었다"며 심각함을 호소했다. 인도 내 자동차 업계 고위 관계자들은 이날 예정된 인도 재무부 관계자들과의 회의에서 자동차 회사에 대한 감세와 자금지원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소형 SUV 베뉴. 3월 뉴욕모터쇼 공개 후 5월 인도에서 가장 먼저 판매를 시작했다. /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 소형 SUV 베뉴. 3월 뉴욕모터쇼 공개 후 5월 인도에서 가장 먼저 판매를 시작했다. / 현대자동차 제공
판매 부진 속 현대기아차의 반등이 두드러진다. 현대차는 7월 인도 UV(utility vehicle) 부문에서 1만6234대의 판매고를 올려 1위를 차지했다. 소형 SUV 베뉴의 경우 한국보다 인도에서 먼저 판매에 돌입할 정도로 시장에 공을 들인 결과다. 올 상반기 인도 내 현대차 생산이 30만대를 넘어서며 중국을 앞지르기도 했다. 현대차의 대 인도 투자액은 연 3000억원 수준까지 높아졌다. 현지 카셰어링, 호출서비스 업체와 협업도 활발하다.

시장 부진속 ‘나홀로 성장’에 대해 현대차는 리스크 관리도 염두에 뒀다는 입장이다. 인도내 현대차 제품 증산을 신규 공장 건립이 아니라 이달 가동을 앞두고 있는 기아차 인도 아난타푸르 공장에 배정,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줄이는 것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