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는 中에 추월 핵심 소재는 日 견제, 이건희 회장의 ‘샌드위치’ 보다 심각한 韓 디스플레이

김준배 기자
입력 2019.08.16 16:18 수정 2019.08.23 13:58
글로벌 시장을 호령했던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총체적 위기다. 주력 상품인 LCD는 이미 중국에 넘어갈 상황에서 일본의 수출통제라는 또 다른 큰 리스크를 안게 됐다. 말 그대로 ‘설상가상’이다.

업계는 막막하다.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야할 상황에서 부품소재 조달을 걱정해야 한다.

삼성디스플레이 LCD 생산라인. / 자료 삼성디스플레이
사실상 LCD는 ‘중국’에 넘어갔다

2007년 이건희 삼성 회장은 ‘샌드위치론'으로 업계에 경종을 울렸다. 일본은 계속 앞서가는데 중국은 빠르게 뒤쫓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위기이기는 했지만 극복 가능성 기대도 높았다. 빠르게 일본을 추격하다보면 중국의 견제도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였다.

지금 디스플레이 시장 분위기는 암울하다. 여전히 시장의 75% 가량을 차지하는 LCD 패널 시장은 더 이상 중국의 추격을 거론하기 힘든 형국이다. 기술력은 업계 전문가 말 그대로 ‘도토리 키재기' 형국이다. 수년간 글로벌 시장을 호령했던 우리 기업과 후발 중국 기업 기술차가 거의 없다. 서광현 한국디스플레이협회 부회장은 "중국은 인건비가 낮은데 중국 정부는 보조금까지 지원한다"고 말했다. 기술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제조원가는 낮다. ‘경쟁'을 얘기하기 힘든 황이다.

국가별 LCD 디스플레이시장 점유율./자료 IHS
시장은 냉정하다. 아무리 우리나라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프리미엄을 강조해도 기술력에 차이가 없다면 고객은 저렴한 상품에 손이 간다. LCD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을 보면 안다. 지난해 중국이 글로벌 LCD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금액기준)이 30.0%로 우리나라 29.5%를 처음 추월했다. 불과 6년전인 2012년만해도 우리나라는 45%에 육박하고 중국은 10%를 밑돌았다. 업계는 올해 수치는 충격적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점유율 역전 후 차이가 크게 발생할 것이란 우려다.

한국을 설상가상에 빠뜨리려는 ‘일본’

중국의 추격에 업계는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정신이 없다. 4분의3에 달하는 LCD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만큼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 이미 대세로 굳어지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 생산 효율화와 구조 개선 등 업계는 다각도의 노력을 쏟고 있다.

이 와중에 터진 악재가 바로 ‘일본 수출 통제'다. 업계는 이달 28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배제하는 조치가 시행되는 날짜이다. 다행히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협력사들은 규모가 있다. 대부분이 일본 전략물자 자율운용(CP) 인증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특별포괄허가 대상 기업들로 우리 업계는 기대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대다. 이달 28일 이후 일본 업체의 수출요청건에 대해 무난히 통과되길 매번 바래야 하는 상황이다. 엄청난 기업리스크가 늘었다. 디스플레이업계에 정통한 업계 고위관계자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장비는 어느 정도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부품과 소재는 일본, 미국, 독일 의존 비중이 높다"며 "구체적으로 공개할수는 없지만 일본 비중이 90% 이상인 품목도 여럿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소재라는게 대량으로 재고를 쌓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라며 "재고를 많이 쌓아 놓다보면 당연히 폐기분이 발생할 수 있고 이것은 기업에 큰 부담"이라고 걱정했다.

퍼스트 무버 혜택 누려야…정부는 ‘일본 리스크’ 해결해야

삼성디스플레이・LC디스플레이 모두 LCD 감산 결정을 앞두고 있거나 검토중이다. LCD에서는 중국과 싸워 이길 해법이 보이질 않아서다.

결국 차세대 주력 시장이 될 OLED 패널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주도권을 쥐었다.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 TV용 OLED 패널은 LG디스플레이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2~3년의 기술 격차가 있다고 본다. 중국은 이제 중소형 OLED 패널 양산에 나섰지만 수율은 20~50% 수준으로 본다. 짧게는 2년, 길게는 3년의 격차가 있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전폭적인 중국 정부의 지원 그리고 낮은 인건비로 예상보다 빠르게 추격받을 수 있다. 시장이 크게 열릴 시점에 중국이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중국의 무서운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카드를 계속 쌓아야 한다. 당장은 스마트폰에서의 ‘폴더블', TV에서의 ‘롤러블'이 사례로 꼽힌다. 신 시장도 주도적으로 개척하며 열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시장이 있다. IHS마킷에 따르면 자동차에 고화질 디스플레이 수요는 올해 8만대에서 3년 후인 2022년 234만대로 폭증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 업계는 시장 선도자로서의 혜택을 누려야 한다.

잠재력은 충분하다. 이미 OLED 패널에서 안정적인 골든수율에 올라섰고 시장은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생산효율도 개선돼 수익성은 단기간에 대폭 개선도 기대된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OLED 출하량이 두배 이상 늘면 ‘규모의 경제’가 생겨 자연스럽게 단가 인하에 따른 시장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자발광이 특징인 OLED 패널 활용성은 무궁무진하다. 폴더블과 롤러블은 물론 투명 디스플레이 시장도 기대가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가 기술력 향상에 매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경영 여건이 중요하다. 일본과의 갈등은 우리 디스플레이업계의 생산 시스템에 큰 충격이고 커다란 경영 리스크"라며 "자체 부품소재 개발도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여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정부 차원에서 일본과의 빠른 해결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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